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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내 전용 책도장도 있다. 책을 사면 책에다가 도장을 찍고 나서, 옆에 날짜를 적고, 가끔은 책을 산 계기나 이유를 짧게 적어서 완독을 다짐하기도 한다. 모든 독서는 일부라도 내 기억속에 쌓여서 차곡차곡 지식과 교양을 이루었고, 버릴 책은 하나도 없었다. 이를 토대로 가끔은, 도서 추천하는 북클럽을 하려고 한다.
모든 책이 다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더 좋은 책과 덜 좋은 책이 존재하는데, 오늘 소개하려는 책은 가히 <내 인생을 바꾼 책>이라고 할 만큼 좋았다. 바로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 이랑주 지음> 이라는 책이다.
내용은 마케팅에 관련된 책이지만, 마케팅에 관련 없는 사람이 읽어도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어떤 상품을 더 좋아보이게, 사고싶게 만드는 것이 마케팅에만 연관이 있겠는가? 필자의 경우 연구비를 따기 위해서 각종 데이터와 논문등을 프리젠테이션으로 만들어서 발표하거나, 공동연구를 위해 상대 과학자를 설득하거나, 학회에서의 발표, 강의 등 프리젠테이션을 할 일이 굉장히 많다. 이 책에서는 여러 이야기를 하지만, 나에게 가장 와 닿는 부분은 시각적으로 각인시키는 기술들, 특히 색의 배합에 대한 이야기였다. 흔한 노하우 서적과는 달리 나름 과학적 근거까지 제시되어 있어서, 과학자인 필자에게 굉장히 설득력이 있었던 듯하다. 또 하나 설득력이 있었던 것은 내가 신뢰하는 사람들 중 제법 많은 수가 이 책을 이미 읽었고, 또 필자에게 추천했다는 점이다. 지인들 중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친구 2명에게 선물하기 위해 오늘 필자는 이 책을 2권 또 주문했다. 그 분들도 같은 지혜를 얻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읽은 후 필자는 그래프 하나를 그려도, 단 한 장의 모식도를 그려도, 단지 5분의 프리젠테이션을 할지라도 시각자료, 즉 그래픽에 심혈을 기울인다. 심지어 빔프로젝트 혹은 모니터, 노트북, 인쇄물 어떤 형태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가에 따라서 색과 배치를 다르게 한다. 실제로 이런 과정들이 필자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이후 상당히 많은 연구비를 땄으며, 더 좋은 논문을 투고하고, 더 많은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할 수 있었다.
아래는 필자가 생각하는 이 책의 모든 효과의 과학적 근거인 맥거크 효과에 대한 설명을 필자가 나름대로 설명해 보았다.
맥거크 효과 (혹은, 맥커크 효과)
심리학에는 맥커크 효과라는 것이 있다. 영국의 심리학자 해리 맥거크와 존 맥도날드가 진행한 실험으로서 증명된 효과인데, 인간은 시각이 청각보다 우선순위에 있다는 효과이다. 입모양과 소리가 다른 영상비디오를 틀어줬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입모양을 신뢰했다. 다른 소리를 들었어도, 입술의 움직임에 속는 것인데 이를 맥거크 효과 혹은 공감각 효과라고 한다. 심지어 시각과 청각이 서로 다른 정보를 뇌로 전달하면 뇌는 시각정보를 선택하고 청각정보를 무시하게 된다.
재미있는 움짤(gif)파일을 하나 보여주겠다. GIF 파일은 사진과 동영상의 장점만을 갖춘 파일로서, 사진 여러장을 이어붙인 형태라서 영상만 보여주고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다음 gif 파일을 보고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이 67.3%나 된다고 한다.
https://twitter.com/i/status/937105553968566272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심하게 멀미를 했다. 아버지 차를 타고 놀러 갈때마다 멀미로 심하게 고생한 나머지, 놀러갔을 때의 추억보다는 멀미로 고생한 기억이 훨씬 더 많고 생생하다(아버지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멀미가 바로 시각정보와 귀의 달팽이관이 수집하는 정보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달팽이관이 비록 청각신호를 수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달팽이관은 귀 안에 들어있기 때문에, 시각정보와 청각정보가 충돌한다. 인간의 경우 시각정보가 청각을 압도하는 효과 즉, 맥거크 효과 때문에 시각정보가 압도적이라서 멀미를 심하게 하지는 않는다.
동물들은 대계의 경우 인간보다 훨씬 심하게 멀미를 한다. 동물들이 비행기나 말에 실려서 장거리를 이동할 경우 상당히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데 이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극심한 멀미 때문인 경우가 많다. 뉴스에서 외국의 명마나 품종 좋은 강아지, 동물원의 희귀동물이 이동중에 사망했다는 소식은 다들 들어보셨을 텐데, 이는 형편없는 운송 때문이 아니라, 동물들이 멀미에 훨씬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그만큼 동물들은 시각정보가 청각정보를 덜 압도하기 때문에, 시각정보와 청각정보의 충돌이 그만큼 격렬한 것이다.
비행기를 탔다고 가정해 보자. 눈으로 보이는 비행기의 실내는, 비행기가 우리와 함께 움직이므로 시각적으로 우리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정보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귀의 달팽이관에서는 우리 몸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정보를 뇌에 전달한다. 이렇게 시각정보와 귀의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멀미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동물에서는 맥커크 효과가 사람만큼 압도적이지 않기 때문에 멀미를 심하게 한다. 물론 반려동물도 익숙해지면 괜찮지만, 차를 타거나 비행기에 탈 때 사람보다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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