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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과학자의 직업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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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어색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정말로 저런 의구심이 든다. 

 

나는 과학자다. 그런데 직업이 과학자이냐고 물어보면 과학자라고 대답하는 게 적절치 않은가 보다. 살면서 여러 번 겪었던 곤혹인데, 특히 은행 대출을 받을 때 직업란에 [과학자]라는 직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당시 가장 가까웠던 직업을 골라서 체크하고는 했다. 최근까지는 대학교수 란에 체크했는데, 올해부터는 회사원에 체크를 해야 한다.

 

회사원에 체크를 하면 직급을 물어보는데, 이것 또한 난처했다. 사회경험이 전무했던 나로서는 직급에 대한 개념이 희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대리, 부장, 차장, 과장 중에 어느 직급이 높고 낮은지조차도 구별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의 직업은 현재 회사원이며 직급은 임원이다. 뭔가 어색하다. 과학자라는 것은 직업이 아니었다. 그냥 과학을 하는 사람은 과학자인 것이다. 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석박사과정, 포닥, 기업연구원, 의사, 대학교수는 모두 과학자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런데 그렇다고 상기의 사람들이 전부다 과학자는 또 아니다. 과학자는 직업이 아니라 과학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통상 과학자들이 취하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이 취하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을 명확하게 정의하지는 못하겠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런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못한다는 것이다.

 

오늘 티비를 보다가 어떤 산부인과 의사가 나와서 코로나 19 백신을 배양했더니 정체불명의 미생물이 나왔기 때문에 코로나 19 백신은 미지의 미생물로 만들어진 위험한 백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았다. 나름 증거라며 본인이 현미경으로 찍은 사진까지 보여주었고, 가운까지 차려입고 나와서 권위 있는 과학자인 척을 하는 것이 아닌가.

 

중고등학교 과학 교과서만 봐도, 모든 과학실험에는 대조군과 실험군이 있다는 것을 안다. 아주 조금이라도 과학적 사고방식을 한다면 백신을 넣은 실험군과, 백신을 넣지 않은 대조군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텐데, 그 의사는 과학의 기본 원칙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과학적인 증거라는 것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신뢰성 있는 데이터라는 것은 단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필자의 주변에도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많다. 어떤 사람은 과학자의 탈을 쓰고, 사주팔자와 명리학을 배우러 다니고, 어떤 사람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혈액형과 MBTI를 묻고 다니며 대답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을 다 파악했다고 결론 지어버린다. 과학적으로 연상의 남자와 연하의 여자가 결혼하는게 자연의 섭리라고 주장하고 다닌던 이도 있었는데, 이유를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한다. [원래 그런 거다]

 

경력이나 연구성과로 보면 최고의 과학자, 최고의 의사인 사람들도 운동에 대해서 부정적이거나 하루에 술 한잔은 건강에 좋다면서 술 마시러 다닌다 [이런 사람치고 한잔만 먹는 사람은 못 봤다].

 

어떤 박사는 본인이 여자이면서 나이가 많기 때문에 교수가 못 된다고 생각하고 주변에 누군가가 교수가 되면 그 사람에게 좋은 뒷배가 있거나 뇌물을 갖다바쳤을 거라고 험담(혹은 확신?)을 하고 다닌다. 내가 알기로는 논문이나 특허등의 연구성과가 많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과학적 사고방식은 어떤 것일까?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사고방식이다. 확증편향이나 정치, 성별, 이익, 피해의식, 욕구, 선민의식, 자기합리화 등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객관적인 시야로 사고하는 것이 과학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필자 역시 완전히 객관적인 사고방식만을 하면서 살아간다고는 말 못하겠다. 오히려 객관적이지 않은 부분이 더욱 많은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적어도 연구행위를 하는 동안만큼은 100% 객관적인 사고방식을 해야만 과학자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편견 없는 사고방식이다. 혈액형 혹은 생년월일로 어떤 사람을 파악하려 한다던가, 남녀 차이, 결혼관, 자녀관 따위에 편견을 두면 안 된다. 연구를 하는 동안 동료과학자들의 연구데이터 혹은 연구성과를 바라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연구데이터는 편견을 100% 배제하고 바라보아야 하고 논리적으로 결론을 내야만 한다.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인과 관계에 의한 사고방식이다. 항상 원인과 결과를 올바로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올바른 관찰을 하여 올바른 연구데이터를 얻어내었더라도, 잘못된 인과 관계로 인하여 연구를 망치는 일은 과학계에서 아주 흔하다.

 

결론. 과학자는 직업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대학교수, 의사, 연구원 등의 직업을 갖고 있으며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하는 사람들을 통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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