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투우경기는 동물학대 문제로 최근에는 지양하는 거 같지만, 한 때는 굉장히 잘 나가던 경기이다. 붉은색은 핏빛이라서 소가 흥분한다고 해서 투우사가 붉은 깃발을 흔드는데, 실상 소는 적록색맹이라서 투우사의 깃발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소가 적록색맹이고, 강아지도 적록색맹인 것이 우연일까? 그렇지 않다. 사실 인간을 포함한 고등 영장류만이 빨간색을 구분할 수 있고, 그 이외의 포유류들은 모두 적록색맹이다. 쉽게 말해서, 인간과 일부원숭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빨간색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수의사들은 적록색맹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적록색약"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아마 명암구분에 의해서 약간이라도 빨간색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포생물학적으로 보면 아예 빨간색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필자가 보기에는 "적록색맹"이 맞는 표현인거 같다.
적록색맹은 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별할 수 없다고 하는데, 동물에서 정확히 말하자면 빨간색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의 눈 안에는 원추세포가 존재하는데, 원추세포는 색을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이 중에서 빨간색을 구별해주는 원추세포는 인간과 일부원숭이만 갖고 있고, 그 외의 동물은 파란색과 초록색을 구별해주는 원추세포만 갖고 있다. 그래서 동물들은 빨간색 파장과 스펙트럼이 겹치는 초록색으로 빨간색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빨간색을 보는 세포만 특별하게 더 있는 것이 아니라 원추세포 자체가 많다. 인간의 원추세포는 약 6백만 개인데, 강아지는 약 1.2백만개에 불과하니 5배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아지가 적녹색맹인게 중요한게 아니라, 왜 인간이 빨간색을 구분할 수 있는 원추세포를 유별나게 가지고 있느냐가 과학적으로 중요한 거 같다. 이러한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진화론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인간과 일부원숭이가 나무 위에서 서식하고 있을 때, 시각적으로 빨갛게 익은 과일과 익지 않은 과일을 구별해내기 위하여 발전했다. 빨갛게 익은 과일을 우선적으로 채집하여 섭취할 수 있는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의 생존능력을 약간이라도 차이가 있었고 생존경쟁과 자연선택에 의해서 빨간색 원추세포를 갖는 사람들이 자손을 더 많이 퍼트렸을 거라고 한다. 실제로 인간은 빨간색 음식을 더 좋아한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한다. 딸기를 먹을 때 빨간색 부분과 초록색 부분, 토마토를 먹을 때 빨간 부분과 초록색 부분, 사과를 먹을 때 빨간 부분과 초록 부분 어느 부분을 더 좋아했는지 한번씩 반문해 보자.
올해 우리집은 강아지와 애기를 데리고 벗꽃놀이를 가기도 했었다(이나맘의 TMI 일상 블로그에 와 보세요!). 우리가 보는 광경이 강아지 쪼가 보는 광경하고 많이 다르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껴진다. 강아지는 형형색색의 사료나 과자도, 형형색색의 방석도, 꽃과 과일마저도 다 우리보다 덜 풍요롭게 보이는 것이다. 이전의 포스팅에서 인간은 땀을 통해서 동물들과 비교하여 순간적인 힘은 약할지언정 지구력은 뛰어나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이제 인간은 동물들과 비교하여 더 풍부한 색감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알았다. 인간이 지닌 초능력이 2개나 되는 것이다 (사실 몇 개 더 있는데, 다른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강아지들은 인간과 어우러져 살다 보니, 인간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색깔제품들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을 것이다. 사실상 표지판이나 기호 등은 모두 불편하게 볼 것이다. 길을 건널 때 빨간색 신호등불과 초록색 신호등불을 구별하기도 힘들 것이고 달력에 빨간 날도 우리하고는 다르게 보일 것이다.
인간사회는 동물사회와는 달리 약육강식이 아니다. 어른인 어머니는 아기들보다 힘이 세기 때문에 어린이들을 보호해야 하고, 남자어른은 여자어른들보다 일반적으로 힘이 세기 때문에, 여자어른을 보호하는 것이 매너다. 오늘 포스팅에서 다루었듯이 인간은 강아지에 비해 지성 뿐만이 아니라 지구력과 색감이 훨씬 우월하다.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서 우리보다 약한 동물들을 더 잘 보호하고 아껴주는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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