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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코로나 19 시대에 되돌아볼 역사 - 천연두와 우역, 소아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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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라는 생명과학 기술은 20억명 이상의 사망을 막은 것으로 추산된다. 감염병이 반드시 사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백신의 혜택을 누린 사람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백신 기술의 이점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질병은 바로 천연두와 소아마비이다.

 

21세기에 천연두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러 질병 중 인간 최악의 질병이었던 천연두는 1979129일 과학자들이 세계에서 완전 박멸되었다고 선언했고, 곧바로 19805월 세계보건기구 WHO 가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천연두 박멸의 1등 공신은 역시 백신이었다. 그리고 천연두는 인류가 최초로 정복한 전염병으로, 천연두 백신은 2억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많은 교과서와 인터넷 자료에서는 천연두를 인간이 정복한 최초의 전염병이자 유일한 전염병이라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사실이다. 20116월 인간은 우역 이라는 질병을 발생시키는 우역바이러스를 멸종시킴으로서 인간이 두 번째로 박멸한 전염병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역은 인간이 아닌 소, 돼지, 염소를 비롯한 우제류가 걸리는 질병이지만, 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가축이 걸리며 인류가 가축을 기르기 시작한 이래, 1만년이 걸리는 시간 동안 전 지구의 모든 기후조건에서 수십억마리의 가축을 죽인 질병이며, 대유행시 해당지역에 심각한 식량난을 가져와서 인간생명도 위협한다. 19세기 아프리카의 심각한 식량난 역시 우역이 원인이었고, 조선시대에 우역이 발생하여 조선의 한우가 멸종하다시피했기 때문에 몽고와 일본에서 소를 수입했던 사례도 있다. 전파력이 엄청나게 강력하며, 안타깝게도 북방 품종 소는 30% 정도의 치사율을 보이지만 한우는 유전적으로 취약하여 100%에 육박하는 치사율을 보인다.

 

천연두는 마마 혹은 두창, 포창, 시두라고 불렀다. [호환마마]라는 말이 있는데, 호랑이에게 물려죽는 호환과 천연두인 마마가 당시에는 가장 공포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사망에 이르는 치명률은 30% 정도지만 대유행 시기에 따라서 100%에 육박하기도 하였다.

 

1980년 5월 천연두 퇴치를 선언한 WHO의 기관지 World Health 의 기관지

천연두는 기원전 3천년쯤 인도 이집트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20세기에만 5억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인류의 역사 전체를 돌아보면 최소 10억명을 죽인 것으로 추정된다. 흑사병은 3억명, 인플루엔자는 총 35천만명을 죽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천연두는 단일 질병으로는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인 질병이다. 기원전 이집트의 람세스 5세의 유해에서 천연두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일본,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잉카제국 등 전세계적으로 모든 시기에 천연두의 흔적이 발견된다. 역사서에 기록된 흔적은 물론이거니와 옛날 인물의 초상화와 사진을 통해 천연두를 확인할 수 있다. 청나라 황제의 순치제는 천연두로 사망하였는데, 이 때 천연두에 걸렸다가 살아남아서 내성이 있는 현엽이 후계자로 결정되어 강희재가 되었다.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1, 프랑스 국왕 루이 15, 잉카제국의 우이아나 카팍 황제, 조선 인경왕후와 효의왕후, 조선 광해군, 일본 고메이덴노, 구소련의 스탈린 등 역사적으로 로열패밀리들도 천연두를 피해갈 수 없었다. 유럽의 신대륙 개척시기에도 미대륙의 원주민들은 침략전쟁이나 학살보다 서양인들이 옮겨온 천연두로 절반 넘는 인구가 사라졌다.

 

천연두의 흔적이 보이는 역사적 인물들. (좌) 조선시대 오명항의 초상으로 천연두로 인한 상처자국이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조선시대의 초상은 사실주의를 추구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초상화에 비하여 여러가지 흔적이 잘 관찰된다. (우) 백범 김구선생의 얼굴에도 천연두의 흔적이 보인다.

 

영국의 의사인 에드워드 제너는 1775년 소의 천연두인 우두를 경험한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두를 감염되었다고 표현하지 않고 경험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여러 문헌에서의 공통적인 현상인데 이로 미루어 볼 때 우두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것으로 짐작된다. 에드워드 제너는 총 23회의 종두법 (우두를 경험시켜 천연두를 예방하는 예방법)을 시행하여 그 결과를 논문으로 영국 왕립협회에 논문으로 보고하였고 천연두를 억제하는데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중국에서는 인두법 (인간 천연두균을 약하게 감염시키는 방법)으로 예방법을 마련했는데, 인두법이 천연두를 예방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었으나 더러는 인두법으로 인해 멀쩡했던 사람을 천연두에 감염시킴으로서 큰 위험성이 따르는 방법이었다.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시기, 구소련과 미국은 천연두 박멸을 위해 힘을 합쳤다. 마침 소련은 동결건조 기술을 활용하여 지형과 기후에 구애받지 않는 획기적인 천연두 백신을 개발했던 참이었다. 항상 대립만 하던 냉전시대의 두 강대국이 힘을 합치자 천연두는 무서운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천연두 박멸을 위해 첫 번째로 두 강대국은 1주 보고 체계를 확립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K-방역과 유사한 시스템인데 당시의 통신 IT 기술의 한계로 인해 1주일의 시간은 당시에 가장 빠른 시스템이었다. 두 번째로는 울타리 감시 전략을 확립했다. 천연두가 유행하는 지역이 생기면 그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지역부터 천연두를 근절시킨 후, 마지막으로 유행지역의 천연두를 집중적으로 근절시킨다. 전쟁이나 게임시 사용하는 포위 섬멸전략과 유사하다. 천연두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여기서 근절이라는 말은 격리를 의미한다. 격리 후 회복되면 좋은 것이고 사망하여도 주변에 전염시키지 않기 때문에 천연두는 근절된다.

 

세 번째 전략인 마지막 전략은 봉쇄전략이다. 봉쇄라는 말은 강제로 어떤 지역을 폐쇄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지역에서 천연두 환자가 발생했을 때 예외 없이 해당 지역 거주자 전원에게 백신을 접종시키는 것이다. 이미 천연두에 걸렸다가 회복했거나 백신 접종이 완료되었어도 예외 없이 강제 접종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전략은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K-방역과 상당히 유사하고 나름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천연두가 박멸된 가장 중요했던 전략은 바로 세 번째 봉쇄전략이었다. 예외 없는 백신 접종. 하지만 지금 21세기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서 이를 적용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일 것이지만 우리는 역사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분명하다.

 

이 같은 전략들은 미국과 소련에서 먼저 코로나가 없어졌는데 이런 전략을 수립하면서도 미국과 소련을 서로 설득하고 적용하도록 한 것이 바로 2020년 생명미래상을 수상한 구소련의 빅토르 즈다노프와 미국의 윌리엄 페기이다. 이후 빅토르 즈다노프와 윌리엄 페기는 제3 세계에도 백신을 대량으로 기증하고 전략을 전수해 주는 방안을 각각의 정부에 건의하여 받아들여졌고, 이는 천연두가 전세계적으로 없어지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77년 소말리아의 23세 청년이 마지막 자연감염으로 보고되었고 1978년 영국 버밍엄에서 실험실 유출사고로 1명이 감염 된 후 천연두는 사라졌으며 1998년부터는 아예 천연두 예방접종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의 인류는 천연두에 저항할 면역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만약에 천연두가 다시 퍼진다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 WHO는 여러 연구실에서 보유중인 천연두 바이러스를 폐기하도록 권고하였으나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은 아직도 천연두 바이러스를 보관하고 있다. 그리고 천연두는 검증된 치료제가 없다. 20187FDA가 천연두 치료제를 공식 승인했다는 기사가 올라왔으나 기사일 뿐 천연두 환자가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볼 수가 없고 임상사례도 전무하여 검증된 약이라고 보기 힘들다.

 

우역은 천연두에 이어서 인간이 두 번째로 정복한 질병이다. 우역이 인간을 감염시키는 질병은 아니지만 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가축을 감염시키는 전염병인데다가 치명율도 높아서 우역이 대유행한 지역에서는 사람에게도 식량난을 가중시켜 기근이 벌어지곤 했으니 결국 인간에게도 큰 피해를 주는 질병이다. 우역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그 기록이 남아있으며,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성경에 기록된 소의 질병이 우역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역이 천연두에 이어서 정복된 질병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18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요한 카놀드는 우역의 의학적 특징이 천연두와 흡사하다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때문에 종두법과 같은 방법으로 우역접종실험을 영국에서 진행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때로는 우역접종실험 자체가 우역을 확산시키는 결과가 되기도 했지만 엄격한 용량과 방법을 지키지 못한 탓일 것이다.

 

이후 백신이 개발되면서 우역은 제국주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부산에 만든 백신 연구소를 통해 우역백신제조가 이루어졌고 적극적으로 접종되어 우역을 박멸하였다. 당시 일본은 우역이 조선의 우역이 일본으로 건너가는 것을 막기 위해 부산에 연구소를 세웠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선진국들에서는 우역이 자취를 많이 감추었으나 아프리카지역에서는 우역의 발생이 이어지고 이로 인한 식량난과 기근이 발생하면서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우역박멸작전이 전개되었다. 이 때의 작전은 천연두 박멸 작전 3단계와 흡사하게 진행되었고 2011UN은 우역 바이러스가 멸종되었음을 선언하였다.

 

아직 퇴치되지는 못하였으나 소아마비 역시 인류가 정복 직전인 질병이다. 경구 소아마비 백신은 1988년 이후 자생적으로 발병하는 소아마비를 99.9% 감소시켰고, 오늘날 바이러스가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2개국에 불과하다.

 

부록1. 미국 보스턴의 민간연구단체 생명미래연구소는 2020년 생명미래상 수상자로 천연두 박멸에 큰 공을 세운 구소련의 빅토르 즈다노프와 미국의 윌리엄 페기를 선정하고 1인당 5만달러의 상금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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