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블로그와 다른 SNS등을 통하여 백신 접종을 계속 독려해 왔다. 하지만 필자를 믿고 접종하신 분들이 열과 근육통 등 감기몸살로 고생하셨다는 얘기를 들으면 인간적으로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이 들고 죄송스럽다. 필자는 접종 후 아무런 부작용이 없이 지나갔기에 더 그렇다. 오늘은 필자의 권유로 백신접종을 받고 2틀동안 엄청나게 크게 앓아누우시고 간신히 회복하신, 보스턴 테리어 모임 오픈톡방의 "루이누나"가 문의해 주신 내용에 대해 답변하도록 하겠다. 혹시 백신의 효능과 부작용이 성별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닌가?
정치 사회적으로 남녀를 차별해서는 절대로 안 되지만, 과학적으로 남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백신 접종시 그 효능과 부작용이 남녀에 각각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녀 구분 없이 평균을 낸 통계치를 위주로 백신의 효과를 가늠한다. 하지만 병리학적으로 많은 질병이 남녀에서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필자가 박사학위과정 동안 연구한 뇌졸중의 경우, 여성 호르몬이 뇌졸중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폐경기 이전 여성의 뇌졸중은 같은 연령의 남성에 비해 극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었다. 골다공증의 경우에도 폐경기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등 질병에서 남녀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일단 효능 부터가 다르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남성은 96.4%, 여성은 93.6%로 항체 생성 효과의 차이가 있다. 약 3%의 차이일 뿐이지만, 성별간 차이가 나는 것은 확실하다. 같은 mRNA 원리로 제작된 모더나 백신도 마찬가지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논문에서 전체 평균과 표준편차를 제시해놨기 때문에 성별에 따른 차이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실히 부작용은 여성에게서 높다.
부작용을 살펴보자. 백신의 종류에 상관없이 미국 CDC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백신 부작용의 80%는 여성이었다. 남녀의 차이가 무려 4배에 달하는 것이다. 게다가 심각한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살펴보면, 화이자 백신 아나필락시스 47명중 44명이 여성이었고, 모더나 백신 아나필락시스는 19명 모두 여성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나 얀센 백신의 부작용이 여성에게서 더 심한지는 아직 파악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코로나 19 외에 기존의 독감 백신등을 살펴보았을 때, 여성에게서 백신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일 수 있다.
2001년 Lancet 지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항체 반응이 더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부작용의 빈도와 심각도가 더 크다. 이는 모든 백신에서 여성의 부작용이 더 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게다가 코로나 19 백신의 경우 빠른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성별 요인까지는 고려하지 못하고 제작하였을 것이다.
성 호르몬도 이러한 남녀 차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투여량 자체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현재 백신의 투여용량을 살펴보면,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경우 0.5ml, 화이자와 모더나는 0.3ml 을 남녀 구분 없이 일정하게 투여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서도 남녀 차이가 발생한다. 최근 다른 포스팅에서 다룬 싸이폴 주사제를 살펴보면, kg당 10-15mg 2회 분할 투여하게 되어 있다. 무게에 따라서 투여량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개발된 백신들은 어떤가. 남녀에 구분 없이 일정량을 주사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여성의 평균 몸무게가 더 적게 나가는 것을 고려해 보면, kg 당 투여량은 여성이 더 많다.
현재 우리는 질병을 예방하는 것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지만, 코로나가 독감처럼 토착화될 경우, 백신 접종이 연례행사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로 엄청난 재앙을 겪은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납득하지만, 매년 부작용을 감수하고 접종해야 한다면, 사람들을 설득하기는 더 어려울 수도 있다. 향후에라도 관찰연구를 통해서 성별 간 이상반응에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용법이나 투여량 등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게다가 남녀간의 차이만 백신의 효능과 부작용에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이와 병력, 인종간 차이(동양인의 경우 희귀 혈전증의 빈도가 훨씬 적다는 보고가 많다)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뜻밖에 많을 수도 있다. 코로나가 토착화되어 연례행사로 백신접종이 필요한 경우를 우리는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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