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우리집 강아지 "쪼"에 대한 내용을 다루려고 한다. 쪼는 산책을 나가면 자주 풀을 뜯어먹는다. 그냥 어쩌다가 먹는게 아니라 거의 산책의 필수코스이다. 때로는 뭔가 건강에 이상이 있어서 그러나 싶은 걱정이 들기도 한다. 개는 본래 육식동물에 가까운 잡식동물인데 풀을 이렇게 좋아하는게 말이 되나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보스턴 테리어 견주들 모임인 카카오톡 오픈톡방 "보스 오브 보스턴" 에서 물어보니, 우리 쪼만 그런게 아니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많은 편견과 서로 다른 정보가 난립하고 있다. 영양 불균형 떄문이라던가, 치료행동이라던가, 섬유질 부족 때문이라던가, 토하기 위해서 먹는 다는 등 많은 말이 있는데, 인터넷에 떠 도는 이러한 정보들은 근거 없이 들은 이야기이거나 낭설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 학술논문을 찾아보았다.
이 논문에 의하면 건강하고 잘 관리된 개만을 대상으로 통계를 내도 79%가 산책중 풀을 먹는 것을 확인했다. 풀을 먹기 전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먹고 나서 토하는 개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먹이를 급여하느냐하고 풀을 뜯어먹는 행위 사이에서의 상관관계도 발견하지 못했다. 심지어 풀을 먹는 강아지를 대상으로 하여 혹시 섬유질이 부족한가 조사하여봤지만, 27%는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고 있었으며, 나머지는 사료 자체에 일정 수준의 섬유질을 갖고 있었다. 풀을 먹는 행위가 영양결핍하고는 무관한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연구자들이 속을 불편하게 만드는 성분이 들어간 먹이를 준 강아지와 정상 먹이를 준 강아지를 비교했을 때에 오히려 정상 먹이를 먹은 개가 풀을 더 자주 먹는 것이 관찰되어, 풀 먹는 것이 치료행위는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호주에서는 강아지에게 하루 3번 풀을 주고 먹는 행동을 관찰해보았는데, 식후보다 식전에 풀을 더 좋아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저 배고프면 풀을 찾는 것이다.
상기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풀을 먹는 것은 건강이나 질병, 영양 결핍하고 무관하며 배고플 때 찾는 먹이에 불과한 것이다. 야생의 늑대들을 연구해보면, 육식동물로 알려져 있는 늑대조차 일상적으로 풀을 뜯어먹는것이 보고되어 있다. 풀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식물성 섬유질은 배변활동을 도와주며 장내 기생충을 제거하는 구실도 한다. 풀을 먹어서 나쁠 것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을 먹게 놔두어서는 안 된다. 도시인으로서 산책은 주로 인공적으로 조경작업을 통해 조성된 아파트나 공원에서 이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조경작업은 한번 조성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3월에서 9월에 거쳐서는 춘고병, 탄저병, 방패벌레, 나방, 잔디굴파리등의 해충을 퇴치하고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농약을 살포하기 때문이다. 3월에서10월까지는 비료를 주기도 하는데, 화학비료를 섭취할 경우 강아지한테는 굉장히 위험하다. 동물병원에서는 이유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강아지들이 종종 보이는데, 이런 경우 중 상당수는 아마도 풀을 뜯어먹다가 농약이나 비료를 함께 섭취했을 개연성이 아주 높다.
강아지를 기르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남양주 애견카페 유박비료 사건"을 기억하실 것이다. 업주가 유박비료를 대형견 운동장에 살포했고, 3살 생일을 맞은 대형견이 애견카페 방문 이후 구토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한 사건이다. 사망한 대형견은 아마도 잔디를 뜯어먹었을 것이다. 혹시라도 유박비료를 직접 먹어을지도 모르겠다. 유박비료는 가루나 액체가 아닌 펠렛 형태로서 강아지가 먹는 사료하고 아주 비슷하게 생겼다.
결론. 야생 상태의 풀을 뜯어먹는 것은 별 문제가 없지만, 도심에서는 농약이나 비료를 3월에서 10월까지 살포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풀을 못 뜯어먹게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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