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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인간의 생태계 개입 사태 4탄 - 태즈메이니아데블과 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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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는 미국 카이밥 고원의 검은꼬리 사슴에 대해서 다루었다. 이 사례는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인간이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의도로 개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는 사례였다. 오늘도 똑같이 인간이 좋은 의도로 바로잡고자 하는 의도임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악화되는 사례를 하나 다루고자 한다. 바로 호주의 태즈메이니아데블이다. 

 

https://yuntobi.tistory.com/134

 

인간의 생태계 개입 사태 3탄 - 카이밥고원의 검은꼬리사슴

지난 포스팅에서는 중국의 대약진 운동 시기에 벌어진 인간의 생태계 개입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하단 링크). 인간이 생태계에 섣불리 개입했을 때 어떤 나비효과가 발생하는지 보여준 좋은 사

yuntobi.tistory.com

호주에는 태즈메이니아 섬이 있다. 이 섬은 고립된 생태계로서 독립된 생물종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태즈메이니아 호랑이와 태즈메이니아 데빌이 있다. 안타깝게도 태즈메이니아 호랑이는 이미 멸종했다. 태즈메이니아 데빌은 기분 나쁜 소리로 울기 때문에 데빌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하이에나처럼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고 사는 생태학적 쓰레기 처리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큰 동물의 시체를 파먹다가 안에 들어가서 잠을 자다가 다시 파먹기를 반복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하며, 로드킬 당한 동물의 사체를 먹다가 2차 로드킬을 당하기도 한다. 

 

출처. 한국일보. (좌) 테즈매이니안 데빌. 가슴의 하얀 무늬 때문에 얼핏 보면 우리나라의 반달가슴곰같기도 하다. (우) 안면암에 걸린 테즈매이니안 데빌. 눈 부위와 볼 쪽에 종괴가 보인다. 이 암은 접촉으로 다른 개체에 암세포를 옮길 수 있는 악성종양이다. 

가장 냄새가 심한 동물이 스컹크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심각한 냄새를 풍기는 동물 1위는 태즈메이니아 데빌이다. 정확한 내용은 출처마다 다른데, 데빌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에는 이 냄새가 한몫 했을 것이다. 태즈매이니아 데빌이 멸종 위기에 몰린 이유 자체는 인간의 잘못은 아니다. "데블 안면 종양" 이라는 암 때문이다. 일부 암은 개체간에 접촉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있는데, 테즈메이니아 데빌의 안면에 생기는 이 종양은 접촉으로 암세포가 건강한 태즈매이니아 데빌의 얼굴에 생착하여 새로운 종괴를 형성해 버리는 방식으로 전염되었다. 이들은 친밀감을 표시할 때, 먹이를 두고 다툴 때, 짝찟기를 할 때 등 얼굴이 서로 접촉할 일이 많기 때문에, 접촉성전염 종양은 태즈메이니아 섬이라는 고립된 생태계에서 전염병으로 퍼지게 되었다. 

 

흔히들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전염병의 원인은 오직 세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지금 문제인 코로나처럼 바이러스(세균하고 바이러스는 엄청나게 다른 것이다) 에 의한 것도 있고, 곰팡이포자, 원생동물(말라리아 유충등), 기생충, 종양까지 전염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테즈매이니안 데빌이 안면암에 걸렸다가 회복되어 살아난 기록은 전무할 뿐만 아니라, 사납고 냄새나는 동물의 특성상 연구에도 어려움이 많았으며, 안면암이 굉장히 빠르게 퍼졌기 때문에 학자들이 이 현상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태즈매이니안 데빌의 개체수가 크게 감소해 버린 뒤로 멸종위기종이 되었다. 만약 이로 인해 태즈매이니안 데빌이 멸종한다면 최초로 암 때문에 멸종하는 사례로 기록되게 된다. 

 

이제 이 시점에서 인간은 테즈매이니안 데빌의 멸종을 막기 위해 개입했다. 사실 최근에는 이 암에 면역력을 지닌 개체들이 출현하여 개체수가 회복될 가능성이 생겼지만, 인간의 개입은 그 이전에 이루어졌다. 암에 전염되지 않은 개체들을 다른 섬, 호주의 마리아 섬으로 옮긴 것이다. 마리아 섬으로 이주된 건강한 태즈매이니안 데빌들은 안면암을 옮길 개체가 없으니 번성할 것이었다. 

 

이 계획은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 실제 마리아 섬에서는 태즈매이니안 데빌들이 번성했다. 하지만 문제는 원래 마리안 섬에 살고 있던 동물군들에게서 일어났다. 이들에게 태즈매이니안 데빌은 외래 침입종이었다. 마리아 섬에는 작은 펭귄과 슴새가 살고 있었다. 이주계획시에는 태즈매이니안 데빌이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고 사는 청소종이라는 정보 때문에 이들이 원래 생태계를 파괴할 거라고 생각을 못했지만, 사실 이들은 잡식성이고 작은 섬에는 이들이 먹고 살만한 큰 동물의 사체도 없었고, 해안가에서 사체의 대부분은 파도에 쓸려 나간다. 따라서 태즈매이니안 데빌들은 먹고 살 사체가 없었고, 대신에 작은 펭귄과 슴새를 사냥하기 시작했고, 사냥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작은 펭귄은 마리아섬을 번식장으로 활용하는데, 무려 3천쌍의 펭귄부부들과 알들이 태즈메이니아 데빌의 식량이 되어 버리면서 작은 펭귄이 멸종위기종으로 내몰렸다. 뿐만 아니라 슴새 역시 개체수에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마땅한 천적이 없던 이들의 먹이사슬피라미드 위쪽으로 태즈매이니안 데빌이 순식간에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태즈메이니아 주정부는 태즈메이니아 데빌 보존을 위해서 마리아 섬의 태즈매이니아 데빌 이주계획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러다가 섬 안에 펭귄과 슴새가 멸종하면, 태즈매이니아 데빌들은 빅토리아 호수의 나일펀치들처럼 서로 잡아먹으면서 살육전을 벌이게 될 판이다. 지금이라도 경직된 정책을 유연하게 바꾸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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