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경우 9:1 정도의 비율로 오른손잡이가 많다. 선사시대의 원시인이 만든 구석기를 살펴보면, 오른손으로 내리쳐서 제작한 구석기의 비율이 9:1 정도로 많기 때문에, 인간은 태고적부터 오른손잡이가 많았다는게 정설이다. 오른손으로 음식물을 잡고 먹을 때와 왼손으로 잡고 먹을 때 치아의 손상 정도도 달라지는데, 이 증거로 봐도 오른손잡이가 9:1로 많았다. 영국의 과학자들은 2019년 왼손잡이 유전자를 찾아내 학술지에 보고하였다.
아무리 빅 데이터 시대라고는 하지만 실험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연구진은 38,000명의 왼손잡이의 유전자를 직접 연구했고, 대조군으로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350,000명의 오른손잡이간 DNA 염기 차이를 비교했다. 이 사람들 중 실험에 직접 참가 가능한 사람들을 모집하여 721명의 왼손잡이와 6,685명의 오른손잡이의 뇌 활동 스캔을 조사했다.
실험결과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DNA가 서로 다른 유전자는 4개였는데, 3개는 두뇌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 일부 정신 분열증과 상관관계가 있었으며, 언어 센터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왼손잡이는 아주 약간의 정신분열증 위험이 높은 동시에 언어 처리능력이 우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는 유전적으로 타고난 영향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90년대까지는 왼손잡이인 아이들을 강제로 오른손잡이로 바꾸게끔 교육시켰는데, 교육의 결과 정말로 아이들은 오른손잡이로 살아가게 된다. 어느 손을 더 능숙하게 사용하느냐가 유전적일 것만이 아닌, 후천적 영향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양손을 쓰는 업무 대부분을 능숙하게 할 수 있으며 보통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못하는 일도 할 수 있다. 왼손으로 젓가락질과 숟가락질이 모두 가능하며(양손식사 가능), 당구도 왼손으로 칠 수 있다. 하지만 글씨를 쓰는 일만큼은 오른손으로밖에 하지 못한다. 예측컨데 필자는 왼손잡이로 태어나서 교육시스템에 의해 오른손잡이로 바뀐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왜 오른손잡이가 더 많은 것일까? 염색체상의 같은 자리에 오른손잡이 유전자가 존재하면 오른손잡이, 왼손잡이 유전자가 존재하면 왼손잡이가 된다는 것인데, 어떤 진화적 압력이 인간을 오른손잡이가 많게 만들었을까?
첫번째 가설은 캠프파이어 가설이다. 고대 수렵시절 불을 다루게 된 후, 불가에 둘러앉아서 한손에는 석기 도구를 쥐고 한 손으로는 음식을 익히거나 뜯어먹었을 것이다. 불가에 둘러앉았을 때, 모두 같은 방향의 손에 도구를 쥐고 있어야만 손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우연이든 아니든 한쪽 손을 주로 쓰는 것이 생존에 유리해진다.
두번째 가설은 방패 가설이다. 왼손에 방패를 쥐고 오른손으로 칼이나 창을 쥐고 전투를 하면, 그 반대의 경우보다 심장을 방어하는데 유리하여 오른손잡이가 더 많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이는 화석증거를 통해서 선사시대 인류도 오른손잡이가 많기 때문에 강력한 반증에 부딪쳤다. 하지만, 영화 스파르타에 나온거처럼 방패와 무기를 쥔 손을 통일시켜놔야만 밀집대형으로 진영을 이루어 싸울 수 있고 이는 무기의 수준이 돌칼이나 돌도끼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같은 편의 두 전사가 가까이 서 있는데, 각각 오른손과 왼손으로 무기를 쥐고 있으면, 서로 상처를 입히는 일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굳이 방패가 없어도 오른손을 내밀고 왼편을 뒤로 물려 있으면 심장을 아주 조금 더 보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포스팅을 기획하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다. 유럽에서는 마부가 마차의 오른쪽 운전석에 앉아서 마차를 몰았는데, 이는 채찍을 휘두를 때, 옆사람을 실수로 때리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한다(오른손잡이니까요). 처음으로 자동차를 개발한 영국은 이 때의 관습을 그대로 이어받아서 자동차의 운전석도 오른쪽에 위치하게 된다. 후발주자로 자동차를 개발한 나라들(독일 등)이 영국의 자동차를 벤치마킹할 때, 왼손으로 변속기 조작등 복잡한 동작을 하는게 불편함을 깨닫고, 운전석의 위치를 왼쪽으로 변경한 것이다(오른손잡이니깐 변속기를 오른손으로 조작하는 것이 편하다). 이것이 영국이나 일본은 운전석에 오른쪽에 있고, 다른 나라들은 왼쪽에 있는 이유이다.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리쿨라 효과 (3) | 2021.06.03 |
---|---|
우리집 강아지는 오른손잡이일까, 왼손잡이일까? (2) | 2021.06.02 |
폭탄주는 왜 빨리 취할까? (1) | 2021.06.01 |
하임리히의 법칙 vs 안전불감증 (0) | 2021.05.31 |
범 내려온다 ; 곧 한반도에 호랑이가 서식할 거라고? (2) | 2021.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