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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경기도 시흥시의 미세먼지 저감 실험 - 세금 내는 보람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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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벌어진 지는 시간이 상당히 흘렀다. 하지만 필자는 이제서야 알았다. 그리고 시흥시 주민으로서 세금 내는 보람을 느꼈다. 이 일을 시행한 시흥시는 정책차원에서 한 일이겠지만, 과학자인 필자에게는 이것이 거대한 과학실험처럼 보였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시흥시에는 도심을 관통하는 야트막한 언덕으로 이루어진 엄청나게 기다란 숲길이 있다. 처음에는 숲이 너무 일직선이어서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누가 이렇게 운치 없게 공원을 조성한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왼쪽 아래 사진에서 왼쪽에 보이는 벽돌색 건물이 필자의 직장인데, 숲을 관통해서 오른쪽에 식당들이 있어서 매번 넘어다니기 힘들기도 하다. 

 

숲 안에서는 나름 운치도 있고 좋아서 필자가 기르는 강아지 "쪼"와 함께 산책을 하곤 한다. 이 거대한 숲은 길이가 자그만치 4.1킬로미터나 된다. 나무가 많은 숲길이 직장 바로 옆인데다가 한쪽 끝은 직장이고 한쪽 끝은 딱 집이다. 가끔은 걸어서, 가끔은 자전거를 타고 자연을 즐기면서 누리면서 몇 년을 살았다 (최근에는 자전거 출입이 금지되어 그냥 걸어다닌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조성된 총길이 4.1km의 중앙완충 녹지. 그냥 숲인거 같지만, 단면을 살펴보면 건물 3-4층 정도의 제법 높은 언덕이다. 완충녹지의 왼쪽은 산업단지인 시화공단이다. 완충녹지의 오른쪽은 주거구역인 시흥시 정왕동이다. 

 

그런데 안에 들어가면 너무 좋고 밖에서 보기에는 너무 일직선이었던 이 숲길이 그냥 공원이 아닌 중앙완충 녹지, 즉 "미세먼지 방벽" 으로 조성된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녹지가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여름 도심의 열섬현상을 막아준다는 건 직관적으로는 알 수 있지만,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실험해보지 않으면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닌가? 이런 실험이 다른 곳에서는 얼마나 이루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개인과학자가 할 수 있는 연구는 분명 아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파란색 부분의 주거 용지와 붉은색 부분의 공단으로 인해 주거용지이다. 완충녹지는 주거용지로 유입되는 산업용지 발생 대기오염물질과 미세먼지 등을 막아내는 방벽으로 조성된 것이다. 시흥시는 완충녹지를 조성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대기상에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국립산림과학원을 통해 분석까지 했다. 과학실험을 했고 결과가 나왔으면 응당 논문이 있을 터인데.... 논문은 찾지 못해서 언론과 시흥시 블로그를 통해 자료를 찾았다. 완충녹지로부터 각각 1킬로미터 내의 주거용지쪽, 산업용지쪽 방향 2군데서 각기 대기를 측정하여 대기의 질을 분석하였다. 

 

완충녹지로 표시된 부분이 윗사진에 표시된 숲길이다. 

 

완충녹지가 조성되기 전인 2000-2005년에는 산업단지보다도 오히려 주거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9% 더 높았다. 하지만 도시숲을 조성한 후인 2013-2017년에는 주거단지의 미세먼지 농도는 산업단지에 비해 12%가 낮았다. 산업단지의 미세먼지 농도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주거지역의 미세먼지는 자그만치 21%나 줄어든 것이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초미세먼지는 어떨까. 초미세먼지 농도 또한 주거지역에서 산업단지보다 17%나 낮았다. 바닷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산업단지에서 주거지역으로 바람이 부는 경향성이 높은데, 바람이 유입되는 경로에 방어용 토성을 쌓고 녹지를 조성함으로서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주거지역 유입을 감소시킨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경보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미세먼지 경보 시스템이 갖춰진 후 산업단지에서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날은 최근 3년동안 109일, 주거지역에서는 75일로 이 역시 주거지역에서 31% 감소하였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미세먼지 방어벽은 주거단지의 공기질을 다음과 같이 개선하였다. 

1. 미세먼지 21% 감소

2. 초미세먼지 17% 감소

3. 미세먼지 경보발령일 수 31% 감소

 

이게 고작 4.1킬로미터의 숲길이 (상당시 크긴 하지만) 만든 변화이다. 하지만 당연히 예상하다시피 이 미세먼지 방벽은 "시화공단"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으로부터 "정왕동"의 주민들을 지킬 뿐이다. 중국발 황사나 미세먼지에는 역시 속수무책이다. 

 

만약, 시 단위가 아니라 국가와 국가가 손을 잡고 이러한 숲을 근원지에 조성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제 경기도는 중국의 황사발원지역에 나무를 심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는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 저감을 위해 한국과 중국의 청년단체들을 지원하여 2023년까지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아래 사진 참조)에 27만 5천 그루의 나무를 심기로 했다. 경기도는 이미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조림사업을 투진하여 이 일대에 버드나무 121만 그루를 심었고, 체계적인 사업 덕분에 나무의 활착률은 85%가 넘어 총 16킬로미터의 녹색숲이 생겨 주변에서 발생하는 황사를 억제하고 있다. 

중국 주요 황사 발원지들

경기도의 중국 사막 녹화사업이 대단하기는 하다. 하지만 시흥시가 4.1km의 방어벽 숲을 조성해서 효과를 본걸 생각하면, 아무래도 고작 16km의 방어벽 숲은 다소 초라한 면이 있다. 시흥시가 시화공단의 미세먼지를 4.1km로 방어하는데, 중국에서 방어해야할 미세먼지와 황사의 양은, 시화공단의 그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일 테니 말이다. 

 

출처 연합뉴스. 중국의 만리장성. 연합뉴스의 요지는 만리장성 길이를 중국이 늘여서 역사왜곡한다는 것이지만, 필자는 중국발 황사발원지역을 따라 만리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미지를 사용하였다. 

 

만리장성의 길이는 중국측 발표로는 현재 총 21,196킬로미터 이다. 중국 주요 황사 발원지 사진과 비교하여 보면, 만리장성은 중국 주요 황사 발원지와 대략 겹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실제 만리장성과 평행한, 만리장성 길이와 비슷한 규모의 숲길방벽을 조성해야 할 수도 있다. 고작 16km의 숲길 조성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인 것이다. 자그마치 1325배의 숲길을 더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경기도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경기도 관할 구역도 아니고, 대한민국 영토도 아닌, 외국땅에 사업을 벌이는 것이 어디 쉽겠는가? 게다가 중국은 자국의 미세먼지에 대해서 늘 부정하고 있으니 짐작컨데 비협조적일 것이다. 하지만, 베이징이 입는 황사에 의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이렇게 엄청난 방벽이 조성된다면 우리나라보다 중국이 훨씬 더 이득이 아닐까?

 

테슬라, 스페이스 X, 하이퍼루프, 뉴럴링크 등의 회사를 거느린 일론머스크는 지금 화성을 테라포밍(지구화)하겠다고 난리다.  혹시 중국내 사막, 사하라 사막을 테라포밍할 수는 없을까?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 전체를 테라포밍하여 아마존 정글처럼 바꿀 경우 지구 온도를 자그만치 7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 단숨에 해결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온난화 이전보다 더 낮아지는 것이다. 중국이 황사발원지역 사막들을 녹화할 경우, 단숨에 지구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한 영웅이 될 수도 있을 텐데.... 그 쪽으로도 좀 고려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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