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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나는 얼만큼 거짓말장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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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과 제럴드 제리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균 하루에 200여 번의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이는 평균 8분에 한번 꼴로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특별히 더 나쁜 사람들이나 범죄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의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거짓말하는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는 경향이 많은데, 실제로는 거의 모든 사람이 거짓말장이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얼만큼 거짓말장이냐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필자는 200번 이라는 수치가 석연찮았다. 그리고 필자는 과학자다. 직접 실험을 해보자. 간밤에 수첩과 펜을 마련해두고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들고 다니면서 내가 한 거짓말을 기록하기 시작하여 잠들때까지 지속했다. 나는 과연 하루에 몇 번의 거짓말을 할까?

 

2021년 6월 21일은 총 38회, 22일은 17회, 23일은 13회의 거짓말을 했다. 이거 제럴드 제리슨 교수의 연구와 많이 다르다. 혹시 내가 특별하게 많이 착한 사람이라서 그럴까? 필자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크게 웃어 넘길 말이다. 그런데 왜 데이터가 일정하지 않고 변차가 큰 것일까? 아마도 Day1에는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났고, Day3에는 혼자 사무실에서 조용히 일만 했기 때문일 것이다. 6월 중순에 방학이 시작하여 학생들과의 교류가 적은 탓일 수도 있다. 아마도 200번 이라는 수치는 아주 많은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이거나, 제럴드 제리슨 교수가 피험자들을 쫒아다니면서 계속 질문을 던졌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횟수가 인류 혹은 우리나라 사람을 대표하는 결과는 아닐 것이다. 거짓말 횟수가 하루 0 회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볍에 200회를 넘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거짓말 노트로 기록한 1일 거짓말 횟수

 

필자가 한 거짓말은 몇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었다. 먼저 사회적 거짓말이다. 사회적 거짓말은 때로는 지혜나 문화적 관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도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일삼는다. 산타할아버지는 존재하고, 실망스러운 선물이나 용돈을 받아도 기쁘게 감사합니다!를 외치라고 교육한다. 친구랑 싸웠을 때 하나도 안 미안하지만 미안해 라고 외치며 사과하게끔 교육한다. 사실상 거짓말하는 것을 교육하는 셈이지만, 이마저도 못하면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까? 사회적 거짓말은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실제로 상대에게 공감하지는 않지만, 인간관계를 위하여 맞장구를 쳐주는 경우가 많다. 그리 나쁜 건 아닌거 같지만, 사회적 거짓말도 들키면 상대방이 기분 나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거짓말 노트에 따른 사회적 거짓말. 분명 거짓말이긴 하다

 

다음으로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선의의 거짓말은 사회적 거짓말과 구분하기가 힘들 수도 있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좋은 의도 혹은 선한 의도로 좋은 결과를 의도하기 위한 거짓말을 선의의 거짓말이라 한다. 위로의 거짓말도 선의의 거짓말에 속한다. "괜찮아, 아무 문제 없어" 따위의 말들이나,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을 때, "괜찮아 우리는 최선을 다했잖아" 등도 선의의 거짓말일 수도 있다. 필자는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간식을 나눠주려 할 때, "배불러"라는 거짓말을 했다. 좋은 결과? 를 위한 거짓말인 셈이다. 선의의 거짓말은 상대방한테 들킨다고 그렇게까지 기분 나빠할 거 같지는 않지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밖의 악의적 거짓말도 있을 것이다. 정말 거짓말은 이런 악의적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데 애매한다. 사소하고 작은 거짓말부터 작정하고 사기행위를 저지르는 거짓말까지 모두 악의적 거짓말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를 규정하기 위해서 아마 "윤리" 라는 단어가 생겼을 것이다. 당장 작은 책임을 모면하려는 거짓말부터, 남의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나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큰 거짓말까지 모두 악의적 거짓말이다. 하지만 미필적 악의적 거짓말도 있다. 말을 하는 순간에는 진심이었으나,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되는 경우이다. 지키지 못한 약속이 미필적 악의적 거짓말의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 7시까지 집에갈께" 라고 말한 경우, 말을 꺼낸 순간에는 진심이었으나, 결과적으로 퇴근이 약간 딜레이되고, 퇴근시간의 교통상황 등 여러가지 여건으로 인해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수 있다. 미필적 악의적 거짓말은 누적 효과가 있다. 한건 한건을 들여다보면 납득할 만하고 사람들이 이해해주는 거 같지만, 누적될 경우 신뢰를 잃는다. 자기관리의 측면에서 볼 때, 미필적 악의적 거짓말은 굉장히 중요한 관리대상이다. 

 

고의적 악의적 거짓말은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싶다. 용어가 상당히 거칠어서 엄청나게 큰 죄인거 같지만 실상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해야 한다. 선의의 거짓말까지는 아니지만 무엇인가가 부끄럽거나 민망해서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 실제로는 화장실이 급했으나,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겼다" 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상당했다. 언어 자체에 거짓말이 섞여 있지 않아도 고의로 어떤 정보를 누락시키는 수법을 사용하여 누군가를 골탕먹이려고 한 경우도 상당했다. 책임을 면하기 위한 거짓말을 한 적도 있다. 보통 사람인 필자는 누군가를 응징하기 위해, 혹은 혼내주기 위해서까지 악마적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거 같다. 

 

거짓말과 인간의 지능 발달에 대한 재미있는 학설이 2가지가 있다. 하나는 거짓말을 잘 하기 위하여 인간의 지능이 발달했다는 이론이다. 낚시미끼, 함정을 사용해서 사냥을 하면서 발달한 인류를 생각해 보면 맞는 의견인거 같다. 다른 하나는 타인의 거짓말을 더 잘 구분해 내기 위하여 인간의 지능이 발달했다는 이론인데, 이 이론 역시 상당히 신빙성이 높다. 

 

필자가 넷플릭스로 감상한 영화 "거짓말의 발명". 거짓말이 없는 세상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보기에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 영화는 인간 세상 전체가 거짓말을 못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답답하기 짝이 없다. 

 

출처. 영화 "거짓말의 발명". 거짓말을 못하면 사람들을 믿을 수 있고 편리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영화의 주인공은 아무도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세상에서 혼자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초능력이 생긴다. 어떻게 어떠한 이유로 초능력이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암튼 혼자서 거짓말을 할 수 있으니, 엄청난 능력이 생긴다. 필자의 인생 영화 중 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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