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생물학 분야를 연구하면서 한가지 불만이 있었는데, 바로 연구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다른 분야의 학자들이 바짝 집중해서 연구성과를 만들어 낼 때 바이오 분야는 최소 몇 년 이상 시간이 더 걸린다. 그래서 다른 분야의 학자들에 비해서 논문이나 특허 등 연구성과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생태학은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분야인거 같다. 이번 하이에나 연구도 자그만치 30년이나 걸렸으니 말이다.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생물학자들(에롤 아크자이, 아미얄 일라니)은 하이에나의 사회적 상호작용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맥이라는 사회적 자산을 상속하는 현상을 하이에나에게서 발견하였다.
인맥을 대물림하는 것은 인간에게는 엄청난 이점이다. 속된 말로 힘있는 집안의 자식은 집안에 이미 존재하는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다시 힘있는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이번 펜실베니아 연구에서는 엘리트 암컷 하이에나의 새끼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의 친구들과 유대관계를 맺을 뿐만 아니라, 엄마의 친구들이 평생동안 새끼를 먹이고 보호해주는 것을 확인하였다.
인간, 하이에나 뿐만 아니라 사회적 동물들은 모두 인적 네트워크가 아주 중요하다. 그둘 중 우두머리는 먹이도 제일 먼저 먹고, 짝짓기도 독점하며 다른 개체들을 지배한다. 하지만 우두머리의 자식이 우두머리의 지위와 인맥까지 물려받으면 어떻게 될까. 이런 현상이 과연 인간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일까.
태어나 보니 하이에나인데, 힘센 엄마를 가지고 있다면, 금수저로 태어난 것이다. 그저 엄마가 하는대로 잘 따라하기만 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집중적인 돌봄으로 영양상태도 좋아서 다시 막강한 개체로 자라날 것이다. 하지만 태어나 보니 별로 상황이 좋지 못한 엄마를 가지고 있다면....... 글쎄다.
인간이 사회를 형성하고, 자식에게 유산이나 지위를 상속하는 행위, 자식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한 높은 교육열 등은 같은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알고 보니 이것들 모두가 인간 고유의 특성이 아닌 그저 생물학적 특성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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