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일이다. 필자와 고등학교 동문이자 대학교 동문인 친구 둘을 만나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음료를 주문하던 중 한 친구가 콜라와 사이다 중에 무엇이 더 나은가를 물어봤다. 그 친구는 사이다가 조금이라도 더 좋을 거 같다고 했고, 필자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대답했는데, 집에 오는 길에 갑자기 내가 대충 대답한 말이 진짜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어려웠다. 필자가 포스팅 하던 주제 중에 가장 어려웠다. 포털검색에서는 영양가 있는 정보는 찾아볼 수가 없었고, 논문들도 찾기가 어려웠다. 논문들을 찾아도 우리나라의 칠성사이다와 콜라를 비교한 논문은 도대체가 찾을 수가 없었기에, 결국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를 비교해 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필자가 처음에 한 대답이 맞았다. 둘다 서로 비슷하게 좋지 않으니 주문할 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필자에게 선택하라고 하면 필자는 사이다를 선택할 것인데, 그 이유는 카페인의 유무이다. 안 그래도 커피를 좋아해서 카페인을 과다섭취하는 필자는 좋아하지도 않는 콜라를 마셔가며 카페인을 보충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커피가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현대인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과 마시지 않는 사람으로 나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카페인을 위해 콜라를 마실 필요가 없고,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카페인에 민감하기 때문에 콜라를 마셔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콜라를 마셔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는 단순히 청량감 밖에는 없는데, 이는 사이다나 스프라이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선택은 스프라이트이다. 최악을 피하긴 위한 차악이다.
카페인을 제외하고는 둘다 똑같이 몸에 좋지 않은데, 그 근거를 살펴보자. 첫번째는 2007년에 European Journal of Dentistry지에 게재된 논문이다(그림1). 이 논문은 콜라와 스프라이트 뿐만 아니라, 코카콜라, 코카콜라라이트, 펩시트위스트, 스프라이트, 그리고 Guarana 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음료까지 비교하였다 (포스팅을 하는 지금도 Guarana가 어떤 음료수인지 전혀 모르겠다). 결론은 이 모든 음료수가 치아의 에나멜을 손상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일정시간 치아를 탄산음료에 노출시켰을 때, 적게는 66%부터 많게는 78% 까지 치아의 에나멜을 손상시켰는데, 통계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모든 음료가 골고루 치아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치아를 제외하고는 어떨까? 이에 대한 대답은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지에 게재된 2007년 논문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그림2). 이 논문은 Meta 분석 기법을 사용했는데, 직접 실험을 한 것이 아니라 다른 논문에 게재된 데이터들을 싹 다 모아서 통계적인 분석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 논문의 결론은 어떤 탄산음료이던 간에 에너지량은 많고 영향가는 적기 때문에 탄산음료의 섭취를 줄이라는 것이다. 간혹 에너지량이 많다는 말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논문에 나온 점잖은 표현일 뿐이고 "칼로리가 많다 = 즉 살이 찐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탄산음료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탄산음료가 너무 좋은 사람들은 탄산음료의 나쁜 점을 조금이라도 줄일 방법이 없을까 고민이 될 수 있는데, 놀랍게도 이런 방법에 대한 연구도 있다(그림3). 저자들은 여러가지 금속 이온들을 탄산음료에 포함시킨 후에 소 치아의 에나멜을 손상시키는 정도를 확인했는데, 구리(Cu) 이온이 가장 에나멜을 보호해주는 효과를 나타냈다. 그렇다고 우리가 콜라를 먹을 때마다 구리를 같이 먹을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저자들은 탄산음료에 구리 이온을 섞어 넣으라는 권고를 하면서 논문을 마쳤다.
우리 몸은 대부분의 미량원소를 다 필요로 하긴 한다. 3대 영양소가 아니라도 마그네슘이나 아연, 망간 등을 섭취하면 여러가지로 몸에 필수적인데, 구리도 마찬가지이다. 구리가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몸에서 구리가 모자라는 상황이 잘 생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잉으로 몇 가지 질병을 초래하기 때문에 영양제로 섭취할 생각따위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빨을 보호하기 위해서 구리를 같이 먹으면... 이빨은 보호되지만 구리의 과잉으로 인한 여러가지 다른 질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필자가 보기에는 현실성 있는 조언은 아닌거 같다.
구리보다 보호효과가 높지는 않지만, 중금속을 제외한 대부분의 2가 양이온들이 모두 보호효과가 있었다. 그 중에는 마그네슘이나 망간, 아연도 있었는데, 필자처럼 눈밑 떨림이 심한 사람의 경우 따로 마그네슘 약을 챙겨먹기도 하니깐, 마그네슘 이온을 섞어 넣는 것은 괜찮을 거 같다. 콜라가 영양제 역할까지 할 수 있으니깐.
예로부터 우리 조상님들이 "몸에 좋으면 입에 쓰다"고 했는데, 필자는 어렸을 때 이 말이 편식을 못하게 하려고 지어낸 말인 지 알았다. 그런데 저 속담을 참으로 가정할 경우, 명제의 대우인 "입에 달면 몸에 좋지 않다" 역시 참인 것이다. (전자제품 만드는 대우 아니다. 수학 용어인데 한번씩 찾아보시길). 콜라와 사이다에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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