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우리 회사가 무언가 잘못된 건줄 알았다.
C레벨 임원들이 모두 40살이 안 되었고, 창립 2년이 채 안 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평균연령이 40을 많이 넘겼다.
우리 회사는 왜 젊은이가 별로 없고 젊은이들이 지원하지 않을까? 그나마 입사한 젊은이들은 왜 입사하면 일찍 퇴사를 할까?
올해 이른 여름에, 다른 회사 임원진들과 모임을 가질 일이 있었는데 비단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닌 걸 느꼈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면서 고민하는 사이에 우리 회사에 유일하게 남은 34세 이하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우리 회사는 TIPS 라는 중기청의 연구지원비를 지원받는데, 이 때 충족해야할 필수조건 중 하나가 34세 이하 청년의 채용이었기에 정말 큰 문제였다. 자칫하면 몇 억을 넘어서는 연구비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 외에도 핵심인력 한명이 추가로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문제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몇 가지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 중 많은 문제는 우리 회사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였다.
지금 MZ 세대 3명 중 1명은 입사 1년 이내에 퇴사한다고 한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대기업이나 공무원들도 포함된 숫자이니 그 밖의 직장에서는 3명 중 1명보다 훨씬 수치가 높다고 봐야 한다. 이런 수치로 보면 우리 회사가 특별히 수치가 더 높지도 않으니 평균보다 특별히 더 많은 잘못을 저지르는 건 아닐 터이다.
하지만 퇴사하는 이유를 회사는 [문제]라고 인식하는 반면, 직원들을 그냥 [이유]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차이가 제일 큰 거 같다. 무엇보다 경영진의 입장에서 제일 서운한 사실은 [퇴사를 고민한 이유를 한번 상담조차 안했다]는 사실이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면서 나름 서로 인간적으로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단 한번의 상담이나 면담도 없었다는 게 너무나도 서운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임원에게 얘기하는게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고, 내가 생각했던 거만큼 서로 친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내게 주어진 권한 내에서 최대한 연봉 인상도 제안했고, 다른 임원분들과의 협의를 통해 추가적인 상승도 제안해봤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마음을 내려놓고, 이직하는 곳에서라도 우리회사하고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잘 마무리하고, 남은 기간동안 인수인계를 당부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을 열고.... 우리 회사가 혹시 개선해야 할 만한 점에 대한 피드백을 부탁했다 (퇴사하는 마당에 나쁜 소리 하기가 부담스러웠는지, 피드백은 없었다).
이제 새로 입사할 직원들과 더 이상 인간적으로 친하게 지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내가 너무 치졸한 것일까?
다행히도 2명의 퇴사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4명의 입사가 결정되었다. 이번 직원들과 어떤 미래를, 어떤 회사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 기대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봐 걱정되기도 한다.
여러가지 상황을 살펴봤다. 그래도 직원수도 많아졌고 회사 자산도 얼마 정도 증가해서, 확장이전이 확정되었다. 파이프라인도 많아졌고, 프로젝트도 많아졌다. 이 정도면... 그래도 잘하고 있는거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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