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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얀테의 법칙 - 갑질 예방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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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전에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필자와 함께 수영장에 다니는 제3자 A 씨가 다른 제3자 B 씨에게 갑질하는 것을 본 것이다. A를 B에게 월급을 주는 사장님이었는데, 회사에서 필요한 업무에 대한 교육을 회사비로 결재하여 듣게 해준 모양이다. 그런데 B가 일과시간에 교율을 마치고 저녁에 운동을 하러 나오자 "성실하게 복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는 B에게 수영장에서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두 있는 가운데서 장시간동안 거친 폭언을 하였다. 아마 B가 교육을 마치면 바로 해당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을 것이고 회사를 운영하는데 따르는 스트레스도 있었을 것이고, 그런 이유로 본인이 충분히 화낼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A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 의해 큰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는 하루가 다르게 퀭해지고 야위어 가다가, 어느 날서부터인가 운동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A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계속 쉬지 않고 운동하러 나왔다. B가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말이 여러번 들렸고, 아쉬웠으나 남의 일인데다가 눈 앞에 보이지 않으니 곧 잊혀졌다. 이 일은 필자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갑질 사례로 남았다. 

 

필자가 집적 겪은 사례도 많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경제난 때문에 시작한 아르바이트에서는 부당한 임금착취도 있었고, 면접 때와 실제 임금이 다른 적도 있었다. 사회에 진출한 후에는 동의하지 않은 연봉협상이 저절로 이루어진 적도 있었다. 이런저런 사례들을 모아 보면 블로그를 수십페이지 써내려갈 만큼의 양이 나올 거 같고, 필자는 울면서 잠들거 같다. 

 

 

뉴스를 틀면 굉장히 높은 빈도로 "갑질"에 대한 뉴스가 나온다. 유투브나 포털 사이트 같은 다른 매체에서도 마찬가지다. 굳이 이 포스팅에 예를 들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갑질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요 며칠 동안, 경기도 양주의 고깃집에서 "모녀 갑질 논란"이 거세다. 갑질을 한 모녀 중 한 사람은 직업이 목사님이다. 이것 때문에 신실한 믿음을 가진 여러 목사님들이 속앓이를 하게 생겼다. 유투브에 녹취록이 공개되었는데, 듣고있자니 나와 상관없는 일인데도 뒷목이 뻗뻗해짐을 느낄 정도이다. 

 

갑질하는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자기 합리화"를 통한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설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갑질이 일상화된 사람들에게 심리적, 사회적 해결책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미 피해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필자는 갑질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으로서 "얀테의 법칙"을 들고 나왔다. 얀테의 법칙은 노르딕 국가인 노르웨이, 필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지에서 널리 쓰이는 행동 규범이다. 조선시대 때 삼강오륜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얀테의 법칙 10가지가 적힌 석판, 십계명 같은 느낌이 든다. 

얀테의 법칙은 10가지의 행동 규범을 가지고 있지만, 잘 읽어보면 10가지 모두 단 1가지의 메세지를 가지고 있다. "스스로 특별하거나 남보다 더 낫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는 것이다. 10가지 전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3.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당신이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5. 당신이 남들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6. 당신이 남들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 당신이 모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8. 남들을 비웃지 마라.
  9. 누군가 당신을 걱정하리라 생각하지 마라.
  10. 남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마라

서양 사람들은 모두 개인주의적이거나 이기적인이고, 본인의 개성이 아주 중요하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북유럽 노르딕 국가에 가면, 사람들은 모두 비슷하게 입고 비슷하게 생긴 차를 타며, 비슷하게 생긴 집에서 비슷한 물건들을 놓고 산다(물론 예외를 찾으면 찾을 수 있지만, 경향이 그렇다는 거다). 

 

얀테의 법칙을 한번 곱씹어보자니, 거친 바이킹의 후손들인 북유럽 동네의 사람들한테 얀테의 법칙은 평화를 유지하는 절대적인 역할을 했을 거 같다. "갑질 꿈나무"들에게 미리 얀테의 법칙을 가르쳐 줄 수 있다면, 갑질이 눈에 띄게 줄어들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백신도 본인이 맞기 싫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 얀테의 법칙도 갑질을 막아줄 좋은 가르침이지만, 갑질쟁이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포스팅을 읽는 사람들만큼은 얀테의 법칙을 곱씹어보고 혹시라도 나는 남을 함부로 대해도 되거나, 높은 위치에 있다는 생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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