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기들을 보면 유독 길고 쫙 뻗은 속눈썹을 가지고 있어서 이쁜데, 라떼는 안 그랬던거 같은 그런 기분, 느껴보신 분들 많을 것이다. 이것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찾아볼 수 없다. 설령 누군가 애기들 속눈썹 길이를 측정하더라도, 과거의 애기들의 측정 데이터가 없으니 비교하기는 곤란하다. 웹상에 존재하는 사진들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으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혹시 독자들 중에 이미지 분석이 가능한 빅데이터 전문가가 있다면 필자와 함께 논문을 투고해 보기를 강력하게 권장한다(연락 주시라).
그래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안다. 절대로 기분 탓이 아닌데 이상하게도 요즘 애들의 속눈썹이 훨씬 길고 이쁘다는 것을. 속눈썹은 본래 눈 안으로 이물질과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요즘 아이들의 숙눈썹이 긴 이유가 미세먼지가 많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장 정론이 되어가는 듯 하다. 하지만 미세먼지로 인해 인간이 불과 한세대만에 진화했다는 것은 비약이다. 게다가 미세먼지가 많은 곳과 미세먼지가 적은 곳의 아이들의 속눈썹의 길이가 다르다는 보고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만이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도 아닐진데, 강아지나 고양이의 속눈썹이 요즘들어서 더 발달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너무 어려서부터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봐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것은 다른 문제가 있을지언정 속눈썹이 길어지는 원인은 아닌 듯 하다. 단순히 옛날에 비해 영양상태가 좋아서 그렇다는 이론도 있지만 이것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2004년 소아피부학 저널(Pediatric Dermatology)에 발표된 논문이 있으니 간단히 살펴보겠다. 이 논문에 따르면 알레르기성 반응이 속눈썹 길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특히 아토피와 연관된 결막염이나 각막염이 있는 경우, 알레르기성 비염과 피부염등을 앓고 있는 경우(혹은 이 모두를 같이 앓고 있는 경우) 눈 주변을 긁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눈 부위의 혈류량이 증가하여, 속눈썹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앞서 비약이라도 말했지만, 아토피와 같은 알레르기가 속눈썹이 길어지는 원인이라면 이것은 환경오염 때문인 것이 맞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병리학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아주 약한 알레르기에도 속눈썹은 길어지는 거 같다.
만약 우리 아이가 속눈썹이 별로 없어서 속상하시다면, 이것을 꼭 명심하셔라. 우리 아이는 아토피나 비염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이 없는 아주 튼튼한 아이라는 것을!!!
속눈썹이 길어지는 것은 결국 눈 주변을 더 자주 긁어서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알레르기 반응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눈 주변을 자주 긁으면 속눈썹이 길어질까? 현대의학에서는 윤리적 문제로 인해 절대로 이러한 실험을 실제로 실행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손을 너무 빨거나 손톱으로 얼굴에 상처를 내기 때문에 반드시 손싸개를 했었어야 하는 옛날과, 손싸개를 잘 하지 않는 요즘과의 차이도 분명히 존재한다. 알레르기가 아니더라도 요즘의 아이들이 눈 주변을 더 자주 긁거나 만질 개연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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