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은 다 알다시피, 뒤에서 1위이다.
현재 0.7명이다. 2명이 0.7명을 출산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한 세대가 지날수록 65%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다. 올해 남은 기간에는 0.6명대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확정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출산율이 2보다 떨어진지 한참이지만 실제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건 2021년부터이다. 점점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사회가 안전해져서 사망연령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정부의 인구부양정책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는데, 정보를 수집하다 보니 그래도 상당히 많은 돈을 쏟아부은게 사실이다. 사실상 이 정도면 돈으로만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결론내도 될거 같다.
정말 심각한 현상은 저출산의 원인이 너무 많다는 데에 있는 거 같다.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만 해도 이래서 저래서 이유가 엄청나게 많다. 종합해 보면 결국은 '출산하고 양육할 환경이 아니다' 라는 것이고, 이에 대해 상당 부분 동의한다.
어떤 이들은 이를 세대간 문제로 인식하기도 하며, 옳고 그름의 문제로 인식하기도 한다. 저출산은 옳지 않으니 당장 많이 낳아라 라고 윽박지르기도 하며, 조상님을 욕보인다며 이기적이라고 분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단위면적당 505명이다. 세계 1위는 아니지만 OECD 국가들 중에서는 1위이다. 일본은 334명, 중국은 148명, 미국은 35명에 불과하며, 호주는 3명이다. 서유럽 선진국들은 100-200명 범위를 잘 벗어나지 않는다. 국가별 인구밀도와 출산율은 서로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이는거 같다(필자가 모든 나라를 다 찾아보지는 못했다).
우리나라의 인구밀도가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데, 국토의 70%가 산림이다. 그러면 저 인구밀도가 대략 30%에 밀집해서 살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실질 인구밀도는 단위면적당 1,000명을 초과하는 셈이다.
지구 전체로 봐도 인구밀도는 염려될 정도다. 현재 지구가 자정작용을 유지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적정인구수는 15-20억명으로 알려져 있는데(진화생물학자 폴 얼러크), 현재 세계촌의 인구는 80억명을 넘었다. 유엔에 따르면 2050년 97억명, 2100년에는 110억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으로만 보면 출산율이 떨어져서 문제가 아닌 적정인구수로 회귀하려는 거 같다. 물론 우리나라의 인구가 준다 해서 증가하고 있는 세계촌의 인구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유래없이 높은 인구밀도와 유래없이 낮은 출산율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과학적으로 살펴보자. 최근의 연구는 거의 없거나 임팩트가 없다시피 한데, 무려 1973년의 연구가 있다. 미국 국립 정신건강 연구소에서 생태학자인 존 B 칼훈의 [쥐의 낙원 실험]이다.
저 공간에 4쌍의 쥐를 방목하였다. 실험 초기에는 55일마다 두배로 증가하였고, 315일째 쥐는 620마리가 되었다. 안정적인 개체수인 160마리를 약 4배 정도 초과하였다. 아래의 그래프가 논문에 나온 그래프 그대로인데, 이대로는 알아보기가 몹시 힘들다.
B 구간의 시작점은 315일째인 620마리이다. B 구간은 [성장단계]라고 불린다. 계속 55일마다 개체수가 2배로 증가하였다. C 구간은 [침체단계]이다. 출산율이 하락하게 되었다. 개체수는 145일마다 2배로 증가하였다. 출산율이 하락하였으나 여전히 개체수는 증가하는 추세로 620마리까지 불어났다.
침체단계인 C 구간에서부터 쥐들은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소량의 먹이를 두고 싸우는 모습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먹을 입이 너무 늘어나서 수컷쥐들은 자신의 둥지와 암컷을 지키지 못했다. 암컷쥐들의 공격성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서열이 낮은 수컷들은 번식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암컷쥐들은 짝짓기에 성공해도 어린쥐가 식량을 소비하기 전에 이들을 둥지에서 쫒아내거나 죽였다. 소수의 힘이 강한 수컷, 즉 알파메일은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각종 장식과 소재를 이용하여 둥지를 꾸몄다. 약한 수컷은 좁은 공간에 과도할 정도로 몰려서 생활하였다. 강한 수컷은 짝짓기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양육에는 관심이 없었다.
D 구간은 [죽음의 단계]이다. 출산률도 떨어지고, 개체수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의 Dead cross 와 같은 의미라고 보면 될거 같다. C 단계에서의 폭력적인 경향이 다소 완화되었지만, 싸우지 않는다고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수컷과 암컷 모두 짝짓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이성을 두고 경쟁하지 않았다. 그냥 혼자 먹고 자고 털을 다듬었다.
논문을 읽다 보면, 진짜 지금 세상 흘러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특별히 이상해서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게 아니라, 인구밀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인구가 폭발하고 있는 국가들도 어느 정도의 인구밀도에 도달하면 같은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물론 인간사회의 복잡성을 고려해 보면, 적정 인구밀도나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 등은 나라별/문화권마다 상이할 것이라 상기의 그래프를 인간에게 딱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출산율과 관련되어 상기의 논문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인구밀도를 낮추어야 출산율이 유지된다. 인구가 특정지역에만 밀집해 있을 경우, 딱 위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지방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는 대책이란 것들이 사실은 출산율 관련 정책인 셈이다.
추신1. 그림1에서 저자가 사진에 직접 출연하였다. 필자도 학위시절 쥐 실험을 많이 했지만, 저 공간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 저 형님의 비위와 배짱은 참 존경스럽다. 요즘에는 그런 논문이 (거의) 없는데, 옛날 논문이라 그런지 단독 저자다. 중간중간에 [We]가 아니라 [I]라고 쓰여진 부분들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추신2. 쥐는 4쌍으로 시작하였다. 불과 8마리에서 2200마리까지 진행되었기 때문에 근친상간 등의 문제로 출산율이 떨어진 것이라는 주장이 존재한다. 신빙성 있는 주장이고, 이논문의 약점이기도 하다.
추신3. 최근의 연구였으면, 최초의 쥐와 마지막 세대의 쥐의 신경과학적 연구가 진행되었을 것이다. 뇌내 스트레스 물질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으면, 더욱 좋은 결론에 도달하였을 거 같다.
추신4. 굳이 우리나라 상황에 대입하자면, D 구간의 초입에 와 있는 거 같다.
추신5. A 구간은 4쌍의 동물부터 620마리일 때까지의 구간으로 그래프에는 표시되지 않았고, 본문에만 언급되었다. 그래프에서 A 구간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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