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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클럽-대자연의 접착제 - 홍합의 폴리도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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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드로 다빈치>자연은 최고의 스승이다라고 했다. 대자연 속에서 생존경쟁을 하는 생물체들은 38억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면서 많은 문제를 해결해 왔기 때문에 자연을 관찰하여 유리한 점을 모방하려는 노력은 현대의 과학과 만나서 자연스럽게 자연모사공학이라는 분야를 탄생시켰다.

 

대표적인 예가 거미줄 실크이다. 거미줄은 강철보다 5-10배나 강한 물성을 지니는데, 이는 거미줄 내의 실크 단백질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인슐린 등 원하는 단백질을 대장균을 통해서 얻는 기술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거미줄의 실크 단백질을 공학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어서 방탄복, 고기능성 운동복, 로프 제작등에 활용하고, 높은 강도와 탄성이 요구되는 생체 조직(인대 등)을 만드는데 활용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벨크로는 어떤가? 벨크로가 엉겅퀴 씨앗의 갈고리를 본따서 만든 것은 어려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어봤을 것이다. 일본의 고속열차 신칸센 (ktx 보다 별로던데)이 물총새의 부리를 모사하여 제작된 것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박쥐나 돌고래가 사용하는 초음파는 이미 의료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고, 바다에서 잠수함 등의 선박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는 자연모사공학야에서 굉장히 핫한 폴리도파민에 대해서 포스팅하려고 한다. 폴리도파민은 홍합이 만들어내는 단백질로 접착제 역할을 한다. 이 접착제는 인간의 화학기술로 만든 그 어떤 접착제보다도 훨씬 강력크~ 하다. 혹시 바닷가에서 홍합을 체취해 본적이 있나? 필자는 홍합을 체취해보지는 않았지만, 스킨스쿠버를 하러 갔을 때 날카로운 홍합에 다칠까봐 홍합을 이리저리 건드렸 보았는데, 어지간한 힘으로는 바위에 붙은 홍합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홍합이 달라붙는 힘은 정말 대단했다.

 

이 자연접착제는 2가지 면에서 필자의 주목을 끌었다. 첫째는, 수중에서도 접착제로서의 기능이 발휘된다는 점이다. 인간이 화학기술로 개발한 접착제는 대부분 수중에서 그 역할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폴리도파민은 수중에서도 접착능력이 유지된다. 홍합이 해산물이니만큼 이는 당연한 것이다. 둘째는, 이에 폴리도파민에 주목하여 연구개발한 과학자가 바로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현재 카이스트에 재직중이신 <이해신 교수님> 이시다. 사실 필자는 이해신 교수님과 공동연구를 수행해본 경험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연구팀 내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는 막내 대학원생이었기 때문에 이해신 교수님은 아마 필자를 기억하지 못하실 거 같지만, 필자에게는 기억이 선명하다. 필자가 만난 과학자 중에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가장 연구성과가 우수하신 분이었기 때문이다. 과학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다 아는 <Nature>지와 <Science>에 논문을 내셨고, <Nature>에서는 심지어 표지논문으로 선정되었다.

 

이 중에서 홍합 유래 접착제인 폴리도파민에 대한 연구는 <Science>지에 나온 논문이다. Sceicne 지 논문과 그 후속 연구논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알 수 있다.

 

첫째, 무독성이며 액체 내에서도 접착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생체 내에서 접착제로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뼈를 맞추거나 붙일 때 골접착제로 사용하는 방안이 연구중이다. 접착력은 따로 거론할 필요도 없으며, 혈액이나 체액에 의해 접착력이 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강력하여 이상적인 골 접착제이다.

 

둘째, 세포 접착제이다. 세포를 배양할 때 마트리젤 등의 접착 물질을 통해 배양접시에 부착시켜서 배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폴리도파민으로 대체했을 때 우수한 배양효과를 보인다. 사실 이게 중요한데, 줄기세포 치료제에 첨가제로 사용할 수 있다. 줄기세포는 생체내에 이식되어 그 치료능력을 발휘하는 만병통치약으로 기대되어 왔으나 20년 넘는 연구기간동안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생체 내 질병 부위에 투입되었을 때 그 부위에 제대로 생착하는 세포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무독성이며 생체내에서 작동하는 폴리도파민 접착제를 줄기세포와 함께 주입하면 생착률의 개선으로 세포치료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셋째, 흡착 기술이다. 강한 접착력은 당연히 다른 물질을 흡착할 수 있을 것이다. 폴리도파민은 중금속, 방사능 동위원소 및 독성 유기물질을 흡착하는 흡착제로 활용이 가능하다. 실리카비드(유리 구슬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에 폴리도파민을 코팅하고 흡착실험을 해 보면, Cu, Cr, Hg, Cd, Pb 등을 기존에 쓰이던 흡착제인 활성탄보다 흡착능력이 우수했고, 의료용으로 쓰이는 방사선 동위원소인 루테륨-177도 흡착하여 이론적으로는 체내에서 중금속이나 방사선 동위원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흡착 후 산성을 조절함에 따라서 폴리도파민을 재사용할 수도 있다.

 

넷째, 코팅 기술이다. 사실은 흡착 기술에서 코팅하는 개념이 이미 나왔는데, 접착력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물질에 코팅할 수 있다. 특히 소수성(물과 친하지 않은 성질) 물질을 친수성 물질 내에서도 코팅이 가능하여 주목받고 있다. 사실 이게 가장 주목받는 분야이긴 한데.... 논문들을 읽어보자니 화학의 세계가 너무 어려워서 다음 기회에 포스팅하려고 한다. 

 

다섯째, 이건 비교적 최근에 나온 신기술인 데다가 이해신 교수님이 직접 연구하신 내용이다. 출혈 없는 주사기이다. 원리는 한두줄로 설명할 만큼 간단하다. 폴리도파민이 코팅된 주사기 바늘을 사용하여 주사를 하면, 바늘이 나오면서 폴리도파민이 피부손상 부위를 접착하여 봉합해 버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자연이 준 슈퍼접착제, 폴리도파민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위에서 기술한 연구들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분야로 응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사실상 현재 사용되는 거의 모든 접착제, 코팅제를 대체할 수 잇는데 말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연구 아이디어를 하나씩만 고안해서 댓글로 달아주시면, 필자가 심사숙고해서 진지하게 연구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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