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경
아침에 운전하고 출근하는 길이었다. 신호대기 중 옆차에서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시는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담배꽁초를 멋지게 날렸다. 그 담배꽁초는 내 차 유리창에 ‘틱’하고 맞고는 길바닥에 떨어졌다. 별거 아닌 해프닝이지만, 만약 내 창문이 열려 있었고, 그 자리에 아이가 타고 있기라도 했으면 별거 아닌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오늘 꼭 담배에 관련된 포스팅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2. 화재로 인한 사회적 비용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0년동안 전체 산불의 5.6%가 담배에 의한 실화로 알려졌습니다. 산림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면 1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지만 완벽하게 지켜지지는 않는 거 같다.
2019년 논문인 [산불피해에 따른 산업 및 거시경제적 영향 분석, 이상호 외] 에 따르면, 2017년 산불의 직접피해액은 173억원, 복구비용은 27억원, 진화비용은 450억원, 소비자 후생은 372억원 감소하고, 국내총생산은 350억원 감소하는 걸로 나타난 총 722억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1년에 약 40.432억원이 흡연에 의한 산불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다.
2012년 논문인 [담뱃불 화재에 의한 사고분석, 정영진]에 따르면,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가 연평균 6,419건으로 전체 화재의 13.9%를 차지하고 있으며(산불 포함), 인명피해는 연평균 109명, 재산피해는 70.22억원에 달한다. 산불을 제외해도 약 3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흡연으로 한해 사망한 국내 사망자는 2019년 58,036명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폐암뿐만 아니라 현재 발생하고 있는 모든 암의 30-40%가 어떻게든 직간접적으로 흡연과 관련되어 있다.
흡연이 야기하는 총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9년 기준 약 12조 1,913억원으로 추정된다(질병관리청, 흡연 폐해 연구기반 구축 및 사회경제적 부담 측정 연구). 총 사회적 비용이라고 하였으나, 연구주체가 질병관리청이니 만큼 화재에 대한 것은 계산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흡연자의 조기사망 (흡연을 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얼마나 일찍 사망하였는가)에 의한 생산성 손실비용으로만 6조 4.606억원, 흡연자의 질병치료(의료비, 간병비, 교통비) 등이 4조 8,192억원, 의료서비스 기간동안의 생산성 손실비용이 1조 1,115억원이다.
더욱이 이 조사에는 간접흡연에 대한 조사는 누락되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비용은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간접흡연에 대한 수치적 조사가 없지만, WHO가 조사해서 세계적인 학술지 Lancet에 기고한 내용을 보면 매년 약 16만 5천명의 소아가 간접흡연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전체 사망자는 약 60만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약 1/4이 소아인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흡연자 수는 약 1억 5500만명으로 추정되고, 이 중에서 700만명이 직접 흡연으로, 120만명이 간접흡연으로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WHO). 우리나라에서 직접 흡연으로 58,036명이 사망하는 것과 비례식으로 추정해 보면, 약 9,949명이 연간 간접흡연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비례식으로 추정해보면, 간접흡연에 의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약 2조원이 발생하는 셈이다.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직접흡연과 간접흡연을 합치면 연간 14조원 가량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흡연하고 홍수하고 무슨 연관이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시의 빗물받이가 담배꽁초로 막혀서 도심형 홍수가 발생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현상이다. 서울시만 빗물받이는 약 40만개가 있는데 이를 청소하는 비용이 2016년에만 73억원 발생하였다. 국회에서 발간한 입법·정책보고서인 [기후변화 대응 도시홍수 대책, 김진수]에 따르면, 연간 자연재해 중 홍수와 관련된 피해액은 약 3조 1,97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3조 1,972억원이라는 비용이 모두 담배꽁초 때문은 아니다. 다만 3조 1,972억원의 비용중 상당량의 비용이 담배 꽁초가 아니었으면 감소했을 것이다. 아파트 1층 등의 주택침수, 차량침수, 지하차도 고립으로 인한 사망자 발생 등 비용이 만만찮지만 제대로 나온 통계는 현재 찾을 수 없다.
지난 서울시의 정책으로 볼 때, 빗물받이를 청소할 경우, 도심홍수가 감소한다는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확실한 비용을 산출할 수 없으므로, 최소한으로 비용을 산출하기 위해 국내 서울시의 빗물받이 청소비용인 73억원만을 집계해 보았다.
담배 한갑을 4500원이라 가정한다면 총 3323원이 세금이다. 담배 한 갑의 약 74%가 세금이다. 이 세금은 전액 유효하게 쓰인다고 가정하고 별 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 한국에서 2020년 상반기에만 17억 4000만갑의 담배를 구매하였다. 여기에서 발생한 연간 세금을 추정해 보면 약 11조 5,640억원이다.
화재로 약 연 70억원
의료적 비용으로 약 14조원
자연재해 (최소) 73억원
= 최소 14조 143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매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파트에서 흔히 발생하는 간접흡연으로 인한 분쟁 등의 간접적인 비용은 반영되지 않았으며, 자연재해에 의한 비용은 최소화하였기 때문에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생각에 실제로 약 20조원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비용이 14조원 발생한다. 세금은 11.5조원 걷는다. 국가는 매년 최소 2.5조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2.5조원을 복지에 투입한다면, 국방비로 투입한다면, 과학기술발전 연구비로 투입한다면, 탄소감소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으로 투입한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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