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태계 개입 사태 8탄 - 대한민국의 뉴트리아

우리나라의 생태계 파괴를 다루려니 속상하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가장 큰 규모의 생태계 파괴는 바로 일제의 "해수구제사업"이다. 이 사태로 우리나라의 호랑이, 표범, 승냥이, 이리, 반달가슴곰은 모두 멸종의 길을 걸었고, 살아남은 여우, 너구리 등도 이따금씩 개체가 확인되는 수준으로 모두 멸종위기종이다. 이를 중심으로 한 포스팅도 다루려고 계획중이다. 

 

그런데 일제에 의한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 생태계를 파괴한 사례도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외래종 뉴트리아의 도입이다. 뉴트리아는 남미에 서식하는 설치류이면서 설치류 치고는 엄청 큰 덩치를 가져서 국내에서는 "괴물쥐"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 괴물쥐는 우리나라에서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퇴치대상이 되어 버린 전세계적 애물단지 외래종이다. 

괴물쥐 뉴트리아. 출처. 위키백과

우리나라에는 1985년 7월에 프랑스에서 100마리를 들여왔으나, 관리소홀로 모두 폐사했고, 1987년 6월 불가리아에서 60마리를 도입하여 사육했는데, 1990년도 중반에 60마리가 2400마리까지 불어났고 2000년대에는 15만 마리로 불어났다. 

 

뉴트리아는 애초에 식용, 모피용으로 들어왔다. 식용으로 사용하기에 거부감도 문제였지만, 정부가 고기로 유통하는 제도를 법적으로 만들어주지 않아서 법적으로도 식용할 수가 없었으며, 모피 역시도 인공모피와의 경쟁에서 밀려 수익성이 나빠서 야생에 버려지는 개체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2009년 6월 환경부를 뉴트리아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하였다. 

 

원산지인 남미에서도 뉴트리아에 의한 피해는 존재하지만, 퓨마와 재규어등의 천적으로 인해 개체수 조절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의 해수구제사업으로 인하여 호랑이, 표범, 늑대 등의 천적이 전혀 없는 상태로서 개체수 조절이 불가능했다. 

 

특히 뉴트리아들은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번식하여 큰 문제가 되었다. 그 부근의 농작물을 먹어칠울 뿐만 아니라 습지식물의 줄기와 뿌리를 갉아먹어 빠른 속도로 생태계를 파괴시켰기 때문에 지방자치 단체는 뉴트리아에 포상금을 걸어 뉴트리아의 개체수를 조절하고자 했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은 포상금 제도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다. 쥐라는 설치류의 특성상 인간이 뉴트리아를 아무리 잘 잡아도 번식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당시 낙동강 유역에는 뉴트리아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본 "전홍용"씨가 있었다. 이 분은 뉴트리아 포상금 전체를 혼자서 수령해갈 정도로 엄청난 사냥성공율을 자랑했다. 한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전홍용씨가 뉴트리아를 사육해서 포상금을 받으러 오는 사기꾼으로 의심하여 감시하기까지 했지만, 전홍용씨가 공무원들을 사냥 현장에 대동하고 다니면서 오해는 불식되었다. 

 

1억원 정도의 현상금 예산이 모두 동이 나자(이 중 많은 부분은 전홍용씨가 수령해감), 환경청에서는 아예 그를 뉴트리아를 잡는 팀장으로 기간제 공무원으로 임용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전씨의 노력 덕분으로 뉴트리아의 개체수는 추정키로 절반으로 줄었고, 더 이상 현상금을 지급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이과 맹수 삵. 얼핏 보면 약간 큰 고양이하고 거의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급 멸종 위기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트리아의 개체수는 계속 줄어들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종 삵이 뉴트리아를 먹이로 삼으면서 그 개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8년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발간한 "우포늪 삵 서식지 특성 및 먹이원 분석"에 따르면, 삵이 뉴트리아의 포식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삵의 분변에서 DNA검사를 통해 알려졌고, 실제로 삵이 뉴트리아를 잡아먹는 장면도 촬영되어 힘을 보탰다. 

 

삵은 큰 고양이라고 볼 수 있고, 뉴트리아는 큰 쥐라고 볼 수 있다. 역시 쥐 잡는데 고양이다. 우리나라의 삵은 1950년대 쥐를 잡기 위해 무분별하게 놓아둔 쥐약과 살충제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하였는데, 이제 뉴트리아 덕분에 다시 부활할 지도 모르겠다. 이 기회에 여우나 족제비 등도 뉴트리아를 통해 우리나라 생태계에 다시금 자리잡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