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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인간화 유전자 ARHGAP11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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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인간이 동물과 어떻게 다른가를 배웠던 기억이 난다.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직립보행, 도구사용, 언어사용, 고차원적 인지기능 등이 그 특징이었다. 그런데 과학자가 된 지금 보다 과학적인 이유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차별화된 특징들을 살펴보자면,

 

첫째. 땀 흘리는 능력이다. 인간은 포유류 치고는 몸에 털이 많이 없는 특이한 구조를 보이는데, 대신 땀을 흘린다. 우리는 강아지가 땀을 흘리지 못하는 걸 신기해 하지만, 사실 땀을 흘리는 동물은 극히 드물다. 땀을 흘리는 덕분에 우리는 37도를 유지하는 항온동물이면서도 과열된 체온을 신속하게 식힐 수 있는 동물이다. 따라서 인간은 동물들에 비해 순발력이나 근력은 떨어질지언정 지구력은 아주 우수하다. 

 

둘째. 사회성 눈동자이다. 인간의 흰자위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특별하다. 눈의 흰자와 검은자가 뚜렷히 구별되기 때문에 인간은 눈을 통해 어디를 보고 있는지가 아주 쉽게 읽힌다. 이것은 전투나 사냥시 의도가 읽혀 생존에 불리할 수도 있지만, 인간이 사회성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서로 상대방의 의도를 손쉽게 안다, 다시 말해 눈치가 있는 것이다.

 

셋째, 오늘 포스팅의 하이라이트이다. ARHGAP11B 라는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는 약 50만년전에 처음 출현하였다고 한다. 이 유전자는 가히 "인간 결정 유전자" 라고 불릴만 하다. 오로지 인간만이 가진 유전자로 2015년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 인간의 뇌는 고차원적인 인지기능을 하는 신피질이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80%에 뇌주름이 있어, 구조적으로 더 넓은 면적을 가지게 되어 있는데 이 유전자가 바로 인간 뇌의 신피질을 발달시키고 주름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21세기의 지금은 유전자 가위 기술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것이 과거에 비해 손쉽게 가능하다. 따라서 이 유전자의 기능을 살펴보기 위해 과학자들은 쥐와 펠렛의 게놈 안에 해당 유전자를 삽입하였는데 정상동물에 비해 신피질이 커졌고, 뇌주름도 많아졌다. 

 

마지막으로는 마모셋 원숭이의 게놈 안에 해당 유전자를 삽입하였는데, 원숭이 태아의 뇌세포가 일반 원숭이보다 2배 이상 많아져서 인간 태아와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뇌주름도 인간과 유사하게 만들어졌다. 과학자들은 이 원숭이가 태아 상태일 때 중절시킴으로서 연구를 중단했다. 

 

2020년 6월 Science 지에 실린 리포트

 

원숭이가 그대로 태어나면,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원숭이가 될까봐 중절시켰다고는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뇌의 샘플이 필요해서 연구를 중단시킨 것으로 보인다. 2020년 Science 지에는 뇌의 절편과 사진이 연구데이터로 실려있으니 말이다. 

 

뇌의 크기와 뇌세포수, 뇌신피질의 주름까지, 모두 원숭이의 뇌가 인간의 뇌와 유사하게 변했다. 

 

어렸을 때 본 영화. 닥터모로의 DNA

 

닥터모로의 DNA 라는 영화를 보면, 닥터모로가 한 무인도에서 인간의 유전자를 동물들에게 주입하여, 인간화된 동물들, Beast man 을 만들었고, 이들은 언어능력이 있고 인간처럼 고차원적 사고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으나, 동물의 본능도 가지고 있었다. 영화에서는 결국 Beast man 들의 반란으로 모든 연구시설은 파괴되었다. 

 

영화에 나온 Beast man

 

 

현실의 실험에서는 인간화 유전자 ARHGAP11B 를 도입한 원숭이는 태아 상태일 때 중절해 버렸다. 하지만 만약 마모셋 원숭이가 태어났으면 어떤 모습으로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까? 아마 닥터모로의 DNA 에 나온 동물들같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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