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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대한민국에서 연구비 타서 연구를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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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상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은 넓은 범위에서 모두 과학자다. 하지만 과학도로서 끝까지 연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과학자라는 것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좁은 범위에서의 과학자라는 것은 연구자이다. 이번에는 어떻게 연구비 타서 연구하는 연구자가 되는 것인지 대략 살펴보도록 하자.

 

 1번. 학위 취득하기 - 과학과 관련 있는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해야 한다. 석사 및 박사과정을 취득하는 곳은 대학원이다. 대학원 입시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만만하다면 만만하고 어렵다면 어렵다. 하나 확실한 것은 초, 중, 고, 대학교처럼 누군가가 나를 일일히 나서서 챙겨주고 끌어주기 않는다는 것이다.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겠지, 지도교수는 학교에서 알아서 배정해 주겠지, 학위 논문은 교수님이 어떻게 해주겠지 등등 이런거 없다. 뭐든지 스스로 해야 한다. 본인이 스스로 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교수님들과 선배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하지만 누군가 어떻게 해 주겠지라고 바라기만 하고 있다면 절대로 아무도 여러분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2번. 과학기술인 등록번호 부여받기 - 사실 이게 왜 필요한지 나도 잘 모르겠다. 과학기술인 등록번호는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과학자와 기술인에게 부여하는 번호인데, 이것 자체도 개인 정보이니만큼 굳이 있어야 하나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과학자는 어딘가에 개인정보를 입력할 때 꼭 과학기술인 등록번호가 필요하니만큼 과학기술인 등록번호를 반드시 부여받길 바란다. 

  네이버에서 NTIS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사이트가 있는데, 바로 이 사이트에서 과학기술인 등록번호를 발급받을 수 있다. 1인 1번호가 원칙이고 내국인은 실명인증을 통해 누구나 부여받을 수는 있다. 국내에서 과학자로 종사하는 외국인도 발급이 가능하다. 번호를 발급받은 후에는 반드시 KRI 와 연동시켜야 한다. KRI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운영하는 <한국연구자정보> 사이트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연구자가 자기의 학력, 경력, 연구업적등을 모두 등록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나를 조회해볼 수도 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과학자라고 명함을 줬다면 KRI 에서 한번 조회해보자. 만약 그 사람이 KRI에서 조회되지 않는다면, 어딘가 수상한 거다. 조회해보면 아래와 같은 정보들을 알 수 있을 거다. 

 

다른 사람이 KRI에 접속해서 필자를 검색해 보았다. 논문실적을 보니 20편의 논문을 작성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음, 최신 논문의 등록이 아직 안 되었으니 빨리 업데이트해야겠다.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그라데이션 박스로 가려 놓았다. 
연구비를 얼마나 땄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부분은 필수등록은 아니지만, 과학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단순 참여한 연구는 업로드하지 않았고, 필자가 연구책임자인 연구만 업로드해놓았다. 그 밖에도 그 사람의 기초 경력사항, 학위, 지식재산권, 학술활동(학회 참석 및 발표 등), 수상내역, 자격사항, 기술이전내역 등을 모두 알 수 있다.

 

KRI가 왜 중요한가 하면, 바로 KRI에 등록된 연구업적만이 공인된 연구업적으로 쳐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등록된 연구업적을 통해서 과학자들은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다(국내에서만). 물론 연구계획서 등의 주관적인 평가가 훨씬 더 중요하지만 말이다. 

 

KRI에 개인정보가 등록 되었으니, 이제 연구비를 따야지! 연구비를 주는 기관은 다양하지만, 정부에서 주는 연구비는 거의 이곳에 모여 있다. 농진청이나 중소벤처기업부등의 과제는 뜨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제가 공지되고 정보가 공유되는 곳이다. 

 

3.  나에게 적당한 과제를 찾았는가? 적당한 과제를 클릭하면 과제 계획 및 연구계획서 양식 등 필요한 모든 양식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궁금하면 몇 개 눌러보는 것도 좋다. 

 

한국연구재단에서 다운로드 받은 과제 양식을 한국연구재단에서 그대로 업로드하면 참 편할 텐데..... 굳이 eRND 라는 사이트를 따로 만들어 놓았다. 과제의 연구계획서는 이 곳에서 접수하고 심사받는다. 

 

4. 심사 받아서 연구에 국가 지원금을 받게 되었다면? 협약을 맺어야 한다. 내가 소속된 기관에서 보통은 이를 대행해준다. 필자의 경우 대학에 소속되어 있는데, 대학마다 <산학협력단> 이라는 부처가 있어서 이를 대행해준다. 연구비도 <산학협력단>에서 관리해 주니 잘 지내야겠지? 협약이 체결되면, <산학협력단>에서 연구비카드라고 불리는 신용카드를 지급해 준다. 기업에서의 법인카드하고 비슷한 것이지만 술마시고 먹고 접대하는데 사용하면 절대 안 된다. 연구에 필요한 물품, 분석비 등을 결재하는 카드이다. 연구원의 인건비는 <산학협력단>에서 알아서 연구비를 헐어서 집행해준다. 

 

말은 참~~~ 쉽다. 이 글을 보고 과학자가 되는 과정을 따라해서 과학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연구재단에서 나에게 적당히 맞는 과제를 검색했어도, 연구계획서를 설득력 있게 쓰고, 그에 걸맞는 연구성과물(가령 논문)을가지고 나의 연구역량을 증명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수 많은 제안서를 쓰는 것은 물론, 설득력 있는 발표를 해야만 한다. 연구기관으로서 검증된 기관(대학이나 국가연구소, 기업부설연구소 등) 에 취업성공도 해야 하고, 실질적으로는 연구성과도 우수해야만 한다 (보통 최근 5년내 연구성과 혹은 3년내 연구성과만 가지고 평가한다. 경력공백이 있으면 불리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최소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 잘 찾아보면 가끔 석사학위 혹은 박사학위과정이 지원할 수 있는 과제도 있고, 학력의 제한이 없는 과제도 더러 있으나 대부분의 과제가 최소 박사급이거나 교수급이어야 지원이 가능하다. 원하는 과제에 지원하고 싶다면, 박사학위는 꼭 취득하기 바란다. 

 

필자는 대단히 운이 좋아서 IF가 10점이 넘는 논문이 3편이고, 그 외의 논문까지 20편이 넘는다. IF가 10점이 넘는 논문의 주저자가 되면, Bric 에서 <한빛사 ; 한국을 빛낸 사람들>에 선정해 주는데, 이것이 은근 영향력이 크다. 필자는 IF10점 넘는 논문 3편중에 2편이 1저자 였기 때문에 한빛사에 2번 선정되었다. 

 

Bric에 접속하면 한빛사 선정된 사람의 사진과 이력이 소개되고, 해당 논문의 요약이 제공된다. 개인정보 부분은 그라데이션 박스로 처리하였다. 

 여태까지 필자는 논문등의 연구성과물을 인정받아서 제법 두둑하게 연구비를 땄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3책 5공>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책임자3개, 공동연구원 5개가 한 과학자가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연구의 제한으로 걸려 있다. 필자는 현재 3 책임연구원이기 때문에 한 연구과제가 끝나기 전에는 더 이상의 연구과제에 지원할 수도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과제는 3년 혹은 5년 이내의 연구성과만을 가지고 연구역량을 평가하는데, 필자의 가장 우수한 연구업적 TOP3 중 2개가 올해 5년이 지나 버렸다. 지금 진행하는 과제중의 하나가 끝나면, 더욱 연구비 따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 사이에 좋은 논문이 많이 나와야 할 터인데....

 

 상기의 내용들이 과학자가 되는데에 절대적인 루트는 절대로 아니다. 다분히 이공계, 그 중에서는 바이오 부분에 치우쳤을 것이다(필자의 연구분야). 하지만 다른 분야여도 과학자인 이상 크게 다르지는 않다. 

 

 정부에서 주는 연구비가 싫다면 기업이 주는 연구비를 받는 방법도 있다. 필자 역시 현재 한 제약회사에서 연구비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기업에서 주는 연구비 중에 가장 유망한 곳은 바로 <삼성> 이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상당히 많은 과제에 지원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구비 또한 정부 못지 않게 넉넉하고, 연구비 지원기간도 5년으로 비교적 안정적이며 지원하는 방법도 정부과제에 비하여 간편하다. 일년에 3-4차례 공지가 나오기 때문에 기회도 자주 주어지는 편이다. 필자 역시 삼성에서 지원하는 과제에 5회 지원해 봤는데, 결과는 전부 탈락이었다. 삼성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과제를 지원해 주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떨어진 거 같다. 선정되신 분들이 혹시 이 포스팅을 준다면 댓글 부탁드린다. 서경배 과학재단도 있다. 1년에 한번씩 공지가 나오는데, 이 역시 필자는 매번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삼성미래기술 육성사업 홈페이지 
서경배 과학재단 홈페이지

 

기업이 주는 과제는 위의 2개 말고도 엄청나게 많다. 필자가 지원해본 과제만 20개에 육박하지만 성공은 딱 1번이었다. 좋게 생각한다면, 이미 연구비가 있는 과학자보다는 다른 과학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일 테고, 나쁘게 생각하면 필자의 연구계획서가 좋지 않아서일 거다. 선정되신 과학자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마도 필자의 연구계획서가 안 좋아서일 것이다.... 쭈글

 

 필자는 어느덧 우당탕탕 와장창창 연구를 진행하던 풋내기가 아니다. 풋내기라서 용인되던 너그러운 기준에 보호를 못 받는다는 소리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연구비는 늘 모자라고, 대학원생들은 이제 좀 실험 제대로 하나보다 싶으면 졸업하여 학위를 취득하곤 다른 곳으로 가 버린다. 실험은 아주 높은 비율로 매일 실패를 거듭하고, 연구실에서 오염사고는 일상이다. 그래도 어떻하랴....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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