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전문분야로 되돌아와서 진지하게 과학적인 부분을 포스팅해보려고 한다. 바로 혈관형성작용, 즉 Angiogenesis 이다.
약 100년 전에 이미 과학자들은 몸속에서 종양이 자랄 때 활발하게 혈관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종양이 스스로 자라기 위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혈관을 만들어서 신체 내의 혈액을 끌어오는 것이다. 65년 전에 종양이 어떻게 혈관을 만드는지 현재와 유사한 기작도 밝혀졌다.
그러자 곧바로 과학자들은 종양의 혈관형성작용을 억제하면 몸속의 종양이 스스로 굶어죽을거라는 가정을 세우고 Angiogenesis를 타겟으로 한 연구를 시작했다. 종양은 VEGF 라는 단백질을 뿜어내는데, VEGF는 angiogenesis 일으킨다. 따라서 VEGF 단백질을 억제시키는 연구에 돌입하였다.
현재 bevacizumab 등 VEGF의 항체인 VEGF 억제제, pegaptinib 으로 대표되는 VEGF를 억제하는 aptamer(RNA 기반 억제물질) 등이 나와서 항암제로 기대받고 있다.
한편, angiogenesis는 암을 유발하는 나쁜 역할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 몸 대부분의 세포는 스스로 호흡을 하지 못하고, 영양분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몸을 순환하는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받아야 한다. 수정란이 배아가 되고, 태아가 될 때 온 몸의 신생혈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angiogenesis는 활발하게 일어난다.
또한 상처 등 신체 손상을 입었을 때, 혈관형성을 통해 새로운 신체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줘야 하기 때문에 angiogenesis가 필요하다.
암과 정반대로 angiogenesis가 치료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질병도 있다. 가령 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새로운 혈관이 필요한데, 이 때 angiogenesis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가정이 성립하여, 수많은 연구자가 이를 타겟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 중 일부는 족부궤양이 발생하는데, 이는 말초혈관이 점점 없어져서, 말초(보통 다리 끝)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여 말초가 검게 썩어들어가는 당뇨병 부작용이다. 이 때도 없어지는 말초혈관을 angiogenesis를 통해 수복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필자는 줄기세포를 3D 바이오프린팅하여 인공장기를 만들고, 이를 이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동맥이나 대정맥 등 큰 혈관은 만들어낼 수 있고, 혈관 자체를 만드는 것은 어찌어찌 가능하지만, 3D 프린팅한 인공장기내에 거미줄처럼 얽힌 모세혈관망을 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당뇨병 부작용인 족부궤양처럼 혈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인공장기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아도 1년 정도의 시간만을 벌어줄 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인공장기내에 angiogenesis를 유발하여 저절로 미세혈관 네트워크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고, 이것이 필자의 연구 중 핵심이다. 많은 단백질과 성장인자, 약물을 시도하고 있는데, 최근 괜찮은 후보물질을 하나 발굴해냈다. 인큐베이터 내 세포 실험에서도 제법 좋은 결과가 나왔고, 무엇보다 동물실험에서도 혈관망이 제대로 생기는 것을 확인했고 여기까지의 내용을 기반으로 현재 실험논문을 작성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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