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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원숭이 문명의 탄생? - 카푸친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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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도구를 활용하는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시기는 약 250만년 전서부터 1만년 전까지의 시기로, 인간종이 살았던 시기를 총 100%이라고 치면, 구석기 시대가 총 99.6% 이다. 인간종이 살았던 시기를 24시간이라고 가정한다면 11시 54분까지 구석기 시대였던 셈이다. 이후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를 거쳐서 오늘날의 문명이 완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을 제외한 유인원들은 멸종하거나,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2016년 Nature 지는 카푸친 원숭이가 인간의 개입 없이 석기 도구를 제작하였고, 이 기술을 자손에게 전수한다는 것을 보고하였음 

 

그런데 놀랍게도, 인간 말고도 구석기 시대에 접어든 유인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카푸친 원숭이(긴꼬리원숭이의 일종) 이다. 카푸친 원숭이는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도구를 이용해서 다른 도구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인간 외의 동물들 중에서는 유일하다. 

 

카푸친 원숭이가 크고단단한 돌에 다른 돌을 내리쳐서 석기 도구를 만드는 모습

 

 

Nature지에 게재된 연구논문을 보면, 카푸친 원숭이는 인간의 개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단단한 돌로 다른 돌을 내리치는 과정을 반복하여 한쪽면이 날카로운 도구를 만들었고, 이를 구석기 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인 주먹도끼와 비슷하다. 심지어 카푸친 원숭이들은 구석기를 제작하는 기술을 자손에게 전수하는 것까지 관찰되었다. 이들이 제작하는 석기의 연대를 살펴보면 최소 3,000년 전부터 돌을 도구로 활용해 온 것이 밝혀졌다. 

 

카푸친 원숭이가 만든 석기 도구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는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정의되어 왔으나, 그 중 "인간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한다 (도구를 사용한다와는 다름)." 는 것에 대한 정의가 카푸친 원숭이에 의해 깨지게 되었다. 

 

2019년 추가로 발견된 카푸친 원숭이의 석기제작능력 증거 및 연대 측정 논문. 

 

2019년에는 카푸친 원숭이가 제작한 다른 석기들이 또 발견되었다. 이번에는 좀 오래된 석기가 발견되었고, 이를 연대 측정하였고 최소 3000년 정도 된 것을 알 수 있다. 

 

2019년 발견된 카푸친 원숭이 제작 석기. 연대측정 결과 최소 3000년전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3000년 전에 인류는 구석기 신석기 시대는 벗어난 시기였고 국가를 이루고 있었다. 만약 이 시기에 카푸친 원숭이가 처음으로 구석기 시대에 접어든 것이고, 인간의 발전과 그 발전속도가 같다면, 아직도 약 250만년 정도는 구석기 시대에 머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카푸친 원숭이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자신들의 기술을 다음 세대에게 전수해주는 카푸친 원숭이의 특성으로 미루어 볼 때,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와 기술을 보고 어느 정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250만년의 여유는 단 몇 백년으로 줄어들 지도 모른다. 빠른 시일 이내에 이들이 움막을 짓고, 불을 피워 음식을 익혀 먹으며 서로 전쟁하는 모습을 볼 지도 모른다. 

 

이렇게 될 경우 인간이 이들을 하나의 지적 인격체로 인정할까. 혹시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생태적 지위를 위협하는 존재로 각성하게 될까. 영화 "혹성탈출"처럼 혹시라도 인간이 전염병에 의해 치명적 타격을 받은 시점에 이들이 인간의 지식과 기술을 우연히 흡수하게 된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이들은 그냥 호기심 많고 영리한 원숭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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