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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비효율적인 과학자의 자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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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의 연구성과는 항상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실험을 진행하면서 성공하는 실험이 몇 개나 될까? 필자의 경우 100개 중에 1개도 안 되는 거 같다. 

 

 만약 금융 경제 분야에서 100개 중에 1개만 성공하는 사업을 벌인다면, 그 사업이 시작이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과학은..... 100개 중에 1개만 성공해도 제법 훌륭한 과학자일 것이다. 이러한 비효율성이 주는 우울함을 극복하지 못하고서는 도저히 과학자가 될 수 없다. 

 

 때로는 비효율 안에서 간간히 나오는 성과에서 엄청난 만족감을 느끼면서 극복하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작은 성과가 주는 성취감은 줄어들었다. 

 

 필자는 자기관리의 일환으로 성취감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과학 이외의 분야에서 1년에 1개씩의 성취감 느끼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무언가를 배우고 가능하면 수료증이나 자격증을 따서 자랑?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기로 한 것이다. 직업으로 삼을 것도 아니고 돈을 벌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국가자격증일 필요나 돈 되는 자격증일 필요는 전혀 없다. 

 

 첫 해에는 심리상담사 자격증에 도전했다. 심리상담사 자격증은 여러 발급기관이 존재해서 어떤 기관에서 자격증을 받아야 할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는데, 필자는 그냥 되는 대로 검색에서 가장 위에 나온 곳을 공략했고, 3-4개월 정도 열심히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했다. 자격증을 따는 것도 중요했지만, 실제로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람의 심리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시험에서는 무리없이 자격증을 바로 취득할 수 있었다. 

 

 두번째 해에는 스킨스쿠버 자격증에 도전했다. 당시의 여친(지금 와이프)가 스킨스쿠버와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고, 본인도 워낙 물을 좋아했기에 같이 스킨스쿠버를 하면 좋을 거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건 도전이랄 것이 거의 없었다. 철인삼종경기를 하면서 물에 익숙하면서도 공포도 다 극복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론교육을 받고 실내 수영장 5m 깊이에서 1차 실습을 하고, 제주도 바다에서 실제 다이빙을 한 끝에 1단계 자격증인 <오픈워터>를 취득하였다. 자격증을 쉽게 땄기 때문에 큰 성취감은 없었지만 신혼여행을 가서 만타가오리 다이빙을 할 수 있었다. 깜깜한 바다에서 야간 다이빙을 하고 수심 5-10m 정도에 들어가서 침대만한 만타가오리를 구경도 하고 다이빙도 하는 것인데 지금도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추억중에 하나이다. 

 

 세 번째 해에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국내에는 국가자격증으로서의 바리스타는 없고, 여러 발급기관이 존재했다. 당시에 재직중인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저렴하게 바리스타 자격증 코스가 운용되었는데, 교직원 할인이 가능해서 도전했다. 강사님이 워낙 훌륭하셔서 이론 교육은 쉬웠고, 필기시험도 비교적 가벼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실습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웠다.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과정은 마치 과학실험 같았다. 실습하면서 너무 많은 에스프레소를 마셨다가 위경련이 와서 고생하기도 했다. 집에 손님이 오거나 주말에 부부가 둘이서 커피를 마실 때 라떼아트로 잔재주를 부리거나, 집에서 만들어 먹기 힘든 종류의 커피를 만들어 먹으면서 큰 성취감과 행복을 느낀다. 

 

 네번 째 해에는 투잡으로서 학원강사에 도전했다.  형편이 어렵거나 수입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좋은 경험이 될 거 같았다. 알바몬에서 동네 학원의 영어강사 자리를 알아보고 지원하여 강사로 채용되었다. 사실 이 도전은 실패였다. 이 일을 생업으로 삼는 절실한 강사님들과 필자는 경쟁이 되지 않았다. 나는 당시 오후 7시 정도에 시작해서 1시간 반 정도 강의를 했는데, 시급으로 계산해서 한달마다 정산받으니 내가 대학에서 받는 월급의 1/10도 되지 않았는데 이는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진도는 지지부진했고, 학생들이 몇 명 관두기 시작하더니, 코로나 창궐과 함께 반이 없어지고 말았다. 학원 원장님은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부를 테니 꼭 돌아오라고 말했지만.... 모두 알다시피 아직도 코로나 창궐 상황이다. 그래도 이 경험은 나에게 큰 성취감을 주었다. 학생들과의 세대차이도 많이 줄여주었고, 무엇보다 입시생의 입장에서 대학입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는 본래의 직업인 대학에서 대학생, 대학원생들을 대할 때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었다. 

 

 상기의 경험들은 모두 큰 성취감을 주었다. 그리고 본업을 수행하는데에 있어서 의외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뭐든지 배워보고 경험해봐서 나쁠 거 없다는 조상님들의 지혜가 맘에 와 닿는다. 올해 나의 목표는 대학에서 내가 강의하는 과목의 교재를 직접 만들어서 출판하는 것이다. 벌써 4월이니 올해가 1/3이나 지나가 버린 셈인데... 이제 겨우 10페이지를 간신히 넘겼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달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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