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블로그 누적 방문자 수가 3만명을 돌파했습니다. 파워블로거님들이 보기에는 미약한 수치일지라도 가슴이 뿌듯하고 설레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간의 장기가 그 수명을 다하면 인간은 살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인간의 신체도 마치 기계처럼 부품을 교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장기 이식을 통해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심장, 신장, 간, 안구 등의 장기 뿐만 아니라 뼈, 골수, 혈액, 피부, 지방 등도 이식한다. 뼈, 골수, 혈액, 피부, 지방등을 장기라고 생각을 안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넓은 범위에서 보자면 모두 장기가 맞다.
인간의 장기는 뇌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교체가 가능한 부품이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서), 고장나면 교환하면 된다. 하지만 인간의 기술력을 넘어선 부품들을 구하는 것은.... 오직 다른 인간의 장기를 가져다가 쓰는 수 밖에는 없다.
따라서, 당연하게 예측이 가능하다시피, 장기이식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엄청나게 심각하다. 미국에서는 하루에 12명의 환자가 이식을 받지 못해서 사망하며 세계 각국 모두 비슷한 사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식 대기자는 평균 3년에서 5년 동안 대기해야 간신히 순서가 돌아오는데, 그 기간동안 버티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이를 기술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대안이 개발되고 있는데, 첫번째가 바로 줄기세포였다. 줄기세포는 원리상, 손상된 부위에 생착하여 손상된 장기를 완전히 대체하여 수복할 수 있다고 믿어졌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못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줄기세포 치료제 모두 장기이식을 대체할 만한 기술 혹은 그에 근접한 기술이 단 하나도 없다.
두번째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3D 바이오프린팅 분야이다. 3D 프린터에 콜라겐등의 단백질과 줄기세포를 넣고, 인공장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3D 프린터의 눈부실 발달로 인해 이식장기의 외형은 완벽하게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피부를 제외하고는 이식가능수준의 인공장기를 거의 개발하지 못하였고 연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번째는 기계방식의 인공장기이다. 심장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심장은 우리 몸에서 펌프 역할을 하는데,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소재로 기계적인 펌프를 만들어서 인체에 이식할 경우 심장을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심장과 골관절 외에는 큰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그리고 네번째 분야는 동물의 장기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동물의 장기를 이용하면 장기 내부의 복잡한 미세해부학적 구조를 만들 고민을 안해도 되고, 복잡한 모세혈관계를 만들 기술을 궁리하지 않아도 된다. 미니돼지의 경우 사람과 장기의 크기와 구조도 흡사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떼다가 붙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동종이식의 경우에도 발생하는 면역거부반응을 이종이식이 가능할리가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가능성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크리스퍼 캐스 유전자 가위 덕분에 이제 미니돼지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돼지에게는 과거 조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나서 흔적으로 남은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게놈 자체에 박혀 있다. 이 유전자는 돼지가 번식하면서 계속 유지되었는데, 언제든지 다시 바이러스가 만들어져서 나올 수도 있는 바이러스 폭탄이라 볼 수 있다. 돼지에게는 이런 외부 유전자의 바이러스가 자그만치 60개나 존재한다. 또한, 돼지 자체의 면역원성이 문제인데, 인간에게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항원들이다.
최근 급격하게 발달된 크리스퍼 캐스 유전자 가위는 이러한 유전자를 모두 잘라서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다. 과거의 유전자 가위는 한번에 한개의 유전자만을 부정확하게 잘라낼 수 있었는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동시다발적으로 여러개의 타겟을 동시에 자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가능해졌고, 연구진은 인간에게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이 없고, 바이러스를 만들지 않는 돼지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였다.
2021년 9월 25일 뉴욕에서는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았다), 의료진은 신장이 망가져서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미니돼지의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수행하였다. 신장은 사실 꼭 제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고, 동맥과 정맥에만 연결되어 있으면 필터로서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가 있기 때문에, 의료진은 돼지의 신장을 환자의 다리에 이식하였다. 환자가 뇌사 상태의 환자이기 때문에 움직여서 손상될 염려는 없었다.
수술로 연결된 즉시 돼지의 심장은 인간의 피를 걸러서 오줌을 만들어냈다. 위의 그림을 보면 환자의 다리에 연결한 돼지신장에 오줌 주머니를 달아놓을 것을 볼 수 있다. 이 오줌은 확실히 돼지의 오줌이 아닌 인간의 오줌이었기 때문에 돼지의 신장이 인간의 피를 필터한 증거라고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인간의 혈액에서는 신장이 기능한다는 증거인 노폐물 크레아틴이 검출되었다. 이로서 환자는 실제로 기능하는 신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비록 뇌사 상태에서 깨어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물론 이 결과가 돼지의 장기를 인간에게 마음대로 이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완벽한 증거는 아니다. 겨우 1개의 케이스일 뿐만 아니라, 체내 이식이 아니었기 때문에(오줌 주머니를 따로 달아야 하지 않는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신장이 몸 안에 있던 몸 밖에 있던 기능한다는 것만 증명되면, 다음번에는 체내이식 후 인간방광에 연결하는 것까지 가능해질 것이다.
게다가 뇌사상태의 환자가 깨어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뇌사상태의 환자였기 때문에 이렇게 모험적인 이식수술이 아마 허가받았을 것이다. 다음번의 수술에서는 조금 더 실전에 가까운 수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 단계까지 성공한다면, 오장육부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장기는 미니돼지의 것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안구와 골관절은 모양이 인간과 완전히 일치해야만 하고, 피부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티가날 것이다. 오장육부의 이식이 가능하다고 해도, 인간과 돼지의 수명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식장기가 먼저 늙어버릴지도 모른다. 정리하자면, 매우 희망적인 결과이지만, 아직은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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