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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인간의 생태계 개입 사태 1탄 - 나일퍼치와 시클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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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필자는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 1위 - 모기" 라는 포스팅을 했다 (하단 링크). 포스팅 말미에 인간이 잘한답치고 생태계에 개입했을 때 얼마나 큰 문제가 생기는지 많은 사례를 통해 알고 있다고 했는데, 요청도 있고 해서 오늘은 인간이 생태계에 개입하여 문제가 생겼던 몇 가지 사례들에 대해서 다루어 보려고 한다. 필자가 조사한 사례에 포함되지 못했으나, 알고 있으신 사례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거나 개인톡으로 알려주시길 바란다. 

https://yuntobi.tistory.com/130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 1위 - 모기

https://yuntobi.tistory.com/84 코로나 19 특집 - 확률로 보는 코로나 19 코로나에 걸릴 확률 - 12.5% (우리나라는 0.2%) 코로나 걸릴 경우 사망할 확률 - 2% (우리나라는 1%) 백신을 접종했어도 코로나 걸릴 확..

yuntobi.tistory.com

 

이 사례는 관점에 따라 심각할 수도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애초에 생태계에 개입하려는 의도는 아니었기에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생태계에 미친 영향력이 워낙 파괴적이었기 때문에 ( 사례들 중 가장 파괴적이다), 첫번째로 다루게 되었다. 인간이 초래한 생태계 영향중에 가장 최악의 대량 멸종 사태이다. 빅토리아 호수는 우간다, 탄자니아, 케냐 경계에 있으며, 나일강의 근원이 되는 호수이다. 아프리카 3대 호수중에 하나이며, 최대 호수이다. 직경이 337km 이고, 둘레 3440km 에 달한다. 

 

출처. 구글지도. 가운데 원형의 호수가 빅토리아 호수이다. 점선은 적도다. 

 

빅토리아 호수는 다른 3개 호수인 탕가니카호, 말라위호와 함께 엄청난 민물호수인데, 이 호수에는 시클리드(Cichlid) 라는 물고기가 서식한다. 진화론의 아버지 다윗의 핀치새처럼 시클린드는 위의 3개의 고립된 공간에서 제각기 다양한 모습과 색체를 특징으로 하는 수많은 종으로 분화되었다. 특히 빅토리아 호수에서는 300종 이상의 시클리드가 번성하였는데, 문제는 호수 최대종인 시클리드가 4-5cm에 불과한 작은 물고기인데다가 대형물고기가 없어서, 어업의 경제성이 몹시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출처. 나무위키. 시클리드 물고기. 최근에는 관상어로 인기가 높다. 

 생태계 파괴의 시작은 1900년대 영국 식민지배하에서 벌어졌다. 영국인들은 빅토리아 호수에서 잡히는 물고기들의 크기가 작아(시클리드는 기껏해야 4-5cm이며, 예외적으로 큰 개체도 10cm 정도이다), 상업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하여 외래종을 전격적으로 도입한다. 이 외래종은 바로 "나일퍼치" 로서, 최대 2m에 200kg 이상 크기로 성장하며 맛이 뛰어나고 몸집이 커서 대량의 고기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었다. 즉, 어업으로 경제적 가치가 뛰어났다. 

 

출처. 동아사이언스. 초대형 농어목 민물고기 나일퍼치

 

영국은 어린 나일퍼치를 빅토리아 호수에 대량 방류하였고, 호수 전역에 나일퍼치가 자리잡기 시작했는데, 이는 시클리드들에게 재앙이었다. 나일퍼치는 육식성 어류이자 최대사이즈의 어류였기 때문에, 곧바로 빅토리아 호수 생태계의 최강자로 등극했다. 시클리드는 빅토리아 호수 최대어종이면서 나일퍼치에 전혀 대항할 수 없는 어종이기 때문에 나일퍼치는 엄청난 속도로 시클리드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나일 퍼치(파늘색)의 증가와 시클리드 전체(갈색선) 그래프. 1980년을 전후로 교차가 일어나고 1984년 시클리드는 거의 전멸상태에 이르렀다. 

 

시클리드가 거의 멸종된 것만이 당연히 생태계 파괴인 것이 아니다. 시클리드는 개체수가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에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그만큼 컸다. 초식성의 시클리드가 사라지가 각종 조류와 수초가 맹렬하게 번성하였고, 과도하게 성장하다 못해 썩으면서 호수바닥은 부패한 뻘로 가득찼으며, 녹조류가 대량으로 증식하여 호수물을 썩게 만들었다. 

육식성의 시클리드가 모기유충을 잡아먹지 못하게 되자 빅토리아 호수는 모기유충에게 이상적인 환경이 되어 주변에 말라리아와 각종 수인성 질병이 창궐하여 호수 주변 사람들이 고통받게 되었다. 이 사태를 초래한 영국인들은 안전한 가운데 말이다. 

 

1990년대 후반이 되자 빅토리아 호수의 300종 시클리드 중 최소 200종 이상이 멸종했고, 나머지 시클리드들도 개체수가 급감했다. 더 이상 시클리드를 잡아먹을 수 없게 된 나일퍼치는 서로를 잡아먹으면서 수가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굶주림으로 인해 크기가 작아지기 시작했고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결국, 나일퍼치 마저도 이 사태의 피해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엄청나게 크다. 인간의 생태계 개입이 위험하다는 점. 외래종 도입의 문제점. 가해자 따로 피해자 따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점, 지금 자연보호를 한다고 회복할 수 없다는 점 등 문제를 모두 일일히 열거하기 힘들다. 우리나라에도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베스 등 외래종을 섣불리 들여와서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었고 그 부작용은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2017년 세계적인 과학잡지 Science는 외래종 침투 보고서를 작성했다. 세계적으로 외래종의 유입은 1800년대에 증가하기 시작하여, 1970년대 이후 급격하게 증가했다. 아래 그래프에 찍힌 점 하나하나가 모두 침입한 외래종을 뜻하는 것이다. 점 하나하나에 대응하여 생태계가 무너지고 환경이 파괴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겁이 난다. 우리의 후손은 대체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까. 

 

출처. Science. 외래종 침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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