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나 야구 경기를 볼 때, 가끔 이런말이 들린다.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 실제로는 젊은 인재를 영입해야 하는 말이지만, 꼭 저렇게 표현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젊은 피 수혈이라는 말은 묘하게도 헝가리의 <바토리 에르제베트>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나무위키에 검색<namu.wiki/w/%EB%B0%94%ED%86%A0%EB%A6%AC%20%EC%97%90%EB%A5%B4%EC%A0%9C%EB%B2%A0%ED%8A%B8> 하면 이 악녀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다. 간단히만 살펴보자면, 젊은 처녀의 피로 목욕을 하여 본인의 젊음을 유지하고자 했던 귀족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에게 살해당한 젊은 여자들의 수는 추정으로 612명이나 된다. 이 귀족 여인의 영지에 사는 젊은 여자는 거의 씨가 마른 셈이다. 나중에는 평민 여자가 없어서 귀족들까지 건드렸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지금이야 사실인지 거짓인지도 불분명한 이야기이지만, 이야기가 섬뜩함을 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현대에도 이것이 연상되는 묘한 연구결과가 학계에 보고되었다. 그렇고 그런 학술지가 아닌 무려 <Nature Medicine>에 보고된 것이다. Nature Medicine 지는 Impact factor가 무려 36.13 점으로서 엄청난 권위를 가진 저널이다. 논문은 2014년 6월에 출판되었으며, 보시다시피 많은 기관에 소속된 많은 연구자들이 함께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그림에서 보이다시피, 늙은쥐와 늙은쥐를 외과적 수술로 연결시킨 대조군 그룹(즉 혈액이 공유됨) 과 늙은 쥐와 젊은 쥐를 외과적 수술로 연결시킨 실험군 그룹(늙은 쥐에 젊은 혈액이 공유됨) 을 만들어서 실험했다.
오른쪽 사진은 양 그룹 모두의 늙은 쥐의 뇌 안에 있는 해마(hippocampus)의 일부를 염색한 사진인데 이 염색이 두껍게 나온다는 것은 쥐의 learning and memory ( 학습과 기억) 을 담당하는 부분이 더 활성화되었음을 보이는 것이다.
늙은 쥐가 젊은 쥐의 혈액을 공급받았더니 뇌 안에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이 실제로 젊어진 것이다. 덜덜덜
이런 현상이 젊은 쥐의 세포가 혈액을 타고 늙은 쥐 안으로 들어간 것인지, 단순히 혈액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두 쥐를 연결하는 실험 대신에, 젊은 쥐의 혈청만을 체취해서 늙은 쥐에 주입해 보았을 때, 똑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늙은 쥐를 젊어지게 하는 성분이 세포가 아닌 혈액 안에 들어 있는 어떤 물질(단백질) 임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단순히 뇌 사진만 갖고 학습과 기억능력이 좋아졌음을 평가하지 않고, 실제 쥐의 학습능력과 기억력을 측정하여 결과가 사실임을 확인하였다.
이는 쥐의 공포심을 이용해서, 쥐가 안전한 곳과 위험한 곳, 무서운 느낌을 얼마나 잘 학습하고 기억하는지를 조사할 수 있는 장치이다. 인간처럼 문답지를 작성할 수 없기 때문에 행동평가를 통해서 학습과 기억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똑같은 parabiosis(연결된 쥐) 모델을 활용한 세계 각지의 후속연구들은 뇌 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도 젊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젊은 피가 젊음의 묘약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만약 여기서 실험이 끝났다면 정말 무시무시한 결론이 났을 것이다. 젊은 피를 수혈하면 젊어진다는 결론이. 하지만 연구진은 늙은 쥐의 혈액과 젊은 쥐의 혈액을 비교분석함으로서 젊은 피의 어떤 성분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찾아냈는데 이는 Creb 단백질이었다.
상기의 데이터는 생물학을 연구하시는 분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Cytoscape나 String database를 활용해 차이가 나는 단백질을 기존에 과학계에 축적된 빅데이터와 비교분석하여 핵심물질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여기에서 Creb를 특정하였고, 실제로 Creb의 발현이 차이가 남을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정제한 Creb을 (실제로는 유전자 형태로 전달했으나 복잡하여 단순하게 설명하였다) 늙은 쥐에 투여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확인을 해 보았다. 역시 위와 똑같이 늙은 쥐의 학습과 기억능력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인간은 이미 인슐린 등 인간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 효소를 대장균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기 때문에, 연구가 이렇게까지 진행되었으면, 인간의 노화를 억제하는 약의 출시가 멀지 않은 거 같다.
헝가리의 악녀 바토리 이야기나, 흔히 말하는 <젊은피 수혈> 같은 이야기는 인간이 이미 직관적으로는 젊은 피가 젊음의 샘임을 알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추신. 실제 쥐의 수술장면 등 잔인한 장면이나. 고도의 분자생물학적 연구데이터는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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