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은 2020년 4월 하버드 대학의 SITN 블로그에 올려진 “Vessels for Collective progress:the use of HeLa Cells in COVID-19 Research” 와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 이라는 도서를 주로 참고하였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연구실에서 인간질병에 대해서 연구를 할까? 연구실에서 어떻게 질병이나, 약물, 그리고 화학물질에 인간이 어떻게 반응할지, 어떻게 치료할지 알 수 있느냐는 말이다. 과학자들은 HeLa cell 이라는 걸출한 세포의 도움을 받아서 이 같은 연구를 진행한다.
보통의 인간세포는 세포복제를 통한 증식횟수가 한정적이어서 배양수명이 정해져 있다. Immortal(불사신화)된 종양세포는 이론적으로는 증식횟수의 한계가 없어서 무한정으로 증식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종양세포의 대부분은 보통의 인간세포보다 증식횟수가 좀 더 많을 뿐 무한정 증식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1951년 헨리에타(Henrietta Lacks)라는 여성의 자궁경부암에서 유래한 이 세포는 달랐다. 빨리 자라고 증식했으며, 증식횟수의 한계도 없었다. 바야흐로 질병이나 약물, 그리고 화학물질에 인간의 세포가 어떻게 반응할지,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살펴볼 수 있는 인간의 세포주가 탄생한 것이다. 70년 전에 탄생한 HeLa 라고 불리는 이 불멸의 세포주는 오늘날 여러 가지 연구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HeLa 라는 명칭 자체가 Henrietta Lacks 의 준말이다.
헨리에타는 미국 버지니아주의 Clover의 가난한 마을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에는 담배를 제배하는 가족농장에서 일했고 결혼 후에는 미국 메릴랜드주의 볼티모어로 이주했다. 메릴랜드주에는 그 유명한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병원에 있었는데, 헨리에타는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서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는데, 그녀의 암은 다른 암보다 훨씬 공격적이어서 치료 8개월만인 31세에 숨졌다. 존스 홉킨스 병원의 조직배양 연구소장인 George Otto Gey 박사는 의료진으로부터 헨리에타의 암세포를 전달받아 배양하게 되었는데, 여태 보이던 암세포들과는 달리 시험관에서도 엄청난 속도로 분열하고 증식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HeLa 세포는 최초로 인큐베이터에서 안정적으로 배양되기 시작한 세포주이다. 의학과 생물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위 in vitro test 가 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암연구, 세포생물학, 유전학, 감염병 연구 등으로 출판된 논문 중 10만건 이상에서 HeLa 세포주를 사용하였으며, 노벨상 수상 연구중 3건이 HeLa 세포주를 이용한 연구였다. HeLa 세포를 활용한 연구로 소아마비 백신이 발견되었고, 암과 에이즈 등 수많은 질병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졌고, 심지어 무중력 공간에서의 세포생리활성 연구를 위해 우주로 보내지기까지 했다. 배양된 HeLa 세포 전체의 무게는 최소 5천만톤 이상이고, 나열한다면 지구를 4바퀴 정도 감쌀 것으로 추정된다. Georgy Otto Gey 박사는 이 세포주를 전 세계 연구실에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이 점만 보면 돈과 재물에는 큰 관심이 없는 훌륭한 과학자였지만, 불행하게도 이 세포가 최초 배양될 때 헨리에타의 동의가 없었기 떄문에 1970년대에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였다. 현재 미국에서는 미국 국립보건원인 NIH의 주도 하에 HeLa 세포를 실험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유족이 포함된 의원회에 허가를 받아야만 실험을 할 수 있으며, 헨리에타 랙스 재단이 설립되어 장학금 등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전 포스팅에서 쥬라기 공원에 대한 내용을 다뤘었다. 공룡은 그러지 못했지만, HeLa 세포는 계속 어딘가에서 살아서 현생 인류의 Genome을 보존해 주지 않을까? 머나먼 미래의 인류의 후손이 HeLa 세포를 이용하여 20세기의 인간을 복원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필자도 학위과정에서 Lentivirus를 만들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HeLa 세포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 글을 빌어서 고 헨리에타 랙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당신의 헌신에 감사하며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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