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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눈치와 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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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빠른 사람 입장에서는 눈치 없는 사람이 답답해 보인다. 일머리가 좋은 사람 입장에서는 일머리가 없는 사람이 답답해 보인다. 때로는 피해를 보는 거 같기도 해서 화도 난다. 그래서 눈치와 일머리가 없는 사람은 구박의 대상이 되거나 뒷담화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조언을 해도 잘 듣지 않기 때문에(문제를 인식하지 못했으니깐), 고집이 세다는 오해도 자주 받는다. 혹시 상처라도 받을까봐 돌려서 말하면, 못 알아듣는다. 

 

물론 이들을 대상으로 구박과 뒷담화를 일삼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잘못된 사람이다. 하지만 주도적으로 구박과 뒷담화를 일삼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조하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심적 고립감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눈치라는 거, 일머리라는 건 도대체가 어떻게 생기는 걸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느낄 줄 아는 거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지식은 배우거나 공부해서 알 수도 있지만, 어떤 지식은 느껴서 안다.

 

어떤 직장 동료가 있었다. 일주일 동안 상사에게 업무한 내용을 보고하는데,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다 하는 통에 회의가 길어지기 일쑤였는데, 듣다못한 상사가 꼭 필요한 것만 보고하라고 지시를 했다.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도무지 보고해야할 것만 보고하지 말아야 할 것을 어떻게 구별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필자도 모르겠다고 답을 했다. 그걸 구별할 수 있어도 도대체 그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건 느껴서 알아야 할 문제임이 분명했다. 이후에는 문제가 더 커졌다. 보고할 것과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그이는 보고할 것은 빼먹고 필요하지 않은 건 정성스럽게 보고하는 실수를 반복했다. 필요한 정보의 누락과 넘치는 불필요한 정보. 직장생활의 재앙이다. 어쩔 때는 일부러 저러는가 싶어서 얄미울 때도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해결책이랍시고 정말 많은 방법을 제시해 주는데,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해결책은 본인이 문제를 인식하고 실행해야만 하는 방법들 뿐인데, 일단 본인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어느날도 그이는 내가 볼 때 쓸모없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말처럼 의식의 흐름대로 일한다”. 저런 식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이 과연 무슨 도움이 될까. 내가 고칠 수 없는 문제이니 더 답답했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구박과 뒷담화, 윽박지르기 등으로 사람을 심적으로 고립시킬 경우, 인간은 더 눈치와 일머리가 없어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눈치와 일머리가 없는 사람이 보통 구박과 뒷담화, 윽박지르기 등을 당하는데, 당할수록 주눅이 들어서 더욱 눈치가 없어지고 더욱 일머리가 없어진다. 당하는 사람을 악순환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행위다. 당하는 사람은 점점 더 고립되고 사회성을 잃어간다.

 

본인이 심리상담사나 정신과의사가 아닌 이상에야 이런 사람들을 계몽하려는 시도는 많은 경우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 깨닫고 노력해서 눈치와 일머리를 획득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은 너무 느려서 옆에서 볼 때 변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선량한 사람이라면, 기다려주자. 좀 답답하고 힘들어도 굳이 밀어서 악순환의 구렁텅이로 빠뜨리지는 말자. 너무 힘들고 차마 말할 수 없어도 어떻게든 약간의 칭찬이라도 해 주자.

 

부모라면 명심하자. 집에서 답답하다고 자식을 구박하고 윽박지르고 무언가를 강요한다면, 자녀는 점점 더 눈치없고 사회성 없는 사람으로 변한다는 것을.

 

윗사람이라면 명심하자. 일 못하고 답답하다고 화내고 윽박지르면 아랫사람은 더 주눅 들어서 할 수 있는 일도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가끔 커다란 배신의 계기가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명심하자. 가끔 진짜 눈치가 좋은 사람은 눈치가 없는 척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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