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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줄기세포 특집 1-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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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개발은 당연히 어렵다.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같은 화학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합성이 치료제의 주류인 세상에서 세포치료제의 개발은 훨씬 더 많이 어렵다. 일본의 과학자인 이토 마사하루는 자신의 저서 <신약 개발 이야기>에서 신약 개발은 엄청나게 어려우며, 평생을 몸 바쳐서 일생에 본인이 기여한 제품이 단 하나라도 세상에 나올 수 있다면, 신약 개발 전문가로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했다. 치료제 개발자라면 모두가 공감할 만한 말이다.

 

화학물질 기반의 치료제는 상대적으로 생산 시에 Quality control(품질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약에 대한 반응도 일정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상황에서, 합성연구, 제제연구, 안전성 연구, 임상 연구를 이어나가면서 평균 10년 이상 계속되며, 막대한 자금을 소모한다. 너무나도 막대한 자금을 당연하게 소모하기 때문에, 지원자 입장에서는 큰 돈이고, 개발자 입장에서는 작은 돈인 견해 차이가 발생한다. 게다가 수도 없이 실패를 마주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슬아슬하고 모험적이며 고통스러운 판단을 해야 한다. 신약을 개발 과정은 먼저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전임상시험을 거쳐, 임상시험을 통과하고, 판매허가 신청 후 관련부처의 허가를 얻어 판매를 개시하는 것으로 완료한다. 후보물질 10,000개 중에서 신약으로 시판되는 것을 1개에 불과하다. 이를 신약개발의 병목현상이라고 부른다.

 

신약개발의 병목현상. 만개의 후보물질 중 약으로서 세상의 빛을 보는 건 1개에 불과하다. 과학자 입장에서 후보물질 발견했다고 기업의 주식이 오르는 걸 보면 쓴웃음이 나온다. 

 

그나마 1개의 신약도 시장에서 흥행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어떤 후보물질도 그 장래를 약속받았거나 특출나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떤 후보물질로 치료제 개발 연구에 뛰어드느냐는 순전히 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듯 기존의 화학물질 기반의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그 과정이 확립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어렵다. 그렇다면 세포 기반의 치료제인 세포 치료제는 어떤가. 치료제이기 때문에 절차적으로는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Quality Control(품질관리)가 엄청나게 어렵다. 세포를 배양할 때에는 시시각각으로 상태가 달라지며, 고려하기 힘든 아주 사소한 것만으로도 세포의 상태가 변해 버린다. 세포를 배양 할 때의 주위환경과 세포배양액은 당연히 곰팡이를 비롯한 각종 균류와 미생물, 바이러스에게도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에, 오염에도 취약하다. 오염은 실험과 개발과정에 타격을 가할 뿐만 아니라 실험자의 정신에도 큰 타격을 미친다. 대부분의 오염사고는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조차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를 포함해 저자가 만난 세포생물학 연구자들의 모두 오염사고에 지나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며, 이는 경력이 오래된 연구자일수록 더하다. 처음 오염사고를 접한 연구자는 선배들의 예민함이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최근, 3D 배양법이 나오면서 세포 배양 기법이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세포 배양의 원리 자체는 간단하다. 영민한 사람은 다른 실험자가 하는 실험을 보고 배워서 하루만에 마스터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오염사고, 항상 발생하는 세포의 변화 모니터링 등 위기관리 능력은 어지간한 경험과 경륜, 그리고 배짱으로도 커버하기가 어렵다.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실험자가 실력 있는 실험자인 것이다. 만약 성공적으로 개발된 세포치료제가 상용화되어 대량생산에 접어들면, 이러한 문제들은 더욱 골치 아파질 것이다.

 

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에서도 화학물질 기반의 신약에 비해서 어렵긴 매한가지다. Quality control이 힘든 문제에다가 개체별 variation 문제로 인하여 세포치료제의 효능은 과학적으로, 통계적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래저래 세포치료제는 화학물질 기반의 치료제에 비해서 훨씬 개발하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장점은 존재한다. 화학물질 신약에 비하여 후보물질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수 없이 많은 줄기세포가 존재하더라도 결국은 다 인간세포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화학물질 기반의 신약에 비하여 후보세포를 발굴하기는 확률적으로 쉬울 것이다. 다만, 후보세포를 어떤 질병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 배양조건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루트로 체내 주입할 것인가, 얼마만큼의 세포를 주입할 것인가, 생착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부작용이나 종양원성은 없는가 등 화학물질 신약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아직 모르는 질병이 계속 출현할 것이다. 암이나 알쯔하이머, 뇌졸중 등 옛날에는 희귀했던 질병이 요즘 흔해진 것은 인간이 암이나 알쯔하이머, 뇌졸중에 걸릴 정도로 오래 살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질병에 거리기 전에 대부분 생을 마감했다. 인생 100세 시대를 지나가서 인간의 수명이 더 길어지면 어떤 질병이 도사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이는 감염성 질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페니실린 등의 항생제 개발로 인간은 감염성 질환에서 완전히 벗어날 거라고 믿었었지만, 박테리아에 의한 감염성 질환을 치료했을 뿐 (최근에는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하면서 다시 박테리아가 우위를 가져갈 듯 하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질환은 아직도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2019년 말에 시작된 코로나 19 창궐 사태가 2021년 현재까지 이렇게 인류를 위협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이렇듯 고령화에 의한 신종 질병 출현, 슈퍼박테리아의 출현,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인간이 끝없이 치료제 개발에 정성을 쏟기를 강제하고 있다. 따라서 치료제 개발자는 어떤 시대가 와도 유망한 직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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