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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인간의 생태계 개입 사태 5탄 - 호주의 에뮤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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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 내용중 일부는 "은근히 잡다한 지식" 유투브에서 내용을 참조했습니다. 

 

여태까지는 인간의 생태계 개입에 의해 생태계가 망가지는 사례들을 4차례에 거쳐 포스팅했다. 그런데 인간이 생태계에 그냥 개입하는 수준이 아니라, 군부대와 기관총 등까지도 투입해서 전쟁을 벌인 사례가 있다. 바로 호주의 에뮤전쟁과 토끼 전쟁이다. 

 

출처 위키백과. 호주 국장이다. 캥거루와 에뮤가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로 그려져 있다.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은 캥거루와 코알라를 많이 떠올리지만, 에뮤 역시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호주의 국장(국기 아님)을 보면, 캥거루와 에뮤가 보인다. 에뮤는 타조나 도도새처럼 날지 못하는 새로서 몸무게는 50킬로, 달리는 속도는 50km 정도 된다. 한번에 20개가 넘는 초록색 알을 낳는 엄청난 번식력을 가지고 있다. 과일과 곤충, 곡식을 주식으로 한다. 

출처 위키백과. 호주의 국조 에뮤

인간이 벌인 최악의 전쟁은 어떤 전쟁일까? 5000만명이 사망한 2차 세계대전일까. 그 어떤 전쟁이라도 결국은 인간끼리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다른 종과 전쟁을 벌이는 건 훨씬 스케일이 큰 다른 차원의 전쟁이 아닐까. 

 

호주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참전군인들에게 농지를 나누어주면서 밀농사를 권했다. 호주가 영국으로부터 유래된 나라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저들이 밀을 주식으로 생각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공황으로 경제사정마저 어려워진 지금, 퇴역군인들에게 치명타를 안기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원래 곡물을 먹고 사는 호주의 에뮤들이 밀농장에 눈길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농부들이 키운 밀은 에뮤들에게 좋은 식량이 되었고, 곧 에뮤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때 호주는 토끼들을 막기 위하여 밀농사를 짓는 농장에 높은 울타리를 설치해놨으나 키가 2m 이며 점프력이 좋은 에뮤에게 울타리는 있으나마나한 존재였다. 에뮤 한두마리가 농장에 들어와서 밀을 먹어치우는 것이 아니라 2만마리가 넘는 에뮤들이 몰려다니며 농장에 들어가서 밀을 먹어치우는 것이었다. 에뮤들이 뛰어넘으면서 손상시킨 울타리로 토끼들이 넘어들어와 또다시 밀을 먹었기 때문에 2차 피해까지 발생하였다. 

 

그 밖에 여러가지 피해가 있으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농부들은 에뮤들을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경찰서나 소방서에도 도움을 요청하고 별별 대책을 강구해봤으나 소용 없었고 급기야는 국방부 장관(조지 피어스)를 찾아가서 군대 투입을 요청했다. 처음에 호주 정부는 개입을 망설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무궁화꽃이 우리나라 생태계를 파괴하는 꼴이었다. 

 

호주 농부들은 참전군인이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병사였고, 투입된 군인들은 농부들과 연합하여 에뮤 학살부대를 조직했다. 1차 세계대전 때 사용된 무기인 "루이스 경기관총"까지도 투입되었다. 기관총 2정에 기관총 탄약 1만발에 참전군인들 다수로 이루어진 부대였다. 루이스 경기관총은 위력이 어마어마한 무기였기 때문에 호주 정부는 당연히 군인들의 승리를 점쳐서 홍보를 위한 사진촬영기사 등 언론까지 동원하였다. 1932년 11월 작전이 시작되었다. 

 

군인들은 에뮤무리에 다가가 기관총을 발사했는데, 에뮤는 머리와 다리가 아주 얇은 데다가 커다란 몸통도 깃털빨이었기 때문에, 실제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부위가 아주 적었고 에뮤는 시속 50km 로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조준이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했다. 게다가 총성이 너무 요란해서 에뮤는 금방 위협을 감지하고 재빨리 도망갔다. 간신히 에뮤 몇 마리를 잡고 난 후 투입된 기관총은 고장을 일으켰고, 2만마리의 에뮤중 고작 12마리를 죽이는데 그쳤다. 

 

호주군은 2차 작전에서 에뮤들의 기동력에 대응하여 트럭에 기관총을 설치하였으나, 에뮤들은 트럭에 몸통박치기를 함으로서 트럭과 기관총을 동시에 망가트려 버렸다. 2만마리의 에뮤들은 여러 무리로 나뉘어서 공격받는 에뮤들은 곧바로 도망가고 다른 에뮤들이 농장을 습격하는 방식으로 인간과의 전투를 진행시켜 나갔다. 

 

여러차례 작전을 펼치면서 호주군은 1천마리의 에뮤를 사살하는데에 성공하지만 2만마리의 에뮤무리는 1만 9천마리로 줄어들었을 뿐이었다. 인간이 기관총과 군부대를 동원한 거 치고는 어이없는 결과였고, 그대로 군부대는 퇴각해 버렸다. 전투결과도 창피한 수준이었을 뿐 아니라, 당시의 경제대공황 상태로 더 이상의 전투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사상자는 에뮤 측에서만 나왔으니 인간의 승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경제적인 피해와 동원한 전투역량을 고려해 볼 때, 그야말로 인간측의 참패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인간은 전쟁을 통해 에뮤를 관리하는 것을 포기했고, 더 높고 튼튼한 울타리를 농장에 설치하고, 일부 에뮤를 가축화하자 에뮤에 의한 피해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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