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으니 말이다. 어린이날에는 값비싼 선물을 안겨주고, 어버이날에는 가슴에 꽃한송이 달아주다니, 부모 입장에서는 여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닐 수 없는데, 그 꽃 한송이가 그렇게 감격스러울 수 없다고 한다. 그 감격스러운 꽃, 바로 카네이션이다. 빨간 카네이션의 꽃말은 “당신의 사랑을 믿습니다” 혹은 “건강을 비는 사랑” 이고, 분홍 카네이션은 “당신을 열렬히 사랑합니다.” 이고, 하얀색 카네이션은 “나의 애정은 살아 있습니다.” 라고 한다. 필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지 못하여 어버이날의 개념을 초등학교에서 처음 배웠는데, 저학년 때는 색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을 부모님 가슴에 달아드리기도 했고, 고학년 때는 돼지저금통의 배를 갈라서 학교 앞이나 문방구에서 파는 카네이션을 달아드렸었다.
그런데 이 카네이션은 시듦병(위조병)에 유독 취약해서, 큰 피해를 입기가 일수였다. “푸사륨”이란 곰팡이에 의한 질병인데, 곰팡이의 특성상 전염성이 엄청나게 강하다. 이 곰팡이는 흙 속에 숨어 있다가 뿌리로 침투한 후 식물의 관다발을 막아서 식물을 시들게 만들어 버린다. 카네이션에만 감염하는 곰팡이가 아니라서, 고구마, 토란, 피망, 바나나 등 많은 농작물에 감염이 가능하며 한번 창궐하면 대규모 피해를 유발한다. 바나나는 특히 유전적으로 동일한 클론의 형태로 기르기 때문에 더욱 큰 피해를 양산하는데, 근본적인 대비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70여종류의 푸사륨 중에는 인간의 눈에 침투하여 푸사륨 각막염을 일으키는 종류도 있다.
카네이션 농가에서는 푸사륨으로 인한 시듦병으로 평균 20%의 카네이션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에서는 농약을 치는 대신에 육종과학을 통해 푸사륨에 저항성을 갖는 카네이션을 개발하였다.
지금은 진화론의 고전이 되어 버린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에는 많은 이들이 갸웃거리게 하는 챕터(장)가 있다. 바로 1장인 “가축과 작물의 변이” 이다. 이 장에서는 가축과 작물이 왜 야생에서의 그들의 조상과 다른 특징, 즉 대체로 인간에게는 유리하고 야생에서의 삶에는 불리한 특징이 만들어졌는지를 “육종과학”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굳이 유전자 조작이라는 신기술에 의존하지 않고도, 가축과 작물의 유전형질을 개선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증식시키는 작업이 바로 가축개량, 품종개량 등으로도 불리는 “육종과학”이다.
필자가 애지중지 옥이야 금이야 기르는 반려견 “쪼(아래사진)”도 육종과학으로 탄생한 “보스턴 테리어”라는 견종이고, 제주도에 사시는 부모님이 철마다 보내주시는 “한라봉”, “레드향”, “황금향” 등의 과일도 육종과학으로 탄생한 품종이다. 육종과학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주로 기대하는 특성 또는 형질을 갖는 개체만을 선별하여 반복적으로 번식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분리육종법을 일반적이다.
카네이션의 경우 푸샤륨에 강한 카네이션을 선별하여, 교배하는 것을 반복하여 푸샤륨에 저항성을 가지는 카네이션 종자를 얻어내었는데, 반복적으로 교배하여 품종개량을 하는 방법을 “교배 육종”이라고 한다.
원래 카네이션은 외국 카네이션 종자를 수입해서 사용했는데, 값비싼 로열티를 지급할 수 밖에 없었기에 연간 4억원 가량의 비용을 로열티 명목으로 지불했다고 한다. 현재는 국내에서 개발함 시듦병 없는 카네이션의 종자가 20종이 넘어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가 없는 데다가 시듦병으로 손실되지 않아 생산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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