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비유적인 표현같지만 비유가 아니다. 봄비 치고는 제법 많은 비가 오던 지난 주말, 우리집 화분에 뭔가 이상한게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화려하지도 않고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뭔가 식용 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버섯. 네이버를 열심히 찾아본 결과 “갈색고리갓 버섯”인 것으로 짐작된다. 갓의 직경은 2-4cm로 표면의 중앙에는 담갈색-적갈색 표피가 있다. 주름살은 백색부터 크림색이 나타난다. 이 버섯은 먹으면 메스꺼움, 복통, 구토, 설사를 일으키는 다소 덜 위험한(?) 위장자극 독성의 버섯이다. 하지만 이것도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한 그림맞추기로 찾은 것이기 때문에 확실치는 않다. 일반 가정집이니만큼, 어딘가에서 포자가 날라왔을 가능성보다는, 화분에 쓰인 흙속에 포자가 매복하고 있었던 거 같다. 우리 집에는 한참 활동성이 폭발한 10개월에 접어든 아기와 사고뭉치 중형견 보스턴 테리어 “쪼”가 있으므로 사진만 찍고 따서 버렸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버섯을 먹는 식문화가 정착될 때까지는 수많은 조상님들이 독버섯에 희생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어떤게 독버섯이고 식용가능 버섯인지 잘 구분하지 못한다. 한반도에 자생하는 버섯은 약 5천여종인데, 이중 식용 가능 버섯은 350여종이고, 독버섯은 90여종이다. 어림잡아 계산해도 4560종의 버섯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버섯에 대한 연구가 부실한 것도 아니다. 버섯의 생김새는 같은 종이라도 성장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다른 종이어도 겉보기에는 전혀 다르지 않은 것이 많기 때문에 사실상 전문가도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흔히들 색깔이 화려하고 이쁘면 독버섯이라고 알고 있는데, 우리집 화분에서 피어오른 갈색고리갓 버섯은 필자가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식용버섯처럼 생겼다. 일부러 새빨간 색이나 보라색 버섯을 먹는 사람은 없을 텐데도 매년 독버섯 사고가 뉴스에 나오는 걸 보면, 이 구분방법은 믿을 바가 못 된다.
벌레가 먹지 않으면 독버섯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버섯 주변에 벌레가 몰려 있으면 독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어떤 독초는 사람한테는 독이지만 동물한테는 아닌 것이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는 것처럼, 종류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고 예외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도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산에 자주 오르내리시는 분들 중에는 버섯도감을 가지고 다니시는 분들이 있다. 버섯을 발견했을 때, 어떤 버섯인지 파악해서 먹을 수 있으면 먹으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버섯이어도 토양이나 습도 등 환경에 따라 모양이나 색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이 또한 믿을 바가 못 된다.
“붉은 사슴뿔 버섯”이라는 버섯이 있는데, 겉보기에는 전문가도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영지버섯”가 유사하게 생겼다. 1999년에 영지 버섯이 재생불량성 빈혈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영지 버섯이 아닌 붉은 사슴뿔 버섯이었다. 2012년에도 영지버섯으로 담근 술에 붉은 사슴뿔 버섯이 섞인 술을 마셨다가 사망한 사례가 있다(대한내과학학회지 제 85권 제2호에 “약물과민성증후군과 유사한 임상양상을 보인 붉은사슴뿔버섯 중독 1예”라는 논문으로 실렸다 필자도 논문을 읽었으나 논문에 열람주의가 찍혀 있을 정도의 사진이 실려 있기 때문에 올리지 않겠다). 그만큼 전문가도 구분하기가 힘들다는 반증이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정답은 의외로 너무나도 간단하다. 버섯은 무조건 파는 것만 사 먹어라. 절대로 직접 야생 버섯을 채집하거나 채취하지 말자. 전문가도 식용버섯과 독버섯을 구분하지 못한다. 버섯 가격 많이 비싸지도 않다. 설령 가격이 부담이 되더라도 어디 목숨값이나 병원비에 비하랴.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데 요즘 애들은 왜 속눈썹이 길지? (1) | 2021.05.21 |
---|---|
우리집 강아지가 적록색맹이라고? (6) | 2021.05.20 |
불멸의 세포 - HeLa 세포 이야기 (0) | 2021.05.18 |
일론 머스크의 쥬라기 공원? (1) | 2021.05.16 |
우리집 강아지는 왜 이렇게 더위를 잘 탈까 (4) | 2021.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