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지위가 같은 두 종은 공존하기가 힘들다. 호랑이와 사자는 한 곳에 같이 서식할 경우 생태적 지위가 겹치기 때문에 서로 베타성을 띄게 된다(가우제의 법칙). 그래서 호랑이는 주로 정글에, 사자는 주로 초원에 각각 따로 사는 것이다. 사자와 하이에나는 같은 곳에 살지만 서로 새끼를 발견하면 무조건 물어죽일 정도로 서로에게 극심한 베타성을 띈다. 이는 인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먹이사슬의 정점에 선 이후로 먹이사슬에 정점에 있던 다른 맹수들은 모두 멸종위기종으로 전락했다. 한반도에서는 호랑이나 표범이 멸종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현대에만 일어났을까? 우리 선조들과 생태적 지위가 같았던 종, 불과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았던 종, 네안데르탈인은 왜 호모사피엔스와의 자연경쟁에서 뒤쳐진 것일까?
다른 생태적 경쟁자들보다 네안데르탈인은 훨씬 힘든 상대였을 것이다. 지능을 사용할 줄 알았고, 불과 도구를 사용했으며, 섭취해야 하는 식량자원은 겹쳤다.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에 앞설 수 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 높은 사회성으로 인한 대규모 집단형성, 더 잘 적응하는 식성, 기후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종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가설은 바로 “개”에 대한 가설이다. 고인류학자인 “팻 시프먼” 교수는 자신의 저서 “침입종 인간”에서 인간은 개를 길들임으로서 경쟁종인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경쟁적 우위에 섰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 자체는 현재 이견이 여지가 많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개가 인간의 가장 훌륭한 동반자이자 충성스러운 친구이고, 이 관계가 선사시대부터(인간과 개가 함께 매장된 유골이나 분자생물학적 증거로는 최소한 3만년 이상이다)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개가 출현했다고 짐작되어지는 바로 이 시기에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다.
개를 길들인 호모사피엔스와 개를 길들이지 못한 네안데르탈인의 싸움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개는 늑대와 유전자가 0.04%만 다를 뿐이고, 현대에도 전투력이 우수한 개들이 많다. 선사시대의 개는 전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훌륭한 경계병의 역할도 수행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식량사정도 엄청난 차이가 생겼다. 인간이 개를 데리고 사냥을 할 경우, 성공률은 56%나 증가한다. 후각과 청각, 추적술을 아웃소싱한 것이다. 개를 길들이지 못한 네안데르탈인에 비해서 식량사정이 넉넉했음이 당연하다.
인간과 네안데르탈인은 어차피 가우제의 법칙에 의해 공존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한쪽이 다른 한쪽을 멸종시키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고 모두 다 알다시피 우리가 이겼다. 인간이 개를 길들였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는 주장이 맞다면, 개가 없었을 경우, 지금 지구 문명의 주인은 네안데르탈인이고, 호모사피엔스는 멸종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개 덕분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물론 학계에서 이 주장이 정론은 아니다)
이는 길들여진 개 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에게서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받고 불에 의해서 안정적인 거주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었으며, 야생이었으면 죽을 상처도 어느 정도 치료할 수 있었으니, 인간과 개는 서로 “윈윈” 하는 관계였던 것이다. 지금 지구를 정복한 건 어쩌면 인간이 아니라 "인간과 개의 동맹" 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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