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병에 걸려버렸어?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인 UNCTAD 가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가 1945년 창설된 이래 개발도상국이 선진국 그룹으로 바뀐 건 처음이다. 경제규모와 OECD, G7 회의 등 우리나라는 사실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아니더라도 진즉에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유엔무역개발회의의 뒷북이다. 

 

필자가 얼마전에 포스팅한 "최신 사망원인 통계" 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사망률순위의 앞부분이 암,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등으로 전형적인 선진국형 패턴인 것을 알 수가 있다. 사망률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는 21세기가 되기 전부터 선진국에 들어선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관찰된다. 중국에서도 뇌졸중, 심장마비, 폐암 등의 선진국성 질환이 주요 사망원인으로 등극한 것이다. 주요 사망원인은 아니지만 천식,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성비염 역시 전형적인 선진국병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모를 뿐더러, 검색해도 연관성이 잘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는 선진국병이 있다. 바로 냉방병이다. 옛말에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했는데, 요즘은 여름감기 걸리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냉방병에 걸리면 일반감기와 거의 유사하게 두통, 콧물, 재채기, 코막힘 증상이 나타나고, 소화불량, 복부불쾌감, 설사 등의 위장장애까지 올 수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굉장히 심한 병인거 같지만, 원인인 차가운 온도를 제거해주면 대부분 하루만에 회복된다. 온수샤워를 해주면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몸이 온도를 제어조절할 수 있는 온도변화는 5도 정도이다. 즉, 외부에서 활동하던 기온보다 5도 이상 낮은 온도를 설정해 놓으면 냉방병에 걸릴 수 있다. 여기에다가 차갑고 건조한 실내공기는 호흡기 점막과 기관지를 말리기 때문에 냉방병 증세를 더욱 악하시킨다. 에어컨 공기를 직접 쐬는 경우는 냉방병 발현율을 크게 증가시키기 때문에 에어컨 공기를 직접 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사무실에서 자리 배치상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긴 겉옷을 하나 준비해놓도록 하자. 

 

똑같이 에어컨에 의한 질병이지만, 감염성 질환인 레지오넬라증도 있다. 증상은 일반 냉방병과 흡사하지만, 감염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발열과 오한이 동반되고, 엄청나게 악화되면, 호흡부전, 폐농양이나 폐렴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는 에어컨의 냉각수에서 잘 생기는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된 것이므로, 에어컨을 항상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하겠다. 

 

무엇보다도 잘 때 에어컨을 키고 잘 거라면, 에어컨 바람을 직접 맞지 않도록 에어컨바람막이를 설치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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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필자가 한참 팔팔하고 힘이 넘치던 학창시절, 여름밤이 그렇게 무덥고 끈쩍여서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그 때만 해도 에어컨 없는 집이 많았는데, 필자의 집은 에어컨이 있었다. 어찌나 힘이 넘치던지 필자는 에어컨이 있는 거실에서 에어컨을 최저 온도인 18도로 설정해놓고 자곤 했다. 그러면 아버지께서 오셔서 너무 춥다며 냉방병 든다며 에어컨을 자꾸 꺼 버리시곤 했다. 필자는 그 때 아버님 말씀이 전기세가 아까워서 거짓으로 말씀하시는 줄 알고, 아버지가 잠드시면 슬그머니 풀파워로 가동시키곤 했다. 나이를 먹고 보니 너무 죄송해서 몸둘바를 모르겠다. 지금 24도로만 설정해놓고 자도 추워죽겠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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