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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칼리쿨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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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은 보스턴 테리어 모임 "보스 오브 보스턴"에서 루이라는 강아지의 견주님께서 산책하다가 드러누워 버리는 강아지가 왜 그러는지 알고 싶다는 여쭤 보셔서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아재들이면 귀에 익은 노래 가사가 하나 있다.

 

"개구리 소년, 니가 울면 무지개 연못에 비가 내린다". 

 

개구리 소년 왕눈이 한 장면

 

이 만화영화 때문인지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시키는 걸 꼭 반대로 하는 아이들을 보고, 청개구리 같다고 했다. 필자의 경우 대부분의 말은 잘 들었으나, 자기 전에 이빨을 닦는 것이 그렇게 싫어서, 이빨을 닦으라고 그러면 잠든 척을 하곤 했는데, 영락없는 청개구리 짓이었다. 정식 용어는 아니지만 필자는 이것을 "청개구리 효과"라고 부른다. 청개구리 효과는 나이가 먹을 수록 심해지는 거 같다. 사춘기가 접어드니깐, 부모님이 하라는 것은 다 하기가 싫어지니깐 말이다. 사춘기가 지나면 잠잠해질 줄 알았으나, 하지 말라는 건 더 하고 싶었다. 

 

이런 청개구리 효과를 일컫는 학술적인 용어가 있는데, 바로 "칼리쿨라 효과"이다. 다시 말해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현상"이다. 로마의 3대 황제로 전형적인 폭군이었던 칼리쿨라가 어렸을 때 청개구리짓을 했나 싶지만, 실은 "칼리쿨라"라는 1980년대에 나온 영화 때문에 생긴 용어이다. 로마의 폭군 칼리쿨라를 다룬 영화가 개봉했는데, 선정성이 높고 폭력적이라고 판단해 버린 미국 보스턴 시는 이 영화를 상영금지시켜 버렸다. 그러자 이 영화에 별로 관심이 없던 보스턴 시민들 마저도 이 영화를 보러 다른 도시로 차를 타고 이동하여 영화를 관람하는 촌극이 벌어졌는데, 이를 두고 "칼리쿨라 효과"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이다. 

 

 

영화 칼리쿨라. 보스턴에서 사용금지 처분을 받아 칼리쿨라 효과 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가 있다. 요즘은 절대 그런 일이 없지만, 옛날옛적 아재들이 지하철에서 담배피던 시절에는, 금지곡이 굉장히 많았다. 명확한 기준도 없이 그냥 여러가지 꼬투리를 잡아서 금지곡을 지정했고, 금지곡으로 지정된 곡은 음반에서 가차없이 지워졌다. 그런데 금지곡으로 지정되니깐 칼리쿨라 효과가 발동되어 사람들은 더 듣고 싶어진 나머지, 불법적으로 복제된 금지곡 음반이 길거리에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고, 이것이 응답하라 시리즈에도 나온 그 유명한 "길보드 차트"의 탄생 비화이다. 

 

그 떄 그 시절 길보드 차트

 

역사나 신화에서도 "칼리쿨라 효과"라고 짐작되어 지는 에피소드가 많다. 판도라는 제우스가 절대 열지 말라고 한 판도라의 상자를 언박싱해 버렸고, 이브는 선악과를 따 먹었다. 롯의 아내는 하나님이 뒤돌아보지 말라고 한말을 어기고 뒤돌아봤다가 소금기둥으로 변해버렸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시인이자 음악가인 오르페우스는 부인 에우리디케가 죽자 지옥의 왕 하데스를 만나러 가서 음악으로 지옥의 왕과 신들을 감동시키고 아내의 부활을 약속받았는데, 지옥의 왕 하데스는 아내를 이승으로 데려갈 때까지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는 조건을 걸었고, 오르페우스는 결국 뒤돌아봐서 아내를 영원히 잃게 된다. 

 

포스팅에서 이미 여러번 다뤘지만, 필자는 보스턴 테리어 견종의 강아지 "쪼"를 기르고 있다. 너무 사랑스럽고 이쁘지만, 쪼는 산책을 나갈 때마다 당황스러운 경험을 선사하는데, 필자가 원하는 방향과 달리 이리저리 줄을 잡아 당기곤 한다. 가고 싶은 방향으로 줄을 바꿔 잡으면 또 반대방향으로 힘을 줘서 어긋나곤 한다. 그러다 보니 교정을 하려고(필자가 가고 싶은대로 가려고) 여러번 시도했지만, 강하게 잡아당기는 등의 물리적인 강압은 항상 상황을 악화시키곤 했다. 반항하듯이 바닥에 누워버리거나 주저앉아 버릴 때도 있다. 필자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줄을 풀어서 잡고 친근한 손짓으로 부르면 그때서야 쪼는 반항을 멈추고 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준다. 집에서 아이와 마찰이 생겼을 때, 직장에서 부하직원과 마찰이 생겼을 때, 혹시 상대가 칼리쿨라 효과에 의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만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상대의 칼리쿨라 효과를 증폭시켜 더욱 상황을 악화시키게 될지도 모른다. 

 

(좌) 산책하다가 누워버린 루이, (우) 견주의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쪼. 이럴 때 힘으로 잡아끌면 목줄이 빠져 버릴 위험성도 있는 데다가 강아지는 칼리쿨라 효과 때문에 절대 자기 뜻을 절대 굽히지 않는다. 자세를 낮춰 강아지와 눈높이를 맞춘 후, 손짓으로 부르며 살살 달래면 효과가 있다. 

참고로, 애기가 18개월이 되면 "싫어"라는 표현이 많아지는데, 이는 칼리쿨라 효과하고는 거리가 멀다.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 중에 하나일 뿐이며, 아이는 싫어의 정확한 뜻을 잘 모르고 사용한다. 부모나 형제자매가 사용하는 말을 듣고 그대로 따라하며, 부모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일종의 놀이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때는 놀라지 말고 "싫어"의 정확한 뜻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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