필자는 지난 4월에 본 블로그에 "젊은 피를 이식하면 젊어진다"는 다소 충격적인 포스팅을 했었다.
https://yuntobi.tistory.com/11
당시 이 논문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저널인 Nature에 실렸고, 그 과학적 기작도 확실하게 제시했기 때문에 괴담이 아닌 신뢰성이 매우 높은 정보였다.
그런데 최근, "젊은 피 수혈"이 아닌 "젊은 똥 이식" 도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나왔다. 이 논문 역시도 권위 있는 학술지인 Nature aging에 실렸고, 그 과학적 기작도 확실하게 제시되었기 때문에 신뢰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젊은 피를 수혈하는 거에 비해서 똥을 이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워 보인다. 심리적인 거부감만 이겨낸다면 말이다.
이 논문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Microbiome (마이크로바이옴) 이라는 용어를 이해해야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 안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군 전체를 통칭하는 말이다. 장내대장균, 그 중에서도 유산균이 우리 몸에 이로운 작용은 하는 건 상식적으로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항생제를 남용할 경우 유산균도 사멸하여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우리 몸속에서 사는 미생물의 집합인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와 공생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고, 우리 몸은 매개로 살아가는 하나의 "미생물 생태계"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논문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마이크로바이옴이 변화한다. 실제로 최근 특정 질병의 경우 마이크로바이옴에 문제가 생겨서 발병한다는 것이 알려졌고, 바이크로바이옴의 조성을 변화시켜 질병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있다. 그런데 나이에 따른 마이크로바이옴 변화를 확인했으니, 젊은이의 똥(똥 내 서식하는 미생물)을 대장내에 이식해줌으로서 뇌의 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똥을 이식하는 것은 똥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똥 안에 포함된 마이크로바이옴이 중요한 것이다. 쥐의 경우 마이크로바이옴 중에서도 "엔테로코쿠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굳이 지저분하게 똥을 이식하지 않고 "엔테로코쿠스"를 배양하여 장내주입할 경우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과연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젊은 똥을 이식받은 쥐의 학습능력이 증가된 것이 명확하게 확인되었다. 이식받은 늙은 쥐는 미로를 더 빨리 통과했고, 미로의 모양 또한 확실하게 기억했다. 하지만 사회성은 전혀 향상되지 않았다.
이 연구의 의의는 상용화가 쉽다는 것이다. 복잡한 유전자 조작이나 세포치료술, 혈액이식 등은 과학적으로 상용화하기에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윤리적 논란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분변의 경우 이런 장벽을 극복하기도 쉽고, 현재 판매되고 있는 의약외품인 유산균과 유사한 형태로 개발하기도 쉬워 보인다.
머지 않아, 헌혈을 하듯이 젊은이들이 "헌변"을 하거나, 매혈을 하듯이 "매변"을 하는 행위를 목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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