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우미견

반려동물 양육하는 가구는 638만 가구이고 이 가구의 구성원은 1530만명이다. 우리나라의 인구수는 5178만명이다. 전 인구의 30%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중에 가장 많은 강아지와 고양이를 살펴보면, 강아지는 602만 마리, 고양이는 258만 마리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다. 이에 따라 펫티켓이라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윤리규범 같은 것도 생겼고, 분쟁도 많아졌다. 목줄 착용과 입마개 착용, 공공장소 출입등이 분쟁의 원인이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등록제, 목줄착용 의무화, 견종에 따라 입마개 착용 의무화 등 법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에 따라 동물실험과 동물복지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달려졌고, 동물권 이라는 개념도 생겨났으니, 정말 세상이 빠르게 그리고 많이 변했다. 그래서 반려동물 출입이 되는 까페와 식당 등도 많아졌고, 역으로 반려동물 출입이 금지되는 까페와 식당등도 많아졌다. 그리고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사람들은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 까페와 식당등의 공공장소에 출입할 때 반드시 미리 출입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자유로운 동물들이 있다. 이들은 반려동물의 성격을 지니면서도 법적으로 반려동물이 아니다. 법적으로는 반려동물보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 덩치가 크지만 입마개를 안하며(안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안해야 한다) 극소수의 예외적인 상황을(군사시설등, 이런 곳은 일반 사람도 못 들어가니깐) 제외하고서는 어떠한 곳도 모두 출입이 가능하다. 

 

바로 장애인도우미견이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청각도우미견, 지체도우미견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의 사회공헌 자금으로 운영되는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분양한 맹인안내견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에서도 안내견을 분양한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와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에서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외에도, 청각도우미견, 지체도우미견, 치료도우미견을 함께 분양한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다. 시각 장애인들이 가장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안내견은 그 역할을 보고 짐작할 수 있듯이 지능이 높고, 체격과 체력이 모두 뛰어나며, 공격성이 낮고, 친화력이 좋은 그야말로 완벽한 견종을 선택해야 한다. 초기에는 저먼 셰퍼드가 주로 사용되었으나, 점차 더 순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골든리트리버와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주로 사용되었다. 시각 장애인 안내견은 입마개를 착용하면 안 되기 때문에, 공격적인 외모의 저먼 셰퍼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더라도 골든 리트리버와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덩치에도 불구하고 순하고 호감형인 외모 덕분에 왠지 덜 무섭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주인이 계단이나 추락가능한 지점, 차도 등 위험한 장소로 향하고 있을 때 막아야 하는 역할도 있다. 사람을 힘으로 압도해야 하는 것인데 아무리 덩치가 크도 힘이 세도 입마개를 착용하면 여의치가 않다. 장애인이 계속 위험한 곳으로 향할 경우 바짓가랑이라도 물고 늘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에는 가슴줄과 조끼는 입히지만 입마개는 씌우지 않는다 (안 씌워도 되는 것이 아니라 씌우면 안 된다). 그리고 거의 모든 장소에 다 들어갈 수 있다. 반려동물 출입이 금지되는 곳이라도 말이다. 시각장애인 안내견한테는 반드시 조끼를 입히는데 식당이나 까페등의 장소에서 안내견인줄 모르고 출입을 거부할 수도 있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출입을 거부한다면 법적인 조취를 받게 된다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명목상으로는 300만원 이하이지만 보통 안내견 출입 거부로 걸리면 무조건 300만원 전액 부과하는 것이 관례이다). 법적으로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시각 장애인과 한 몸이다. 시각 장애인 안내견의 출입을 못하게 하는 것은 시각 장애인을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 시각 장애인 안내견을 공격하는 것은 시각 장애인을 공격하는 것과 같다. 

 

일본에서 한 조사에 의하면 반려견으로서의 리트리버는 평균 수명이 11.9세인 반면, 안내견으로서의 리트리버는 평균 13년을 산다. 영국이나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조사에서도 안내견의 수명이 더 길었다. 이들은 전문가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사료와 간식을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정기적인 검진도 필수적으로 받고, 홀로 있는 시간이 없고, 장애인을 보조하는 역할이 일이라기보다는 주인과 함께 하는 놀이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은퇴후에 안락사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은퇴후에는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어 여생을 보낸다. 입양은 안내견학교 담당자가 직접 주관하여 철저하게 검증하고 주기적으로 방문한다. 법적인 지위는 안내견에서 반려견으로 바뀐다. 

 

이 그림에서 잘못된 점을 찾아보세요. 3개 있습니다. 

 

상기의 그림을 보자. 애완견의 출입은 불가능하지만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출입가능하다고 써 있다. 예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나아진 것이지만 사실은 잘못되었다. 첫번째는 [애완견]이라는 표현이다. 반려견으로 용어가 수정된지 오래이고 법적으로도 반려견이라고 쓰는 것이 맞다. 공공장소의 안내문이라면 응당 법적인 용어를 쓰는 것이 맞다. 두번째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이라는 표현이다. 이 글 초반에서 언급했듯이 장애인도우미견에는 시각장애인 안내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종류의 장애인도우미견도 출입이 가능해야 한다. 따라서, [장애인 도우미견]이라고 바꾸는 것이 옳다. 게다가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은 당연히 시각장애인일 텐데, 안내판의 문구는 모두 시각적인 정보로만 되어 있다. 세번째로 잘못된 점은 바로 [점자가 없는 것]이다. 있으나 마나한 안내문인 것이다. 이런 잘못된 안내문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민원을 넣고 제보하며 수정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청각장애인은 생활송 초인종 소리, 타이머 소리, 주전자 끓는 소리, 화재경보기의 비상벨 소리, 누군가가 장애인을 알아보고 부르는 소리 등을 인지하지 못해 난처함이나 위기를 겪는 사례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청각장애인들에게 생활에 필요한 소리나 정보를 구분해서 알려주는 역할이 바로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의 역할이다. 

 

문제는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의 크기가 작다는 사실이다. 상기의 사진을 보면 반려견으로 많이 키우는 시추가 청각도우미견인 것을 알 수 있다.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도우미견은 크기가 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도우미견은 크기가 크다는 편견을 갖게 되었고,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의 크기만 보고 출입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 아무래도 덜 알려져 있고 소형견이다 보니 도우미견인줄 모르고 반려견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조끼를 입혔는데도 그렇다). 출입을 거부할 경우 청각장애인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대화를 원활하게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에 대한 법적인 대우와 처우는 모두 시각장애인 도우미견과 동일하다. 사람이 출입하는 곳은 어디든지 출입할 수 있으며 장애인과 한 몸으로 대우한다. 이들의 출입을 거부하면 사람의 출입을 거부한 것이고, 이들을 공격하면 사람을 공격한 것이다. 출입을 거부하면 과태료 300만원 이하에 처해진다(앞서 언급했다시피, 300만원 이하이지만, 관례적으로 무조건 300만원을 부과한다). 

 

이 외에도 지체장애인 보조견과 치료도우미견이 있다. 지체장애인 보조견은 지체장애인에게 물건전달, 문 개폐, 스위치 조작등을 도와주며, 치료도우미견은 정신적,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치료 효과를 개선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들 모두 법적으로 규정된 장애인 보조견이며 같은 법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사람과 한몸으로 규정하며 출입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장애인 보조견의 출입을 거부하는 행위는 이해하기 어려우며, 거부시 가장 많은 이유로 거론되는 [다른 손님들이 싫어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것이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영역이 아닌 것임을 알면 다소 이해가 된다. 심리적인 증상 중에 [개공포증 ;  Cynophobia]이 있는데, 공포라는 감정은 인간이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크고 공격적인 개를 보면 필자 역시도 무섭지만, 개공포증을 가진 사람은 크고 공격적인 로트바일러나 작고 귀여운 치와와나 같은 선상에서 무서워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개 공포증은 굉장히 흔한 공포증이다. 전국민의 30% 가량이 강아지를 키우는 현 시대에서 이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시달리고 항상 무서우며 이해될만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다른 손님들이 싫어해서]라는 말이 사실일 경우, 해당하는 손님이 무식하고 비윤리적이며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간주하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은 거 같다. 실제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더라도 본능적으로 저절로 무서운 것을 어쩌란 말인가? 큰 식당이나 까페의 경우 파티션이나 층 등 구획을 구분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부분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큰 문제인거 같다. 

 

추신. 전국민의 30%가 반려동물을 키운다. 개공포증이 있으신 분들이 얼마나 힘들까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만, 현 상황은 현실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극복한다면 훨씬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