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제를 준비하면서 논문을 찾아보려고 며칠 동안 노력했는데, 쓸만한 논문을 찾지 못했다. 논문의 형식을 띄었으나, 논문이 아닌 이상한 문서? 따위의 것들을 찾기는 했으나 속빈 강정이었다. 왜 이렇게 연구결과가 없나를 고민해보니, 첫째는 폭탄주가 우리나라의 민속문화(?) 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일 테고, 둘째는, 대조군과 실험군을 정확하게 설정하여 연구를 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며, 셋째는, 해당 분야의 학자들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어 연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흔히들 "원래 섞어 마시면 빨리 취해" 라고 알고 있는데, 이것은 반만 맞는 말이다. 폭탄주를 마시면 빨리 취하는 과학적인 이유를 지금부터 살펴보겠다.
첫째, 탄산이다. 폭탄주를 배합하는 원료는 주로 소주와 맥주다. 꼭 소주와 맥주일 필요는 없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20도에 가까운 소주와 4-5도 정도 되는 맥주를 섞으면 비율에 따라 다르지만, 약 7도 정도의 알콜농도가 나온다. 7도의 알콜을 그냥 마실 때에 비해, 7도짜리 폭탄주를 마시면 사람은 훨씬 더 빨리 취하게 되는데, 그 비밀은 바로 탄산이다. 탄산은 몸에서 알콜을 훨씬 빨리 흡수하게 한다. 따라서, 일반 탄산수에 소주를 타서 마셔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맥주 이외에 사이다나 콜라등의 탄산음료를 사용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탄산이 들어갔으나 알콜농도는 낮은 맥주만 먹고도 만취하는 사람이 많은데는 이유가 있던 것이고, 맥주의 알콜농도를 너무 높게 만들지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던 것이었다.
둘째, 단맛이다. 맥주는 부드러운 거품이 주는 맛도 있지만, 단맛도 가지고 있다. 그 밖에 폭탄주들도 단맛이 나는 탄산음료나 쥬스 등을 섞기도 한다. 단맛이 들어가면 알콜이 주는 거부감을 줄일 수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양의 술을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있다.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드라이한 와인보다는 달달한 와인이 더 쉽게 넘어가서 더 잘 취하는 것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알콜농도가 거의 같은데도 불구하고 달달한 와인을 먹으면 더 잘 취하는데, 엄격하게 측정해 보면 마신양이 더 많다.
결론. 탄산과 단맛의 조화로 인해 폭탄주를 마시면 더 빨리 취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폭탄주는 "오늘 제대로 마셔보자"라는 암묵적인 약속 같은 것이기 때문에, 필자가 보기에는 많이 마셔서 빨리 취하는 영향도 상당히 크다. 부드럽고 맛있어서 목넘김이 좋아 많이 먹을 수 있는 맥주에 알콜농도가 높은 소주나 양주를 섞으니, 상대적으로 맥주에 비해 알콜농도가 높은 술을 부드럽게 많이 마시기도 좋다. 앞서의 포스팅을 읽어보신 분이면 아실 수도 있는데, 사실 필자는 술 마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포스팅도 폭탄주를 권장하려고 쓴 글이 절대 아니다. 폭탄주는 몸에 좋지 않은 높은 농도의 알콜을 거부감 없이 마시게 해 주는 일종의 기만행위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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