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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지구를 살리는 기술 4 - 플라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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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체와 관련된 화학을 우리는 <유기화학>이라고 부른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탄소(C), 수소(H), 산소(O) 가 주요 성분인 화학물을 다루는 학문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서 얻는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모두 탄소, 산소, 수소가 주성분이다 (물론 질소나, , 황 등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탄소, 산소, 수소로 이루어진 화학물은 웬만해서는 생물체 내에서 효소에 의해서 물질대사가 가능하다. 그래야, 우리가 먹는 음식물이 소화기관에 의해 분해되었다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다른 영양소로 재구성되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분명 유기화학물이면서도 인간은 물론 거의 모든 생명체가 대사할 수 없는 물질이 있다. 바로 플라스틱이다. 탄소, 수소, 산소로 이루어졌지만, 분해되지 않는 것이다. 만약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다면, 분해된 탄소, 수소, 산소는 다시 생태계에서 다른 생물체에 포함되어 순환할 테니 환경 오염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텐데, 플라스틱은 자연계에서는 절대로 분해되지 않으니 계속 축적만 되어 현재와 같은 문제점이 생기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은 단 입자의 예외도 없이 썩지 않아 모두 자연계 안에 쌓이고 있다는 말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정말 무시무시한 말인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 그 때는 사실이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아주 작은 양의 플라스틱은 분명히 분해되었다. 일부 플라스틱에 한정되어 있지만, 플라스틱을 섭취하여 대사하는 미생물이 발견되었고, 플라즈마를 이용한 폐기물 소각 연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극히 미비한 양일지라도 시험삼아 플라스틱을 분해하였다.

 

미국의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은 원자력 추진을 하는 항공모함으로서 2017년에 취역한 나름 최신 항공모함이다. 이 항공모함의 승선인원은 4300명 가량인데, 거의 움직이는 도시 수준인 만큼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도 엄청난데, 바로 이 항공모함에 <플라즈마 아크 쓰레기 파쇄장치>가 설치될 예정이다. 쓰레기를 분쇄한 뒤 3000도의 고온 플라즈마를 이용해서 소각하는 방식이다. 3000도로 가열하면 플라스틱 뿐 아니라 모든 폐기물이 자연계에서 사용가능한 상태로 분해되어 버린다. 재활용 쓰레기 일반 쓰레기 구별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이기까지 한 셈이다.

 

갈수록 쓰레기 처리는 어려워지고 있다. 폐기물 처리 방식은 크게 매립과 수출, 소각의 3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매립은 침출수 문제 뿐만 아니라 한정된 국토를 소모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필자가 나고 자란 인천은 수도권의 쓰레기를 매립하는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온갖 몸살을 앓았는데, 최근에 매립기간을 연장하네 마네 하면서 엄청난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연히 내가 사는 동네에 대규모 매립지가 생기는 것은 싫지만, 인천에 매립하지 않으면 어딘가에 매립해야 하는 게 현실이고, 이는 모두 짧은 시간동안만 문제를 봉합할 뿐이다.

 

구글에 <인천 매립지 서울 경기>를 검색하면 인천과 서울, 경기도가 매립지 분쟁을 벌이는 기사가 쏟아진다. 국토는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이런 분쟁은 폭탄 돌리기나 다름이 없다. 

 

폐기물 수출은 어떤가. 2019년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6500톤의 쓰레기를 수출한 사실이 재조명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이라고 신고하고 수출했는데, 필리핀 세관에서 검사하니 그냥 마구잡이로 섞인 쓰레기였고, 이로 인해 불법 쓰레기 수출국 낙인이 찍혔을 뿐만 아니라 6500톤의 쓰레기가 한국으로 반송되어 버렸다. 쓰레기를 수출하는 것은 처리비용이 저렴해서 좋지만, 폐기물 문제가 전지구적이라는 시점에서 보면, 근본적인 처리방법이 아닌 것이다. 이제 폐기물을 수입하던 국가들도 환경 문제를 인지하고 수입을 금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제는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에 수출한 한국산 쓰레기 - 출처 그린피스. 쓰레기 문제는 전지구적인 문제이다. 외국으로 수출해도 폭탄 돌리기와 다름이 없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바로 소각이다. 소각은 무게 및 부피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데다가, 열이 발생하여 에너지 생산에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심각하다. 다이옥신등의 발암물질이 매우 높은 농도로 발생하기 때문에, 쓰레기 소각장은 단연코 일급 기피시설이다. 다이옥신의 발생을 막기 위해 최근에는 850도 이상으로 가열하는 기술을 사용하지만, 소각으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완전 차단할 수 없는 데다가, 건조하지 않은 폐기물들 (가령 음식물 쓰레기, 제발 분리 좀 제대로 하자) 의 영향으로 온도가 떨어지며 불완전 연소되어 환경파괴를 유발한다.

 

쓰레기 소각장 역시 매립지와 마찬가지로 기피대상이다. 추적 60분에 나온 쓰레기 소각 문제

플라즈마는 2000도 의 고온으로 산소 없이 연소가 가능하다. 산소 없이 연소 가능하다는 것은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다는 뜻이다. 플라즈마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서 3000-5000도 까지의 가열도 가능하다. 이 정도 온도에서 소각을 진행한다면, 플라스틱 뿐만 아니라 모든 폐기물은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게 분자수준으로 분해된다.

 

핵융합으로 만드는 플라즈마는 사실 쓰레기 소각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 각종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인공태양>에 대한 이슈를 접해본 사람이 많은 데, 이 인공태양이라는 것이 바로 핵융합에 의한 플라즈마를 일컫는 것이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2를 보면 핵융합으로 인공태양기술을 개발한 과학자 (닥터 옥토퍼스)가 나오는데, 이 아저씨가 악당이 되어 스파이더맨과 싸운다. 막상 개발한 인공태양기술은 싸우는데 하나도 써먹지 못하지만 말이다. 1억도의 온도도 구현이 가능하다니... 머지않아 태양열 발전을 하는게 아니라 인공태양을 에너지로 바로 써먹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셈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2에서 닥터 옥토퍼스는 핵융합에 의한 플라즈마 기술을 개발한 훌륭한 과학자이자 악당이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지만 2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첫째, 플라즈마 기술 왜 스파이더맨하고 싸울 때 못 써먹었지? 둘째, 성공한 과학자는 왜 맨날 악당이 되지? 실제로 지구를 구하는 건 과학자들인데 말이다. 

 

대양 한가운데 생긴 플라스틱 쓰레기섬, 미세플라스틱 문제, 매립지 문제, 소각장 문제 등 많은 문제를 플라즈마 소각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며, 에너지 문제 역시 플라즈마 기술로 해결될 것이다. 지구를 살릴 기술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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