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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현대인의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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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멋있지만 종래에는 스스로를 해치는 중독. 니코틴 중독은 폐암 발생률을 증가시키고, 알콜중독은 간암발생률을 증가시킨다. 

중독은 2가지의 의미가 있다. 첫째는 독성 약물에 중독되는 의미다. 가령 독사에게 물렸거나, 복어를 잘못 손질해 먹었거나, 독버섯을 착각해서 먹은 경우에 우리는 심각한 [급성 중독]을 겪게 된다. 많은 경우에 생명을 잃게 되고 살아남아도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중독은 두 번째 의미의 중독이다. 무언가에 계속 의지하고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의미의 중독이다.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중독된 생화학물질은 아마도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일 것이다. 생화학물질은 아니지만 게임이나 도박중독 역시 유사하다.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이나 마약류 등에 중독된 것을 물질중독이라고 부르고 게임이나 도박 등 어떤 행위에 중독된 것을 행위중독이라고 부른다.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 여러 종류의 향정신성 의약품등에 중독된 물질중독이나, 게임이나 도박에 중독된 행위중독은 뇌 안에서 같은 기작을 통해 벌어진다. 어떤 종류의 생화학물질이 뇌의 같은 부위에서 분비되어 작용하는 것이다.

 

동기 부여, 학습, 습관의 형성은 뇌내에서 중독성 물질에 대한 갈구, 반복, 습관화와 관련이 깊어,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도파민 회로에 작용한다. 왜냐하면 먹이, , 사회적인 지위처럼 생존에 유리한 것은 큰 보상이 주어져야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보상을 추구하는 행위와 가장 관련이 깊은 뇌 속 물질은 도파민이다. 도파민 신경세포는 보상이 필요한 행동을 계기로 발화해서, 큰 보상(쾌락)을 부여해서 나중에도 이 행동을 실행할 확률이 높아지도록 이끈다. 쾌락을 부여함으로서 나중에도 이 쾌락을 경험하고 싶게 만들고 (동기부여), 그 행동을 더 잘하도록 만든다 (학습). 그래서 도파민은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하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도파민을 통해 쾌락을 제공하는 보상시스템은 생존경쟁에서 어느 정도의 불리함은 너끈히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로서 종과 개체의 생존에 대계는 유리한 역할을 하여 진화적으로 발달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도 문제점이 있다. 만약 어떤 물질이 도파민 회로를 직접 자극해서 큰 쾌락을 보여할 수 있다면, 인간은 그 물질을 섭취할 동기부여가 이루어 질 것이고, 섭취하기 위한 행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학습을 하게 될 것이며, 종래에는 그 물질에 심각하게 의존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중독이다.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단, 중독현상을 일으키는 동기부여와 학습효과를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애초에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이나 행위를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물질과 행위를 다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현대인은 기본적으로 몇 가지의 의존적 중독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에게 이를 못하게 하는 것은 내로남불의 느낌이 강하다.

 

따라서 무조건 못하게 하기보다는, 중독이 치료가 필요한 뇌질환이라 인식하고, 치료술을 개발하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치료의 타겟은 당연히 중독에 가장 많이 관여하는 도파민이다. 마약류 중독물질들은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는 동시에, 분비된 도파민을 회수하는 과정을 방해하여 2중으로 도파민의 농도를 높이게 되는데, 과량의 도파민 때문에 인체는 강한 쾌락을 겪게 된다.

 

도파민의 분비를 억제하는 방향과 분비된 도파민을 회수하는 과정을 원활하게 하는 2가지 방향이 중독 치료제 개발의 1차적 아이디어이다. 하지만 도파민의 분비를 억제하는 것은 본래 인간의 기능까지 저해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분비된 도파민을 회수하는 과정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더 좋은 치료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체는, 특히 뇌는 이렇게 쉽고 단순한 전략으로 접근했다가는 엄청난 낭패를 겪게 된다. 뇌는 평생토록 변화하는 기관이며 적응력이 대단히 탁월한 기관이다. 중독성 물질을 섭취하여 도파민의 농도가 올라가면 인체는 좋은 기분을 느끼겠지만, 뇌는 일정상태를 유지하고자 하기 때문에 (항상성 유지) 내성과 금단증상이 생긴다. 만약 치료전략으로 분비된 도파민을 회수하는 약물을 개발한다면, 뇌는 도파민을 더욱 많이 분비하는 방향으로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어가면서 생긴다.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어가기 시작하면, 당연히 도파민 분비는 줄어들겠지만, 뇌는 줄어든 도파민에 적응하기 때문에 인체는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가 80% 이상 죽었을 때에야 비로소 증상을 나타낸다.

 

이렇듯 뇌는 마약류에도 적응하여 내성과 금단현상이 생기고, 이를 치료하려는 약물에도 적응하여 약물의 효과가 오래가지 못하게 만든다. 필자의 경우 카페인 중독현상이 심각하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정도를 지나 두통에 시달린다.

 

흡연과 음주 그리고 커피는 니코틴, 알코올, 카페인을 통해 중독현상을 일으키고 내성이 생겨서 점점 의존도가 높아지는데, 이들보다 훨씬 더 강력한 중독현상을 일으키는 생화학 물질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마약이라고 부르는 물질이다. 마약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중추신경계 흥분제이다. 코카인, 암페타민, 니코틴, 카페인, 잔틴(초코렛 성분) 등으로, 소량은 정신이 명료해지고 혈압이 올라가지만, 과량 투약할 경우 과민한 상태가 되며 반사회적이고 폭력적인 양상을 띤다.

 

두 번째는 중추신경 억제제로서, 중추신경을 억제시켜서 진통효과를 발휘한다. 헤로인이나 라벤더, 몰핀, 아편, 알콜등이 있는데, 제한적으로 의료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세 번째는 환각제로서 LSD, 펜시클리딘, 엑스터시, 물뽕 등이 있다. 시각, 청각, 촉각등의 감각을 왜곡하여 기분 좋은 상태를 느끼지만 경우에 따라 불쾌감,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플래시백 효과로 인해 데이트성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도박, 스마트폰, 게임, (업무) 등 물질이 아닌 행동에도 중독이라는 표현을 쓴다. 흔히 행위중독이라고 한다. 2013년 미국 정신과 질환 진단분류체계인 DSM-5 에서는 행위중독도 마약류등에 의한 물질중독과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행위중독 역시 물질중독과 마찬가지로 뇌의 중뇌에 위치한 복측 피개영역, 전두엽 내측 전전두엽, 중격측좌핵으로 이어진 신경 보상회로 (이들을 묶어서 쾌락중추라고 부른다)를 강력하게 자극한다는 사실이다. 생화학물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쾌락중추를 강력하게 자극함은 물론, 금단증상과 강력한 의존성이 나타나는 강력한 중독이다.

물질중독과 행위중독은 원인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지만, 뇌과학적으로는 유사하다. 중독상태가 되며 쾌락중추의 조절능력을 상실하고, 쾌락중추를 자극하기 위한 행동을 점점 더 추구하게 된다. 중독이 심각할수록 쾌락중추를 자극하기 위한 행동에 강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되며, 반사회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되며 기억력저하와 수면장애, 판단력과 지각능력 저하등의 부작용도 발생한다.

 

카페인, 알코올, 중추신경억제제, 스마트폰 등은 중독을 유발하기는 쓰임새가 있어서 무조건 억제하기는 곤란하다. 좀 더 범위를 확장시키면 니코틴 등도 법적으로 허용되며, 많은 국가들에서 대마초등이 합법적으로 유통된다. 합법적이거나 합법적인 방법으로 중독성 물질에 중독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결국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스스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간의 뇌는 유연하기 때문에, 금단현상이라는 힘든 시기를 이겨내면 어느새 중독에서 벗어나고 뇌가 회복할 수 있다.

 

부록1. 코카콜라의 [코카]는 코카인을 뜻하는 말이다. 본래 코카콜라는 중독성을 가진 물질로 음료를 만들어서 안정적인 수입을 추구하고자 했기 때문에 코카인을 함유했었으나 코카인이 마약류 물질로 지정되면서 코카인을 카페인으로 대체하였다. 하지만 이미 브랜드가치가 높았기 때문에 브랜드명을 바꾸지는 못하였다.

 

부록2. 카페인은 뇌의 발달 등에 안 좋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커피를 못 마시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많은 (사실 대부분)의 음료와 과자에는 카페인이 이미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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