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포스팅이 좀 자극적이었나 보다. 갑자기 방문자 수가 떡상하는 걸 보니.
이번에는 유전자 가위에 대해 다뤄 보고자 한다. 유전자 가위라는 명칭은 사실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한 명칭이고 실제 명칭은 <Crispr Cas 9 gene editing system> 이라는 아주 거창한 명칭이다. 사실 이 유전자 가위 이전에도 유전자 가위로 일컬어지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존재했으나, 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세포가 (혹은 생물체가) 살아 있는 상태로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장점이 존재한다. 게다가 쉽고 간편하기 때문에 생물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이라도 우리 연구실에서 딱 1달만 훈련받으면, 어느 정도 유전자 편집이 가능할 정도이다. 아래와 같이 2003년 <Nature protocol> 지에 게재가 되었는데 원리를 잘 설명하고 있다. Nature protocol 지도 impact factor가 15점이 넘어가는 초상위권 저널이다.
유전자를 DNA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정 유전자를 잘라서 없애 버릴 수도 있고, 자른 자리에 외부 유전자를 집어넣을 수도 있다. 이것이 진짜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설명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는데... 설명하기가 어렵다.
미오스타틴 유전자에 대해서 예를 들어 보겠다. 중요한 건 미오스타틴 이라는 유전자가 근육의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근육은 가만히 있어도 우리 몸의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 버리기 때문에, 진화적으로 근육이 많은게 꼭 장점만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현대인은 다르다,
만약 유전자 가위로 genome 안에서 미오스타틴을 아예 잘라버리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운동하는대로, 비례해서 근육을 얻게 될 것이다. 마치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거처럼, 스테로이드의 부작용 없이.
이 근육 빵빵 소를 보자. 이 사진은 포토샵을 한 것도 유전자 조작을 한 것도 아니다. 원래 이런 종자의 소다. 요는 이 소가 선천적인 돌연변이로 미오스타틴이 망가져 있다는 것이다. 여러 연구진에서는 소 미오스타틴 유전자와 동일한 유전자를 돼지, 개, 쥐에서 잘라내어 근육이 빵빵한 개체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만약 EPO 유전자를 조작하면 어떻게 될까? EPO는 혈액내 적혈구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필란드의 크로스컨추리 선수인 에로 멘티란타 (아래 그림)는 EPO의 수용체 유전자인 EPOR에 돌연변이를 갖고 있어서, 적혈구가 산소를 훨씬 더 많이 운반할 수 있었다. 당연히 폐활량이 좋고, 근육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으니 유리했을 것이다. 만약 이 선수가 같은 돌연변이를 가진채로 수영강국인 호주에 태어났으면 수영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을 가능성이 높다. 숨을 오래 참을 수 있으니깐 말이다.
만약 윤리적 문제가 없다면 이는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근육빵빵하고 폐활량 인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장점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슈퍼솔져 라는 개념으로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 또 어떤 사람한테는 타고난 스포츠 스타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확실한 건 약물 도핑처럼 유전자 도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필자는 박테리아에 감염되었을 때, 반응하는 면역 유전자들 사이에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곰팡이에서 체취해서 삽입하려는 시도를 했었다. 이론적으로는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저절로 몸 안에서 항생제가 만들어져서 자가치유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원래는 구제역 등 동물의 전염병 대책으로 고안해낸 것인데, 연구비 신청을 했을 때, 충분히 매력적이질 않았는지 떨어지고 말았다.
이 밖에도 이론적으로는 몽골에서 시력이 특출나게 좋은 사람의 유전자,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하여 동체시력이 좋은 사람의 유전자, 상처회복이 특출나게 빠른 사람의 유전자를 찾아서 얼마든지 복제하여 우리 몸에 주입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라. 근육량이 많아서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이 강하고, 폐활량이 강해 지구력도 좋다. 시력이 3.0을 넘고 동체시력도 좋으며, 상처가 나도 빨리 회복되고 웬만한 감염은 스스로 회복된다. 만약 이렇게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는 유전자가위세트를 만들어서 인간 몸에 주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유전자 도핑, 슈퍼솔져의 탄생이다.
이번에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보자. 유전자 성형수술이다. 유난히 꿀피부인 사람, 나이가 들어도 동안인 사람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유전적 차이를 발견한다면? 머리 색을 바꾸고 싶을 때, 염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가위가 들어 있는 주사를 맞으면 된다면? 남편, 시아버지가 모두 대머리인데 아들을 임신했다면? 절대로 운동은 하기 싫지만 살이 찌기 싫다면?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주당의 간이 부럽다면? 절대음감이나 절대미각이 부럽다면? 내 피부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번 포스팅은 오픈결말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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