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특히 의과학에서 동물실험은 빠질 수 없는 중요 요소이다. 새롭고 흥미로운 발견과 연구를 해도 이를 동물실험을 통해 증명하지 않으면 좋은 학술지에 싣기 아주 어려울 정도였다. 포유동물은 인간과 유전적으로, 생리학적 기능도 유사하고 비슷한 질병과 문제를 겪는 연구에 적합한 최고의 연구모델이다.
신약으로서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이 10000개가 나오면 그 중에 진짜 신약으로 개발되는 물질은 1-2개에 불과하다. 이 중 대부분이 동물실험 단계에서 탈락한다.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과 위험성이 동물실험을 통해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동물실험을 못하게 한다면 고스란히 인간이 그 부작용과 위험성을 감수해야만 한다.
잠시 눈을 돌려 여성인권의 역사를 살펴보자. 농경시대와 산업화시대에는 경제활동을 하는데 지금보다 [근력]이 아주 중요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남자가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유리했고, 상대적으로 임신과 출산은 여성이 할 수 밖에 없는 업무라서 이에 연장선이 육아와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이라는 자연스러운 인식이 생겨났고 아직도 그 인식에서 못 벗어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이 고도로 발전했다. 이제는 경제활동을 하는데 [근력]이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다. 같은 업무를 같은 효율로 남녀 모두 가능한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회시스템의 발달과 기술의 발달로 가사노동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도 예전보다 감소되었다. 세탁기와 청소기, 어린이집과 보육제도 등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성이 경제활동을 할 여유를 어느 정도 보장해주고 있다.
동물실험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에는 기술과 지식의 부족함으로 인해 동물실험이 없을 경우 어떤 치료물질이나 치료방법의 효능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이 실패였고, 아직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동물권을 지지하는 필자조차도, 최근 게재한 논문에서 동물실험이 진행되었는데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동물실험에서 부작용을 겪기 이전에 미리 예측하고 보완해내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분자생물학적 연구방법론이 고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EU 에서는 화장품을 개발할 때 동물실험이 금지되었다. 해외기업이 동물실험을 통해 화장품을 개발한다면 EU에 수입될 수 없다. 화장품 외에 약물의 개발에도 대체 수단이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동물실험이 허용된다. 미국에서는 2020년부터 화장품의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법률이 3개 주에서 시행되었고, 일본 또한 대형화장품 제조회사에서 대체 실험방법을 모색해서 동물실험을 폐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놀랍게도 이전에 동물실험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것이 화장품 개발 분야였기에 화장품 개발시 동물실험을 금지한다면 굉장히 많은 수의 동물실험이 줄어든다. 상기의 이미지는 로레알의 EPISKIN 이다. 현재 기술로 개발된 인공피부는 내부에 혈관계가 존재하지 않아서 치료용, 이식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하지만 실제 피부와 똑같기 때문에 화장품의 효능을 테스트할 때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
동물권 이라는 용어가 있다. 동물권은 동물에게도 인권과 같은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동물에게 인권에 준하는 권리를 인정하자는 개념이다. 하지만 현재의 사회시스템에서는 육식과 중성화, 식물권,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 고래고기와 샥스핀 등 많은 모순점이 존재하고 있다. 어떤 연구들은 법적으로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동물실험 자료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동물실험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품은 믿고 사용하기가 곤란하다.
하지만 화장품 개발시에 인공피부 기술을 통해 동물실험을 대체하듯이, 기술의 발전으로 여성의 권리가 점점 보장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듯이, 기술의 발전은 동물실험을 극복해 낼 것이다. 수학적으로 통계학은 동물실험의 실험횟수와 동물개체수를 최대한 줄여도 실험결과를 얻어낼 수 있게 해주었고, 지금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오가노이드, 오간-온-칩 기술은 신약개발과 질병연구에서 동물실험을 점점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인간의 예측하지 못하던 부작용과 효능을 훨씬 더 잘 예측하고 신약후보물질의 탐색도 인간보다 정교하게 진행할 것이다.
인공배양육은 인큐베이터 내에서 동물의 세포를 식용가능한 고기의 형태로 키워내는 기술이다. 현재도 가능한 기술이지만, 기호의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이지 못하지만 대량생산될 경우 가축의 도축문제도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과 제도를 통해 문제를 억제할 수 있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언제나 과학기술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문명을 좀 더 윤리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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