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환경오염에 관심이 많다. 재활용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기 위해서 분리수거에 안간힘을 쓰고, 비닐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덜하기 위해 여러가지로 신경을 쓴다. 포장음식을 구매할 때는 일회용수저는 빼달라고 부탁하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틈틈히 강조하곤 한다.
바다도 좋아한다. 산이냐 바다냐를 물어보면 무조건 바다다. 수영을 몹시 사랑하고 바다수영도 곧잘 하는 편이다. 20대 때는 철인삼종경기에 빠져서 한참 바다수영을 하러 다닌 적도 있다. 제일 낮은 단계이지만 스킨스쿠버 자격증도 따서 스킨 스쿠버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다. 언젠가는 오션뷰 아파트에 살고 싶은 로망이 있으며, 여행을 가면 오션뷰 숙소에 꼭 머무르려고 웃돈을 아끼지 않는다. 환경측면에서도 바다는 중요하다. 세계의 허파가 아마존 밀림이라고 하던데... 이는 명백히 잘못된 생각이다. 전 세계 산소의 85%는 바다에 사는 플랑크톤이 생산한다. 산소는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탄소와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세상에서 바다는 한층 더 중요해졌다.
넷플릭스에서 씨스피라시라는 작품을 봤다. 환경문제와 바다라는 2개의 관심사가 겹치는 작품이라서 지루한 다큐멘터리? 임에도 불구하고 시청했다. 대략 짐작하기로는 바다라는 영어단어와 음모라는 영어단어를 합쳐서 만든 합성어가 씨스피라시인거 같다.
먼저 고래의 죽음에 대해서 다룬다. 매년 많은 수의 고래가 해변으로 몰려와서 죽는다. 그들의 배속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된다. 이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바다속에 있는 미세플라스틱의 입자수는 우리 우주의 은하계 전체 별의 숫자보다도 500배 이상 많다고 한다. 사실상 바다는 플라스틱으로 끓인 전골인 것이다. 고래는 호흡을 위해서 수면과 수중을 왕복하면서 생활하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배설물로 바다산소를 생산하는 플랑크톤에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고래가 죽으면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죽고, 지구산소의 85%를 생산하는 생태계가 위협받는 것이다.
별안간 주제가 일본의 포경산업으로 넘어간다. 플라스틱으로 죽는 고래와 포경산업으로 죽는 고래의 수를 비교해 보고자 했던 것이다. 일본은 극지방에 포경선을 보낼 정도로 적극적으로 고래를 사냥한다. 일본 남부의 다이지에서는 매년 엄청난 수의 돌고래와 소형고래들을 만으로 몰아넣고 대량 학살을 진행한다. 그 사냥터는 바다물이 핏물로 빨갛게 물들어 버린다.
다음은 일본의 참치산업으로 넘어간다. 일본 미쯔비시사는 우리나라에서도 전범기업으로 법적 문제가 진행중인데, 전세계 참치의 40%를 잡는 회사이다. 참치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현재 참치의 개체수는 자연상태일 때에 비해 3%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상어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상어의 지느러미는 영양가도 없고 아무 맛도 없는 음식인데도 고가에 거래된다. 상어들은 지느러미만 잘리고 바다에 던져지는데 그대로 물속에서 죽는다. 많은 사람들이 상어를 두려워하는데, 실은 바다에 상어가 없는 걸 두려워해야 한다고 한다. 상어가 없다면 바다 생태계가 무너져서 역시 바다 생태계가 위험하다. 상어의 개체수는 종에 따라 다르지만 80%에서 99%까지 감소했다. 상어는 일년에 10명 정도의 인간을 죽이지만, 인간은 1시간마다 1만-3만 마리의 상어를 죽인다. 이에 따라서 바다새도 70%가량 개체수가 감소했는데, 상어에게 쫒기는 물고기가 수면으로 도망갔을 때 이를 먹이로 하기 때문이다.
죽는 상어의 절반은 조업중에 발생하는 부수어획으로 잡힌다. 부수어획은 다른 물고기를 잡을라고 할 때, 상어가 그물에 같이 낚이는 것을 말한다. 많은 경우 부수어획으로 잡힌 물고기는 바다에 놓아주지만, 대부분 물에 들어가기 전에 죽는다. 아이슬란드의 어장은 통계조사가 잘 이루어져 있다. 한달에 쥐돌고래 269마리, 바다표범 900마리, 바다새 5천마리가 부수어획으로 잡힌다. 프랑스의 대서양 연안에서 부수어획에 희생되는 돌고래는 일년에 1만 마리에 달한다. 이는 일본의 다이지에서 도축되는 돌고래 수의 100배가 넘는다.
고래를 죽이는 플라스틱은 무엇일까? 그 중에 대부분(46%는 어망이고 그 부속품까지 합치면 90%가 넘는다)은 어망이다. 수산업의 쓰레기라는 것이다. 나는 정말로 이 다큐를 보기전에는 페트병이나 폐타이어, 스티로폼, 플라스틱 빨대가 고래와 거북이를 죽이는 플라스틱 쓰레기인줄로만 알았다. 즉, 수산업에 의해 플라스틱을 먹고 죽고, 수산업에 의해 상어와 고래가 죽는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빨대에 의해 죽는 바다거북은 일년에 1천마리 정도이지만, 어선에 의해 포획되거나 다치거나 죽는 거북은 미국에서만 일년에 25만마리이다. 진짜 바다를 파괴하는 것은 수산업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수산물을 안 먹게 되어 수산업이 붕괴된다면,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90% 감소한다는 얘기이다. 부수어획으로 죽는 고래와 상어, 거북이의 수도 없어질 것이다. 이 수는 플라스틱을 삼키고 죽는 개체수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인간이 미세플라스틱과 중금속을 섭취할 가능성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약간 음모론적인 시각도 존재하고 실현 불가능한 일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인류는 바다가 죽으면 살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다큐멘터리가 주는 메세지는 사실 이것일 것이다. 인간은 매머드나 대형사슴 등 대형포유류를 이미 육지에서 전멸시켰다(선사시대에 그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똑같은 현상이 바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대형 어류가 물속에서 멸종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생태계가 파괴되어 식량자원이 없어지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라, 탄소문제와 기후변화 문제가 달린 문제이다.
자, 이제 곱씹어보자. 나는 분리수거를 열심히하고, 친환경제품을 사용하고,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려고 친환경 자동차를 탄다. 플라스틱 등의 일회용품은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노력은 지구와 우리의 자손들을 위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은 바다가 죽는다면 의미 없는 헛노력이 될 것이 뻔하다.
사실 바이오플라스틱이나 플라스틱을 분해하거나 섭취하는 미생물종에 대한 글을 쓸 생각이었는데, 뜻밖의 다큐멘터리로 인해 후기를 남기게 되었다. 추후 기회가 된다면 바이오플라스틱과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에 대해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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