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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강아지 보스턴 테리어 견종의 “쪼”는 더위에 몹시 취약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사람하고 비교해서 취약한 것일 뿐, 강아지들 중에서는 평균정도인거 같다(측정해 보지는 않았다). 더운 여름에 산책을 나가면 체온조절을 위해 혀를 내밀고 헉헉대는 걸 보면 안쓰러울 지경이다.
모든 견종이 인간과 비교하면 더위에 취약한 데, 이는 땀샘이 없어서이다(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개는 땀을 배출하는 땀샘이 몸에 거의 없고, 발바닥에 일부만 있어서 땀을 통해서 체온 조절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왜 강아지는 땀샘이 없는 것인지 알아보는 것은 사실 과학적으로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강아지에 땀샘이 없는 것은 동물 전체에서는 굉장히 평범한 현상일 뿐이고, 인간이 특이하게 땀샘이 많은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여름에는 인공적으로 땀과 같이 기화열에 의한 체온조절을 해주기 위해 안개분사가 되는 분무기에 차가운 물을 넣고 다니면서 강아지가 힘들어할 때마다 분무해주며 산책한다(꿀팁 대방출). 이렇게 하면 강아지의 기력이 확실히 좋아지는 것이 몸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인간이 특이하게 땀샘이 많이 발전한 것은 논문을 통해서 얘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거의 정론으로 굳어진 내용이니, 그 이유를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인간은 사냥을 통한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지구력사냥을 위해 땀샘을 발전시켰다. 아프리카 맹수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잠시동안은 폭박적인 에너지를 발휘해도 체온조절이 힘들어서 곧바로 한참을 쉬어야 하는 걸 볼 수 있다.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는 치타의 경우 최대주행가능거리는 200-300m에 불과한데(기껏해야 1분이다), 이는 과열된 체온을 땀으로 식히지 못하기 때문이고, 다른 맹수들의 경우도 모두 비슷한 사정이 있다. 오직 인간만이 땀을 배출하면서 오랜 기간 사냥감을 추적할 수 있다. 땀샘이 없는 사냥감 동물들은 지치지 않고 따라오는 인간의 지구력이 초능력처럼 보였을 것이다. 맹수들이 모두 기습을 선호하며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사용하는 것은 모두 그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다.
둘째, 인간은 주간사냥을 선호한다.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맹수들은 야간사냥을 더욱 즐긴다. 사자는 낮에는 그늘에서 낮잠을 자며 시간을 보낸다. 초식동물인 코끼리는 체온조절을 위해 진흙목욕을 즐기며, 하마는 거의 물속에 들어가서 생활한다. 하마의 경우 특이하게 땀샘이 발달해서 땀을 흘리기는 하는데 빨간색의 땀을 흘려서 얼핏 보면 피땀을 흘리는 거 같아 보이는데, 이건 전혀 다른 사정이 있다(다른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인간은 다른 맹수들에 비해서 체온조절이 가능한 상태의 비교우위를 위해서 다른 맹수들이 더 잘 지치는 주간에 사냥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인간이 다른 포유류들에 비해서 신체에 털이 적은 이유 또한 땀을 더 잘 배출하고 체온조절을 잘 하기 위해서이다.
인간은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체온조절 뿐만 아니라 노폐물을 배출하기도 용이하다. 그래서 인간은 땀으로 피부 겉에 쌓인 노폐물을 샤워를 통해 자주 닦아주지 않으면 체취가 강하게 발생할 뿐만 아니라 피부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반면 강아지들의 경우 이런 노폐물이 땀에 의해 쌓이지 않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목욕이 필요 없고 쓸데없는 자극이 될 뿐이다. 이렇게 우리 인간은 동물에 비해 순간적인 파워가 약할지언정 지구력은 압도적으로 뛰어난데, 이는 강아지들에 비교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강아지들은 여름에 산책할 때 체온조절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인간들보다 더위 먹어서 쓰러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꼭 명심하도록 하자. 여름 산책시 강아지가 유독 헥헥대거나 자꾸 주저앉으면 즉시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찬물을 뿌려주길 권장한다. 필자처럼 분무기를 가지고 다니면 더욱 더 좋다. 그리고 여름에는 웬만하면 이른 오전이나 시원한 저녁시간에 산책을 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좋다. 한낮에는 체온조절이 인간보다 훨씬 곤란하니깐.
개와 친척뻘인 늑대의 경우에도 혀를 내밀고 헥헥거려서 체온을 조절해야 하는 것은 똑같지만, 늑대가 그러고 있는 장면은 왠지 드물고 잘 상상되지 않는다. 야생의 늑대는 체온이 올라가면 앉아서 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강아지들이 혀를 내밀어서 체온조절을 할 정도로 무리하는 건 사랑하는 견주에게 맞춰주기 위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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