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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코로나 검사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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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퇴근 후 집에 가는데 와이프한테 전화가 왔다. 아주 조금만 있으면 귀가할 걸 뻔히 아는데 전화한게 느낌이 좀 쎄했다. 내용인즉슨 애기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코로나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가슴이 철렁했다. 한 아이의 어머니가 코로나 확진을 받고, 재차 아이까지 확진을 받았기에 아래와 같은 공지가 왔다고 한다. 

 

 당연히 등원이 겹치는 우리 애기는 접촉자로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같이 사는 엄마 아빠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다음날 연구비 관련 중요한 출장도 있고, 만약 양성이면 우리 학교에 같이 회의한 교수님들, 구내식당, 대학원생들, 연구원들 등 검사할 사람이 100명이 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곤혹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연구비를 따는 과제발표가 있는데, 거기에 걸린 연구비가 20억원이 넘기 때문에, 도저히 그 기회를 날릴 수가 없어서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애기가 확진이라면, 나도 높은 확률로 감염되었을 거라는 생각에, 답은 정해졌다.  

 

 우리 아버지가 항상 <답이 정해진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지 말아라> 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번에도 그 가르침은 옳았다. 게다가 같이 연구하시는 박사님께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계시기에 대신 발표를 부탁드렸는데, 연구재단에서도 코로나 상황에서 특별히 문제 없다고 했다.

 

 저녁 내내 코로나 검사에 대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았는데, 의외로 정확한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다. 검사의 원리는 계속 동일했지만, 절차나 비용 등은 계속 바뀌었기 때문에,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들은 대부분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에 해당되는 정보였다. 

 

 다음날 오전 8시쯤 마스크로 단단히 무장하고, 집을 나섰다. 우리는 검사 비용이 모두 무료라는 인터넷 정보를 철썩같이 믿고 가까운 시화병원으로 향했다. 우리가 사는 동네인 배곧이 어린이집과 태권도학원에서 코로나가 퍼져서 난리가 났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시화병원 선별진료소에는 의료진 외에 단 한사람도 대기자가 없었는데, 주차 후 검사를 받으러 가니 8만 7천원 가량의 검사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3식구가 검사 받으면..... 자그만치 26만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가까운 정왕동보건소로 가면 무료로 검사를 해준다기에 다시 차를 타고 보건소로 향했다. 

 

 이런 질병 상황에서 빠른 검사와 확인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검사 가능한 인력과 인프라가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료로 검사를 해준다는 보건소의 선별진료소는 아까와는 달리 엄청난 인파가 대기하고 있는 거처럼 보였다. 다행히 줄을 서 보니 사람간 간격이 1m 씩 길어서 실제로는 느낌만큼 사람이 많은 건 아니었으나 1시간 가량 대기했다. 

 

 신분증이 없는 아기를 위해서 미리 가족관계증명서를 준비했고, 나와 와이프는 각각 신분증을 제시한 후 주민번호와 전화번호등을 기입한 후 바로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는 면봉 2개를 각각 입안과 콧속 깊은 곳을 훑어서 붉은 빛의 액체(바이러스 배양액 혹은 버퍼라고 생각하면 된다)에 담군 후 PCR 검사실로 보내는 방식이었다. 

 

 원래 콧속 깊숙히 면봉을 넣는 것이 몹시 고통스럽다고 들었는데, 검사해주시는 샘이 1년 넘게 임상경험이 쌓이시다 보니, 하나도 안 아프게 스무스하게 해 주셨다. 와이프도 하나도 안 아팠다고 한다. 문제는 아기였다. 아기가 이제 막 200일이 넘은 아이였는데, 면봉을 입안에 넣을 때부터 심상찮더니 콧속에 면봉이 들어갔다 나오고 나서는 엄청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여태까지 들었던 울음소리중에 가장 큰 울음소리였다. 다행히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잠들더니 집에 와서는 금새 잊어먹고 다시 잘 놀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바로 검사 결과가 문자 메세지로 들어왔다. 핸드폰이 없는 아기는 나와 함께 통보받고 와이프는 와이프 핸드폰으로 통보받았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세 식구가 끌어안고 기뻐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은 폐쇄되었고, 많은 아이들이 2주 자가격리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이야 연구원들이나 대학원생들에게 시키지만, 학위하던 시절에는 엄청난 양의 PCR을 하곤 했다. PCR는 96well plate 혹은 384 well plate에 샘플을 담아서 실시하는데, 이는 한번에 96개의 샘플 혹은 384개의 샘플을 검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말이 쉽지 파이펫으로 이를 옮겨서 시약과 섞는 과정은..... 384well plate로 한번 PCR을 하면 엄지 손가락과 손바닥이 끊어지는 듯 아팠다. 384개의 well에 시료와 시약, 효소등을 일일히 섞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384번X3). 지금 코로나 검사하시는 분들은 (아마 많이 자동화되었겠지만) 이런 검사를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반복해야 하니 얼마나 힘들까 다시 한번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기뻐한 것도 잠시,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끝이 아닌 것을 알려주는 전화가 보건소에서 왔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무시무시한 용어 <능동 감시자>이기 때문에 격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스크 잘 쓰고 외출은 가급적 삼가라고 했다. 확실히 하고 싶으면 일주일에서 이주일 후에 한번 더 검사받기를 <권고> 한다는 말도 들었다. 격리나 추가검사가 강제는 아니라는 말을 되게 강조하면서도... 왠지 웬만하면 해라 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졌다.

 

 혹시 증상이 나타나면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쯤 후에 3식구가 모두 검사 받으리라고 다짐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추신. 어린이집 폐쇄라서... 2주동안 육아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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