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이 힘든 경우가 있다. 필자의 경우 누군가와 의사소통이 힘든 상황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오랜 고찰 끝에 공통점을 발견했다. 필자에게 그것은 바로 “합리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마치 합리적인 거 같은 어조로 얘기하는 것”이다. 보통은 약간 불편할 뿐이지만 정말 복창 터지는 것들, 과학자가 보기에 복창 터지는 것들, 바로 유사과학이다.
1. 안아키 사건
아무래도 공부하던 분야가 있다 보니, 가장 복창 터지는, 뒷목 잡는 경우는 바로 “안아키” 사건이었다. 이 일은 한의학계 전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안아키를 운영한 한의사가 결국 징역형(2년 6개월)형에 처해지는 결과를 맞았다. 이 한의사가 안아키를 운영하며 퍼트린 유사과학은 단순히 사기성 있는 유사과학 정도가 아니라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예방접종을 하면 안 된다거나, 화상을 입은 아이들을 햇볕이나 40도 온수에 담그라거나, 장염에는 숯가루를 먹이라고 했다. 자연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수두에 걸린 아이와 다른 아이들을 함께 놀도록 하는 수두 파티를 열기도 했다. 아토피를 앓는 아이의 아토피피부염 상처는 긁도록 놔둬야 된다고 해서, 얼굴 전체에 피딱지가 앉은 아이의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된 후, 아동학대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마치 사이비 종교에서 권할 법한 치료를 권위있는 치료법인거처럼 사기를 친 것이다. 단순한 의료사기가 아니라 사회에 불특정 다수를, 그것도 어린아이들을, 공격하기 위한 테러행위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2. 산성비와 탈모
필자가 미국에서 받은 문화충격 중에 하나는, 미국 사람들은 비가 와도 우산을 잘 안 쓴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 사람들이 특별히 탈모율이 높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산성비를 맞으면 탈모가 유발된다는 유사과학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비 오는 날 우산이 없다고 하면 너도나도 한소리씩 한다. 물론 산성비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나라의 산성비는 오히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샴푸보다도 산성이 높지 않다. 산성비로 탈모가 유발된다면 샴푸도 탈모를 유발해야 맞는 것이다. 하지만 산성비가 아니어도 젖은 머리는 탈모를 가속시킬 수 있으니, 머리는 잘 말리고 다니도록 하자.
3. 밤에 먹는 사과는 독
어렸을 때 우리 집은 사과를 항상 아침에만 먹어야 했다. 사과를 저녁에 먹으면 독이 된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과의 산성은 일반 과일들의 평균에 못 미치기 때문에 속이 쓰릴 걱정도 없다. 아침에 먹으면 풍부한 식이섬유로 장운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밤에 장운동이 활발해지면 독이 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밤에 사과를 먹으면 비타민C와 미네랄, 항산화 성분으로 인해 혈압을 낮추고 편안한 호흡으로 숙면할 수 있다.
아침에 먹어도 좋고, 밤에 먹어도 좋은 것이 사과다.
4. 지구 평면설
필자는 지구 평면설을 들었을 때, 화가 나기보다는 그냥 웃겼다. 그런데 가만 보니 그게 아니었다. 지구평면설의 근원인 “평평한 지구학회”는 회원이 10만명 이상이며,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사람들이 회원으로 있다. 이 학회는 학술지도 발간하고 매년 학회도 개최한다. 교수님들 해외 학회 갈 때, 대충 선택하시지 말고 이거 잘 걸러내십쇼.
5.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다.
이건 유사과학도 아닌 미신수준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켜고 잘 경우 죽는다는 것인데, 그 이유로 저산소증이나 저체온증을 들고 있는데 선풍기는 이런 현상을 만들지 못한다. 물론, 감기등의 호흡기 질병이 걸릴 수 있고, 전기에 의한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고, 운이 없을 경우 고속으로 회전하는 날개가 파괴되어 날아올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러한 미신이 퍼진 이유는 80-90년대 언론이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선풍기 사망설을 고의적으로 퍼트렸을 거라고도 한다. 이를 분석한 논문도 있는데, 결론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6. 혈액형별로 성격이 다르다
이것도 미신수준이다. 놀랍게도 혈액형별로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사실화하는 논문도 있었으며, 왜 이런 혈액형 관련 유사과학이 판치는지 분석한 논문도 있다. 어쨌건, 혈액형은 성격과 전혀 관련이 없다. 혈액형을 물어보고 나서 혈액형으로 어떤 사람의 인격을 판단하는 건... 판단만 하고 어디 가서는 말하지 마시라. 특히 연애할 때 제발 상대 혈액형으로 좀 판단하지 마시라.
7. 기타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라는 책 들어봤는가?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할 때 물의 결정 모양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건강에 좋다는 육각수가 나오는 정수기를 판매한 재벌도 있다. 다소 결이 다르지만, 한때 식물에 좋은 말을 해주면 식물이 더 잘 자라고, 욕을 하면 식물이 죽는다는 유사과학이론이 퍼지기도 하였다. 인체에 전혀 해가 없는 MSG는 독약처럼 인식되어 MSG 농도를 규제하기에 이르렀고, 라면이 점점 맛이 없어지는 촌극이 벌어졌는데, 어떤 사람들은 MSG 미규제 국가로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라면이 같은 브랜드임에도 훨씬 맛이 좋다며 역수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밖에 삼겹살이 미세먼지에 좋다는 주장이나, 선인장이 전자파를 차단한다며 텔레비전이나 모니터 위에 올려놓는 경우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발바닥에 붙이는 독소제거 패치를 붙이고 나면 독소가 배출되어 시커멓게 변하는 제품을 인기리에 팔기도 했는데, 미국에서 사기로 처벌을 받기도 했으며, 실험 결과 물에만 담과놔도 시커멓게 변하였다.
8. 결론
우리 주변에는 참 말도 안 되는 유사과학이 많다. 어떤 유사과학은 그냥 웃어넘길 수도 있는데, 이를 이용하여 나쁜 짓하는 사람들도 많다. 돈벌이를 하거나, 안아키처럼 어린아이들이 희생되기도 한다. 속지말자 유사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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